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주도적으로 일해도 회사가 인정해주지 않나요?
내가 진짜 이 돈 받고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 놈의 회사.
내가 없어져야 소중함을 알지.
왜, 회사는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안 알아봐주는 거야?
회사 동기가 너무 힘들다며 나를 찾아와 하소연 한 적이 있다. 본인은 정말 최선을 다하는데 팀장님이나 회사가 그만큼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본인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일들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동기의 상황과 말이 너무 공감갔고 왜 회사는 이 친구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인지 리더십은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화가 났다.
당신은 정말 주도적인 인재가 맞나요?
그러다 같은 문제에 대해 동기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두 사람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동기의 말만 들었을 때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일이 양 쪽의 입장을 듣자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동기의 말도 이해가 갔지만 팀장님이나 회사에서도 왜 동기를 그렇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지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동기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담을 했다. 다른 문제들보다 이 문제가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던 것은 개인은 개인 대로 인정받지 못해 괴롭고 조직은 조직 대로 인정해줄 수 없어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개인과 조직 중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에 잘못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상담해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서 개인 스스로 내가 정말 주도적인 사람이 맞는지 점검해보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개인도 성장하면서 인정받을 수 있고, 개인이 최선을 다했지만 조직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통, 스스로는 주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직의 생각과는 다른 경우들은 아래 케이스에 해당하곤 했다.
첫째, 부산에 가자고 했더니 열심히 평양을 향해 뛰고 있지 않은가?
HR 실장님이 리더 입장에서 최악의 팀원이 누구인지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다들 "이기적이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실장님의 답은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뛰는 사람"이었다. 열심히 뛰지 않더라도 방향이 맞으면 조금 더 빠르게 가는 방법을 알려주면 되는데, 아예 다른 방향으로 뛰는 사람은 다시 잡아와서 올바른 방향으로 뛰게 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시간을 더 투입하면서, "나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노력의 방향이 올바른지 스스로 계속 생각해보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주도적인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안 풀릴 때 같은 방식으로 더 노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스스로 이 방향이 회사가 생각하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확신이 없다면 열심히 뛰기만 하는데 쓰는 노력의 방향을 다르게 써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맞는 방향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둘째, 책임을 다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는 게 주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어떤 카페의 사장님인 당신은 얼마 전 주도성씨를 고용했다. 도성씨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당신에게 20대 고객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메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한편, 본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도 자발적으로 우리 카페에 대한 후기를 써서 당신에게 검토를 부탁하고 있다. 도성씨는 스스로 얼마나 주도적인 사람인가를 생각하며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후기를 쓸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있다.
도성씨는 당신의 입장에서도 정말 주도적인 인재일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도성씨는 카페 내부 환경의 위생과 청결을 담당하고 관리하기 위해 선발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도성씨가 원래 책임인 위생과 청결 관리에는 시간을 쏟지 않고. 아이디어를 고안하거나 후기를 작성하는 등에만 시간을 쓰고 있다. 카페의 위생과 청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카페는 구 시가지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젊은 고객보다는 40~50대의 고객들이 보통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 경우에도 정말 도성씨는 주도적인 인재라고 볼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서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이를 주도성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들만 열심히 몰입하는 것을 주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조직 내에서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결코 주도적인 인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셋째, 내가 생각하는 주도성의 수준이 조직이 생각하는 수준과도 일치하는가?
대부분 주도성의 기준을 조직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히 주도적이지". "원래 이것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것도 하니까 나는 주도적인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생각하는 수준과 조직이 생각하는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개인은 충분히 주도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 조직 입장에서는 당연히 역할 범위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많은 것이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개인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조직과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동상이몽을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조직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세 가지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변을 했을 때 문제가 없다면 조직의 문화나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조직 역시 개인이 주도성을 잘 발휘하고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방향과 목적을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조직이 원하는 방향이나 역할과 책임 범위와 맞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서 알려주고 협의하여 개인 스스로 방향과 역할 범위를 올바르게 잡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대하는 수준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합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놈의 회사, 그냥 돈 받는 만큼만 해야지"라고 말은 하면서도 스스로의 꿈과 목표, 그리고 책임감 때문에 주도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사람들이 가진 선한 의도와 좋은 에너지가 주도성으로 잘 발현되어 더 성장받고 인정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1,000명 정도 규모 회사에서 HRD와 조직문화를 5년, 현재는 2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조직문화와 기타 등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과 관련한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