태양계를 움직이다

태양계를 움직이는 시스템.

by 이대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정규방송을 모두 중단한 채 재난 소식만 전하고 있었다.

앵커의 목소리는 떨렸고, 여성 앵커 중에는 울먹이는 앵커도 있었다.




백악관에서는 긴급 NSC가 소집되었다.

이런 경우 대개는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NSC 소집에 대한 배경을 기자들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너무 급한 나머지 기자들에게는 서면으로 전달되었고 재난 대책회의를 위해 소집되었다는 게 설명의 전부였다.

지하 상황실은 무거운 정적에 싸였다.

상황실 벽에 붙은 화면에는 재난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대통령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타일러 박사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두 할 말이 없었다.

“토미리, 타일러 박사를 연결해 주시오.”

잠시 후 타일러 박사가 화면에 나타났다.

“박사님! 레이먼드 루카스입니다.”

타일러 박사는 가만히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박사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였다.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늦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사님, 토성 고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 맞습니까?”

대통령은 다시 한번 더 물었다.

“60년 전에 발견한 그 위치에서 발견되었고 분명히 맞습니다. 그때와는 위치가 조금 바뀌고 정도는 심하지만, 분명히 맞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대통령은 재차 물었다.

“컴퓨터로 오랫동안 위치를 관측해 왔습니다. 위치를 벗어날 때마다 지진이 발생하였고,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 지진이 멈추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대통령은 타일러 박사가 킷픽에 있는 망원경과 컴퓨터로 수십 년간 토성을 몰래 관측해 왔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토성 고리의 물체들은 원래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큰 힘이 물체에 가해지면서 자리를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게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힘이라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마치 용수철을 끌어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훅(Hooker)의 법칙’처럼 말입니다. 처음에는 토성이 당기는 ‘기조력(Tide generating force)’과 태양 중력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되돌아가는 ‘탄성한계’를 완전히 잃고는 토성 고리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게 지금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말을 못 했다.

토미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박사의 말을 듣자 당황한 표정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보좌관 제이콥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토성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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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잠시 후 화면에는 토성 고리 위로 하얀 점 같은 게 지나가는 게 보였다.

하얀 점이 지나가자 무수한 조각들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이것은 토성 위성인 ‘다프니스’라는 위성입니다. 캔서 하우루스가 촬영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타일러 박사의 말에 귀를 모았다.


“토성 고리는 단순한 고리가 아니라 태양계를 움직이는 잘 짜인 거대한 시스템과 같습니다.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82개의 위성 모두가 움직이면서 말입니다. 토성 고리에는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카이오스만 있는 게 아니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코스모스가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코스모스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죠.”

사람들은 모두 놀란 입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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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태양만 생각해 왔는데, 태양계를 움직이는 게 토성이라니?

마치 신의 비밀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오 마이 갓!”

대변인 나탈리가 놀란 눈을 했다.

사람들 모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군.”

제이콥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대통령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보국장 캐런은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박사를 쳐다보았다.

“문제가 복잡합니다. 그리고 너무 위험합니다.”

“……”

“우선은 물체들이 로슈한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전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들어갔다가는 들어가는 순간 휩쓸려서 산산 조각나고 맙니다. 문제는 물체가 로슈한계 밖으로 나오는 그 시간이 지구에는 최고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타일러 박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해결 실마리를 찾은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구는 최고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공보국장 캐런은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다.

[크기변환]PIA17171.jpg 지구에서 14.4 억 km 떨어진 위치에서 카시니가 찍은 지구의 사진
[크기변환]PIA14949.jpg 지구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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