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을 중시하게된 찌든 30대 신포도
(2020년 여름 작성)
눈빛을 보면 난 알수가 있어. 아무런 말도 필요치 않아~♪
김건모 노래 중에서 <첫인상>을 제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성이든 인간적인 만남이든 첫눈에 반해버리는 상황은 믿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주변 환경이 자주 바뀌고 계속해서 뉴페이스를 마주해야했던 나로선 한정된 정보로 사람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너는 첫인상이 안좋았는데 지내다 보니 진국이다, 라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어떤 반응을 원하고 그런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찜찜하지만.
한술 더 떠서 첫인상이 너무 완벽한 사람은 의심부터 하고 본다. 그간 쌓아온 경험 빅데이터의 산물로 내가 사람을 보는 기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초면에 지나치게 살갑게 대하는 사람은 흔히 세 종류다. 종교활동하는 신자, 사기꾼, 애정결핍.
요즘 시국에 이미지가 좋진 않지만 낯선사람도 언제든 우리편으로 이끄는 열린 문화가 기본 장착된 종교인이 셋 중 가장 순한맛이다. 전도문화가 강한 개신교가 높은 비율이다. 이들은 가장 순수한 방법으로 사근사근함을 학습한 인간유형이다. 어느정도 견딜 수 있다. [스킬 획득: 웃는 낯으로 에둘러 무시하기]
두번째는 다단계 판매부터 크고작은 사기까지 눈속임이 필요하기에 작정하고 웃는 가면을 택한 사람들이다. 필요하지 않은 도움을 미리 줄 때 조심해야 한다. 10년 전에는 이런 사람을 해외에서 만나 거하게 뒤통수를 맞는 바람에 한동안 남의 호의는 절대 거저 받지 않게 되었다. 지금 정도 나이를 먹으니 미리 차단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스킬 획득: 말귀 못 알아 듣는 척, 철벽치기]
마지막은 극 불호하는 인간유형, 이기적인 애정결핍이다. 이들은 곧 죽어도 당장 니편내편 나누고 간봐야 해서 대체로 첫인상 관리를 그렇게 열심히 한다. 남의 비위를 기가막히게 잘 맞춰주다가 언젠가 본인의 심사가 뒤틀리면 자연스럽게 이간질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도 보통 그러고 다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갱생의 여지가 없다. 높은확률로 뒷담과 귓속말을 좋아한다. 정치 종교 스포츠 취향이 다 같아도 성격이 이러면 싫은 티를 내서라도 멀리 도망간다. 호불호에 대한 글이니만큼 나의 불호를 직설적으로 표현했으니 반박은 언제든 환영이다. [스킬 획득: 더러운 첫인상]
잔기술 필요 없이 적당한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인간관계가 좋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사람의 인생, 세계,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존중할 준비가 필요하다. 나도 반성해야겠지만 누군가와 진정 친교를 쌓고자 한다면 알량한 몇 초의 느낌가지고 그사람을 단정하는 경솔함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섣부른 판단은 그사람이 쌓아온 인격에 대한 실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