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는 무슨, 그냥 박사다.
Dr. Kim, Contratulations!
지도 교수님의 축하의 말에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고 싶었다.
예전에 지금 순간을 상상할 때면, 그동안의 고생들과 기쁨이 주마등처럼 지나며 눈물샘을 두두둑 자극할 것 같았는데, 그럴 힘조차 없었나 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의 논문 심사위원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 먹으며 회포를 풀기로 했다. (집에 보내주세요...)
2025년 봄. 나의 박사 디펜스와 잡마켓이 이리저리 뒤엉킨 채 나의 멘탈은 이미 저 구름 위로 날아가고 없었다. 노오력이 혹은 주운비가 부족해서인지, 정말 하루하루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흘렀다. 지도교수님은 워낙 꼼꼼하시고, 빨리빨리 피드백을 주시는 편이라, 그 속도에 오히려 내가 따라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밤이 많았다. 행복한 고민이지 뭐. 그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 피드백이 한참 걸려서 괴로워하는데, 나는 너무 빨라서 걱정인 것.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아 내가 정말 준비가 덜 되었구나, 내가 능력이 참 부족하구나.' 재밌는 건, 진짜 쫄 릴 때에는 이 생각마저 들지 않고 하나하나 빨리빨리 쳐내기 급급하다. 어쩌면 교수님이 나의 성격을 잘 알아서 그런지, 풀어줄 때는 풀어주시다가도, 이럴 때는 한꺼번에 몰아치신다.
내가 그동안 집중하던 연구는 학위논문과는 다른 궤적을 가진 것으로, 아주 별개의 것이었다. 사실 통상 본인의 학위논문 챕터를 잡마켓 페이퍼로 들고 가고, 거기에 다른 챕터를 얹어 논문을 완성하는 식인데, 어쩌면 내 욕심이 이런 화(?)를 불렀는지도.
4월 첫 주의 디펜스 직전 3월은 정말 지옥과 같았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중간중간 나의 실수가 발견되어 다시 교수님께 바뀐 결과를 말씀드려야 할 때에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테이블이나 그래프는 다시 그리면 되는 건데 (사실 이것도... 중간에 숫자들 바꾸는게 여간 귀찮은 일이다...), 교수님께 내가 틀렸다고 말씀드리면서 하아... 난 안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보통 2주 전쯤까지는 심사위원들에게 마지막 버전을 보낸다. 겨우 겨우 원고를 보내놓고 한숨 쉬고 싶었지만, 발표 준비를 하면서 심사위원들이 보내주는 피드백과 질문들을 그때그때 반영해야 한다. 질문들은 역시나, 흠 이런 건 물어볼 수 있겠네? 했던 것에서부터, 지금 상태로는 손을 쓸 수 없는 것까지 매우 다양했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 그 질문들에 조리 있게 대답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나의 최선이다.
마지막주의 나의 마음은 매우 요동치고, 불안했다. '이렇게 다 준비하긴 했는데, 디펜스 과정에서 날 떨어트리면 어떡하지' '자꾸 기간을 어겨서 드래프트를 드렸던 내 behavior에 교수님이 매우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등등... imposter 가 아주 제대로 씌었다.
5년 동안 잠깐잠깐 당연하게 드는 '하아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이 급 너무 심각해지는 느낌이라 집을 뛰쳐나왔다. 집에만 있다가 정말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라. 나의 불안과 답답함을 다스리는 방법은 그냥 무작정 공원을 걷기인데, 마지막 일주일 동안엔 하루에 3시간 이상 공원을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에이씨 몰라, 그냥 해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았는데, 참 이게 어렵기도 했다. 재미있던 건, 최종 디펜스 전 proposal defense (초안 디펜스)를 하는데, 그때는 커피랑 도넛도 준비하고 그런 여유(?)를 부렸는데, 최종 심사 때는 그럴 시간과 정신적 여력도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냥 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려놓고, 그냥 무사히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비판은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그 부분을 포착하지 못했는데, 참 좋은 의견입니다.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를 반복하며, 마무리하였다. 생각보다, 그래도 그래도 좋은 피드백들이 많이 들어와 순간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 잘 입지도 않던 수트를 입고 더워 죽겠다를 연발하며 발표장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다가, 지도교수님의 부름을 받고 들어가 최종 결과를 받아 들었다. 박사가 된 순간이었다.
재미있는 건,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최종 제출까지 수정사항들 백만 개가 기다리고 있다. 거의 새로운 논문을 쓸 정도로 데이터에 추가해야 할 것들과 삭제하고 채워 넣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교수님은 웃으며 좀 쉬라고 했지만, 결국 그다음 주 월요일 (디펜스는 금요일이었다) 바로 나를 불러서 수정사항들을 지시하셨다.
그 뒤로 수정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지 기억도 안나고, 사진조차 찍지 않았다. 그 2주 남짓한 수정의 기간 동안 정말 잠도 줄이고 모든걸 갈아 넣었던 것 같다.
사실 그래도 별로 시원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뭔가 부족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더 긴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도 찝찝하거나, 부족한 것은 투성이일 것이다. 결국, 일단 마무리 하고 move on 하는 것, 그게 중요했던 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숨이 꼴깍 넘어 가는 고개를 겨우 겨우 넘으며 일단 마무리를 잘 하였다. 40년 가까이의 내 인생에서 항상 숙제였던 "마무리를 잘하기"를 이제 정말 잘 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 마무리 자체가 일단은 나름의 전문가로서의 '인증'을 받은 것 아닌가. (아직 시작입니다... 암요...)
무튼, 닥터 킴이다. 척척박사는 절대 아니고, 그냥 박사. 호칭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