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다.
30세에 회사 취직을 했고, 40세에 연구자/교육자로서 또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50세에는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최근 10년의 약속을 지키는 여정을 다룬 다큐 3일 '어바웃 타임' 특별편성을 보았습니다. 촬영 중 우연히 한 약속과 다짐을 10년 동안 간직하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정을 보여주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음에도,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그때의 나는 어땠는지, 지금의 나는 그때의 열정과 다짐을 얼마나 성취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도 그런 마음이었겠지요.
생각해 보면, 딱 10년 전 지금 직장생활이 즐거웠지만, 마음 한 구석 나의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 1-2년 유학준비를 할 때에는 딱 끊겨버린 월급, 그리고 주변의 '두고 보자' 식의 시선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잘 되지 않았던 영어공부 등으로 참 괴로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처음 겪어 보는 '백수'의 시간, 아무 조직에도 속해있지 않았고, 괜한 불안함에 잠을 잘 못 이룬 적도 많았습니다.
심리상태도, 재정상 태도 모두 바닥으로 내려가봤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 잡기가 참 어려웠던 그 시기, 나를 살려준 책들과 고마운 사람들 덕에 그나마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들은 '곧 마흔'에 시작한 유학생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2020년 여름 유학을 나오며, 다른 건 다 됐고 혼자 나온 것도 무서운데, 그냥 일단 "목숨만 부지하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공부도 물론 최선을 다하지만, '생존'에 방점을 찍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아주 고독하게 홀로 지낸 시간이 만났지만, 이전의 동굴 생활을 통해 일단 버티기만 하면 그래도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며, 나름 그 홀로의 시간을 나에게 좀 더 집중했던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학생이 되고, 지식의 밑천을 드러내는 박사과정을 지나오며,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유학 첫날 녹스빌 공항에 내리자마자 총을 보이게 차고 있는 사람들의 인심 좋은 웃음에 놀랐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변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흔히 한국사람들이 아는 미국은 뉴욕, 보스턴이나 LA, 샌프란시스코 등 동서부의 "외국인들이 많이 어우러져 국제화된" 도시들의 삶이었지만, 제가 살았던 딥사우스의 테네시는 아주 다른 곳이었고, 오히려 대부분의 미국은 그런 대도시와는 매우 상반된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직 정치학자이자 현직 경영학자로서,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경험, 그리고 이런 큰 변화들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소화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아마도 조금은 늦었지만 항상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저는 아직도 계속 배워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박사과정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교수가 될 수 있다 하는 조언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저 제가 느낀 순간순간의 감정의 출렁임과 놀라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너무 뜨문뜨문이고, 또 많지도 않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했던 미국 박사 유학과정을 이 시리즈를 통해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박사과정을 끝내니, 또 다른 시작이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학생이라는 방패도 없고, 독립적 연구자/교육자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찬찬히 꾸려가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잠깐 지쳤던 마음을 다 잡고 10년 뒤의 모습을 기대하며 연재를 마무리해 봅니다.
이제 마흔, 또다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