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처럼, 영화를 기다리며...
에필로그.
《NASA & SPACE》에 실린 인터뷰 기사다.
헨리 에드워즈(NASA 총책임자)
NASA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같이 한 일입니다. 천문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 기관에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그게 저 혼자만의 바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구에 같이 살고 있으면 같이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만 그렇게 사이가 좋아 되겠습니까? 지구도 우주의 한 부분입니다. 지구도 우주라는 말입니다. 우주와 관련된 일에 헌신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토미리 존스(휴스턴, 비행감독)
이제 더 이상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라고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마침 그때 가이아호와 대원들이 거기에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관제센터를 같이 지켜준 모든 관제사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들이 끝까지 관제센터를 지켰기 때문에 가이아호가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관제센터는 우주인들을 우주로 보내고 다시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부서입니다. 아직도 많은 우주인이 우주에 나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메기 포스터(휴스턴, 통신담당·CAPCOM)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소리가 그런 일인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겠죠. 관제센터에서 엎드려 우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던데 니콜라이가 살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니콜라이를 데려와 달라고 했을 때 제라드 선장이 “이런 우라질”이라고 한 말 들으셨죠. 이미 그때 니콜라이가 있는 곳에 가 있었습니다. 니콜라이가 그러더군요 그때 제라드 선장이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니콜라이! 여기서 뭐 해?”라고요. 니콜라이 표정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여기까지 할게요. 제라드 선장이 들으면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어요.
니콜라이 알렉산드로 코비치(가이아호 대원)
그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툴’이 날아와서 내 팔을 낚아챘죠. 그 때문에 팔이 좀 아프기는 했지만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통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우주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 떠내려간 줄 모르겠습니다. 온통 암흑천지 어둠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주를 둥둥 떠다녔죠. 그러다가 통신이 되고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떠 내려간 것이 아니라 MMU를 메고 가장 멀리 유영을 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야겠죠. 기록자가 없어서 문제지만 제라드 대장과 동료들이 증인이 되어 주겠죠. 마지막 한마디 하라고 하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니콜라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제라드 무어(가이아호 선장)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NASA와 휴스턴에 있는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나사에 말해서 임무 수당을 두 배로 받아야겠습니다. 하나는 우주정거장이고 또 하나는 토성 고리를 수리한 것이죠. 설마 하나님께 받으라는 말은 안 하겠죠. 농담입니다. 정말로 우주는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작은 점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더 멀리 가면 보이지 않죠. 타이탄의 그림자가 토성 고리를 가득 덮었을 때 그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새턴라이즈가 완성되면 자주 보게 되겠죠. 지구에 돌아갔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찾을 것입니다. 대원들과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참, 부탁이 있는데 “이런 우라질”이라는 말은 좀 빼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인터뷰 기사에 그대로 실렸다). 이런 우라질!
그동안 구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욱더 좋은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생선가게(주인) -
다음은 웹소설 《악마와 검사》를 준비 중입니다.
계속 많은 '구독' 꼭 부탁드립니다.ㅠㅠ
“으··· 머리야”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술 냄새가 팍 팍 풍겼다.
내가 맡아도 인상을 찡그릴 정도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그놈의 폭탄주가 문제다.
어떤 죽일 놈이 폭탄주를 만들었는지.
소주에 양주를 섞어서 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커다란 하얀색 석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벽에 이름이 붙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한민국의 검사 189명과 일반 직원 810명이 근무하는 곳, 내가 근무하는 회사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사수하는 곳.
“니미! 뭔 개뿔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입에서 욕이 나왔다.
아침 댓바람부터 뭔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욕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지경이다.
어릴 적 내 꿈은 ‘조폭 잡는 검사’였다.
중간에 잠시 이탈한 적은 있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
검사가 되고 강력부에 근무하면서 조폭들을 많이 잡았다.
조폭들은 나를 ‘독종’이라 불렀다.
한번 물면 놓지를 않았다.
검찰청 사람들은 나를 ‘미친놈’이라 불렀다.
사람들이 어지간했으면 그렇게 불렀을까.
말 안 듣고 미친놈처럼 마구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혀들 내둘렀다. 그런 마이웨이도 없었을 것이다.
검사가 되면 법대로 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법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었고, 법대로 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법은 보기보다 약했다.
옆에는 대법원 건물이 있다.
법원 앞에 동상이 있는데 저울을 들고 있다.
아마도 공정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재판하겠다는 뜻일 거다.
과연 그럴까······.
법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법은 아는 자들의 것이고, 법을 모르면 당한다. 그게 법이다. 실컷 잡아 놓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풀려났다.
확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때마다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법 앞에 약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끝까지 검사로 남아있는 이유다.
“오늘도 간다. 나쁜 새끼들 잡으러.”
아침부터 대문 앞에서 뭔 지랄을 떠는지 모르겠다.
“검사님! 안 들어가세요?”
“어?”
혼자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불렀다.
같이 근무하는 강길준 반장이다.
검찰청 내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반장.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큰 다행이다.
나이는 나보다도 한참 많은 형님뻘이다.
“아··· 예, 들어갑니다.”
흐~ 바보같이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 같다.
정문 옆에서 경비 아저씨가 이마에 경례를 붙인다. 그러지 마시라고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으신다.
한참 아버지뻘 같으신 분이신데, 검사가 무슨 계급인가? 계급장 떼면 다 똑같은 사람인데, 아무래도 이 사회는 계급사회인 모양이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엄연히 존재한다.
사무실 풍경은 여전히 똑같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직원들은 아침부터 바쁘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장님이 찾으십니다.”
“왜? 무슨 일로?”
여직원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저었다.
‘가보면 알겠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옆방이다.
문을 열었다.
“노크 좀 하고 들어와라.”
아침부터 잔소리.
돌아서서 문에 노크를 했다.
“지랄을 한다, 지랄을.”
“아침부터 뭘 잘못 드셨습니까? 욕을 하게.”
“저 새끼···.”
반부패수사 1 부장. 고태주.
우리끼리 부르는 별명은 ‘고주망태.’
어제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같이 마신 장본인이다.
그런데 멀쩡하다. 정말 짬밥이다.
그런데 쳐다보는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아침부터 똥을 밟았을 리는 없고?
아니나 다를까.
“···오피러스건 대충 마무리해.”
“어? 왜요?”
“오피러스건 대충 마무리하라고.”
“이건 그냥 일반 사건이 아니고 금융사고잖아요?”
“나도 알아.”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검사장이 그러잖아. 대충 마무리하고 끝내라고”
“검사장이요···?”
대형 금융 사기 사건을 대충 마무리하고 종결하란다.
서울중앙지검장 곽말택.
지검장이 그렇게 하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지검에서는 지검장이 법이다.
다른 법은 없다.
“부장님. 이건 상식적으로 안 맞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그냥 딴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
“못합니다.”
“뻗치는 거야?”
“뻗치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얼굴을 보니 단단히 화난 표정이다.
평소 같지 않다.
뭔가 일이 있는 게 분명히다.
까라면 까는 게 검찰 조직 문화라는 것은 알지만 이건 아니다.
“···조사부로 다시 넘기라는 것을 억지로 막았어.”
이건 또 무슨 말씀?
대검에서 수사 배정을 받을 때 반부패수사부에서 하도록 되었는데, 그게 조사부로 넘어갔다가 다시 반부패부로 넘어온 지 얼마 되었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지시를 할 사람은 딱 한 사람. 지검장밖에 없다.
당장 지검장실로 가고 싶지만 참았다.
부장이 지검장과 다퉜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런 인상이 아닐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직원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부장실에서 뭔 일이 없었는가 하는 표정이다.
“아무 일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에 모두들 안도하는 모습이다.
대형 펀드 금융 사고가 터졌다.
전체 펀드 금액 5조 6700억 원.
정말 억 소리가 아니라 조 소리가 난다.
펀드 운용사인 ‘오피러스 자산운용’이 투자자에게 판매했던 펀드를 다시 사들이는 ‘환매’ 행위를 중단하였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 말 그대로 부도다.
증발된 돈은 무려 3조 5109억 원.
투자했던 펀드도 대부분 부실기업에 투자되었고, 횡령 의혹까지 생겼다.
오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딱 한 사람.
〈매일 한국〉엄동학 기자가 아침부터 찾아와서 괴롭혔다.
밖으로 나가자 벤치에 앉아 있던 엄 기자가 번쩍 손을 들어 아는 체했다.
“뭐가 좋다고 웃어요?”
“조사부로 다시 넘긴다면서요?”
“비밀이 없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알긴요. 브리핑한다고 해서 알았지 않습니까.”
“브리핑요?”
“공보실에서 오전에 ‘오피러스건’에 대해 중간 브리핑한다는 연락을 받고 알았죠.”
중간 브리핑?
'아직은 브리핑할 단계가 아닌데··· 수사할 것도 많은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기자들이 공보실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엄 기자가 담배 한 대를 빼 물자 옆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응?!”
엄 기자가 다니는 신문사 후배 기자가 허리를 굽히고 라이터를 켜고 있었다.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어! 언제 왔어?”
“네, 조금 되었어요.”
“그래? 실적은 좀 있고?”
“열심히 다녀야죠. 그러다 보면 뭔가 하나 걸리겠죠.”
“그래, 낚싯대는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 벌려놓고 기다려야 물고기가 빨리 물리게 돼. 기다려봐.”
“예.”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은 편이야. 우리 때는 선배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다루던지······.”
엄 기자 시절에도 경찰서나 검찰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취재했다.
기자들은 그것을 ‘사쓰마와리 돈다’고 하였다.
‘사쓰마와리’는 경찰을 뜻하는 ‘사쓰’와 ‘돈다’를 뜻하는 ‘마와리’를 합친 말로, 헤엄(취재)한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오피러스 자산운용사의 환매 중단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브리핑실을 가득 메웠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오피러스 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하여 수사에 착수하였고, 압수 수색을 통하여 컴퓨터를 비롯한 관련 피의자들의 휴대전화와 업무수첩, 문건 등을 확보하고 조사를 해서 관련 혐의를 확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피러스 자산운용의 김우식 전무와 신규사업부 유준열 부장 2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부정거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으며, 잠적 도주 중인 오태봉 회장, 홍대길 사장, 방학도 전무에 대해서는 계속 소재를 파악 중이며, 법무부에 출국 금지를 요청하였습니다.
이들은 개인과 법인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투자하겠다며 5조 670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이번에 환매 중단된 금액 3조 5109억 원 대부분을 부실기업에 투자 또는 횡령한 혐의입니다.
이상으로 오피러스 자산운용의 환매 중단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펀드 사건이 터진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수사가 부진했던 이유는 뭡니까?”
“중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초동수사가 늦은 것 아닙니까?”
“오피러스 관계자들과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와의 공모는 혹시 없습니까?”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브리핑을 마친 공보실 담당 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발표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는 서둘러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기자들의 푸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암! 그동안 뭐 하고 이런 수사 발표야.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엄 기자가 물었다.
“이번 사고가 정치권과 닿아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모릅니다.”
“모르긴? 담당 검사 아닙니까??”
베테랑 노 기자의 촉을 어떻게 막을까?
더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건 암묵적으로 맞다는 뜻이다.
뭔가 큰 게 걸린 것 같았다.
대물이 아닐까?
그런데······
위에서 줄을 끊으라고 한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되려고 하는데 차에서 내리고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외압이다.
외압은 청와대에서 넣기도 하고,
정치권에서도 외압을 넣었다.
조용조용하게 부탁하는 것은 양반이다.
직위를 들먹이면서 고압적으로 나오는가 하면은, 협박도 마다치 않았다.
그래서 그 부탁, 그 협박에 굴복하다 보면 썩는 것이다.
‘법은 있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나 차동우라는 인간은 그런 것을 무시한다.
흔히 말하는 대통령 할아버지, 할배가 아니라 사돈 팔촌이 말해도 안 통한다.
그런 말 꺼냈다가 무시당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전화기에 대고 부장 바꿔, 검사장 바꿔라 말했지만 모두 무시당했다.
수사는 내가 한다. 꼬우면 자르던지.
선배고 친구고 입만 열면 로펌으로 오라고 꼬셨다.
“여기 오면 좋아. 수임료도 괜찮고, 허드렛일 안 해도 되고. 금이야 금.”
“그래서? 거기 가봤자 사람들 입맛에 맞춰서 일해야 하는데 나하고는 안 맞아.”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거잖아. 그렇게 고집 세울 필요 뭐 있어?”
“괜찮습니다. 여기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쯧쯧’ 모두 혀를 찼다. 보기에 딱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나쁜 놈들 잡으려고 검사가 되었는데, 나쁜 놈들 수발을 들 수 있나?
뇌물을 뇌물이라 하지 않고, 나쁜 짓을 나쁜 짓이라 하지 않는데 그게 할 짓인가?
그러려고 법대 가고 법을 배웠는가?
그럴 때마다 더 오기가 생겼다.
부장실 방문을 열었다.
돌아서서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야!!”
고함이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기가 안 찬다는 표정이다.
“이번 일은 제 손으로 끝까지 하겠습니다.”
무슨 개선장군이 하는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묵묵부답. 부장은 말없이 쳐다보았다.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르지만 여기는 엄연히 직장이고 회사다.
“이대로 종결짓고 끝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선량하게 피해 본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퇴직금 날리고, 결혼자금 날린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할아버지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영희도 철수도 사돈팔촌도 있습니다.”
“그래서? 네가 지금 그 사람들 천사가 되어 주겠다 이거야?”
“천사가 아니라···.”
“정신 차려 새끼야. 네가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가 있어. 법이 다가 아니란 말이야.”
“그러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냥 내버려 두자는 말입니까?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야!!”
아마도 나만큼 부장 속을 썩이는 인간도 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 주시고, 그때 안되면 포기하겠습니다.”
위이잉- 위이잉-
부장이 입을 벌리고 말하려는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예. 차동우입니다.”
-오피러스건 때문에 꼭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예? 오피러스 건이라고요? 누구시죠?”
-그건······.
(······)
“네. 알겠습니다.”
전화 목소리는 약속 장소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지?’
‘왜 하필 이런 곳에서?’
시내를 벗어나 한참을 달려 어느 외진 곳에 차를 세웠다.
처음 와 보는 곳. 주위는 어두웠고 수풀이 가득했다.
주소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주소는 분명히 가르쳐 준 곳이 맞았다.
내비게이션이 표시한 장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여기서 무슨?’
핸드폰 화면을 열었다.
아무 표시도 없었다.
전화를 걸까 생각하다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쓱 고개를 당겨 룸미러를 쳐다보았다.
어두움 속에 뭔가 희미한 게 보였다.
그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 뭐야?’
뒤를 돌아다 보······.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 튕겨져 날아갔다.
몸이 요동치면서 눈앞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끊어질 듯이 아픈 고통이 밀려왔다.
조용했다.
깨어진 창문 밖으로 밤하늘이 보였다.
별이 빛났다.
‘조심해!’ 하던 고부장 얼굴이 생각났다.
‘낮에 만나지 않고 말입니다’ 하면서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강반장 얼굴이 떠올랐다.
몸에 힘이 빠졌다.
하아 ---
그게 내가 들었던 마지막 숨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