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해봐도 어렵고 힘든 과정
또 Rejection 메일이 왔다. "we regret..." 어쩌고.
같은 전공의 아카데믹 취업정보를 올리는 구글 Doc에는 서로의 rejection 여부를 공유하며 받은 메일이 'canned' (마치 통조림 백만 개를 찍어낸 것 같은), 'personalized' (선발 커미티에서 나름 1:1로 통보하는), 'kind' (좀 더 친절하게, 아쉬운 마음을 담아낸, 분노가 덜한...) 이런 식으로 그 메일 보내는 학교가 어느 정도의 센스와 사려 깊음이 있는지를 언급한다.
사실 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며 메일을 개인화해서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긴 한데, 그래서 단체 메일이더라도 문구를 어떻게 정하는지가 그 회사의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무튼,
이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그리고 누가 어디에서 오퍼를 받았다더라 하는 내용을 마주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갈 곳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암세포처럼 퍼져나간다.
줌 인터뷰를 거쳐 직접 그 학교에 방문해서 12명이 넘는 교수들을 1:1로 만나고, 내 연구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오 그래도 기대해 봐도 좋겠는데?" 하는 기분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결국에는 오퍼를 받지 못한 적도 있다. 이제껏 여러 선발과정을 경험하기도,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쓰리다.
나이가 좀 차서 공부를 하는 것이 이런 과정에서 아주 조금 도움이 되는 것이 있긴 하다. 잘 되지 않더라도 내가 당장 망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내 삶이 괴로워진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 망하지만은 않고 한 군데는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긴 터널이 지나면 그래도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과거 경험들이 있으니.
여전히 그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홀로 유학을 와있고 모두가 힘들고 바쁜 유학생 커뮤니티에 있다 보면 가끔 넋두리를 하는 것조차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한국을 다녀왔는데, 당당하게 어느 학교 교수가 되었노라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못해 가는 비행이 안에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너무 죄송해서.
나이를 별 신경 쓰지 않지만, 한국에서 같은 또래 친구를 만날 때는 가끔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물론 나의 선택이 나에게 더 맞는 것이고, 롱텀으로 더 좋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조직에서도 관리자의 역할을 똑똑하게 해내는 모습들을 보며 괜히 뒤처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물론 가끔 결혼생활의 고충 어쩌고 할 때는 자유로운 내가 위너인 느낌이 살짝 들긴 한다 :)
무튼, 여러 복잡한 감정과 터널을 지나는 지금의 순간에서의 이 기록은, 어느 정도 잘 될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나중에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이 좀 더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실 뭐, 잘될 거니까 :)
마음의 어려움들이 그동안의 기록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들을 꾹꾹 잘 눌러 담고 관리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보려 한다. 그 터널의 끝이 어떤 빛깔이든 간에 그 새로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