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가 제라드에게 엄지를 펴 보였다.
“스탠바이! 디버깅 작전(Debugging Operation) 시작하겠습니다.”
메기 목소리가 들리자 에릭이 말했다.
“대장! 이제 시작입니까?”
그러자 메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에릭! 물체 쪽으로 최대한 접근해야겠어요.”
“라저.”
에릭이 조종간을 움직이자 추진 밸브가 열리면서 우주선이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 900m… 800m… 700m… 600m… 500m… 400m… 300m….”
그때였다. 우주선이 갑자기 출렁거렸다.
“뭐야?”
모두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200m… 100m… 90m… 80m… 70m… 60m… 50m….”
출렁거림이 더 심해졌다.
“왜 이래?”
“대장! 이대로 더 접근하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자기장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에릭은 우주선을 더 접근시키지 못하고 제라드를 쳐다보았다.
“자세 고정하고 스위치를 끄게.”
에릭이 역 분사 엔진을 작동시키자 우주선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 멈췄다.
물체는 이제 거의 눈앞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었다.
물체는 가로세로 2미터 정도 크기로 검은색 암석으로 표면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제라드는 손을 만지작거렸다.
휴스턴에서 무전이 들어왔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로슈 끝부분 같은데 위험하다.”
“라저.”
“대장!”
교신이 끝나자 니콜라이가 준비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불렀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시베리아 북극곰, 니콜라이.
북극곰은 대원들과 포옹을 했다.
“니콜라이.”
대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왜 이래, 별것 아닌 것 가지고.”
“조심하게, 잘 보고 있을게.”
“알았네, 걱정하지 말게.”
“일 있으면 바로 돌아와. 모험이 아니야.”
“알았네. 난 모험가가 아니라, 우주인이라고.”
니콜라이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한번 들고는 MMU 착용을 위해 에어록(airlock, 공기감압실)으로 날아갔다.
“대장!”
에릭이 시큰한 표정을 지었다.
“나, 울리지 말게.”
“꼭 성공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게. 잘 해낼 테니까.”
“예, 반드시 성공하세요.”
에어록 앞에서 니콜라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일러 박사님 말씀대로 이제 재난이 멈추겠죠?”
메기는 가이아로부터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들으면서 말했다.
토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제 이제 멈춰야지.”
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재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우리도 피난 갈 뻔했는데 다행이네요. 여기서 멈춰서 말이에요.”
“제라드는 어떻게 하고?”
관제사들도 모두 한시름 놨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중에도 땅은 계속 흔들렸다.
“이제 얼마 남았지?”
메기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열두 시간요.”
스크린에는 타일러 박사가 말해 준 토성 고리 포인트가 돌아오는 시간이 표시되고 있었다.
“제라드도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조금 전에 가이아와 교신했는데 준비가 다 끝났데요. 다들 지구 소식 때문에 애가 타는 모양이에요.”
“그렇겠지. 빨리 끝나야지.”
에릭은 화면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화물칸 덮게를 열었다.
그리고는 길이 20미터의 로봇팔(arm)을 천천히 움직였다.
위성을 수리하거나 우주정거장(ISS)을 지을 때 사용하는 로봇 팔은 팔에 붙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우주선 안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고, 중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는 10톤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었다.
초미세 적외선 감지기로 정확하게 목표물에 접근하였다. 끝에는 카메라가 부착된 로봇손이 달려 있었다.
제라드와 니콜라이가 외부 해치를 열고 나오는 게 보였다.
에릭이 로봇 팔을 펴자 제라드와 니콜라이가 천천히 유영을 해서 로봇팔 끝으로 날아갔다.
옆에는 로봇 툴이 날고 있었다.
“니콜라이! 스트립(strip)에 잘 고정시키게.”
제라드와 니콜라이가 허리를 숙이고 로봇팔에 발을 고정시키는 게 보였다.
“대장! 준비됐습니까?”
“오케이!”
중력 반응 수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거리가 멀었다.
“에릭! 조금 더 접근할 수 있겠나?”
“해 보겠습니다.”
“40미터… 30미터….”
그때였다. 중력 수치가 크게 올라갔다.
“수치가 높습니다! 로슈한계 밖인듯합니다.”
암석은 이제 거의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있었다.
“조금만 더….”
삐에르는 머리를 감쌌다.
에릭은 조심스럽게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제라드가 암석 쪽으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니콜라이는 숨을 멈췄다.
제라드의 손이 조심스럽게 암석에 닿는 게 보였다.
“잡았네!”
제라드가 니콜라이를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이상 없어.”
지켜보던 대원들이 박수를 쳤다.
에릭이 무선으로 휴스턴을 불렀다.
“휴스턴! 방금 암석을 잡았다.”
무전을 통해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니콜라이가 제라드에게 엄지를 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