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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Jul 13. 2024

비련의 남주인공인 척

(번외) 뇌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네 







구독자수 100명을 기념하며 글을 올립니다.


많은 관심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가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시점에 제일 어이가 없는 게 뭐냐면, 전남편 될 인간은 시모 뒷구녕에 숨어 들어와 퇴근하고 밤 9시에 들어와 3달 째 자기 대신 일하느라 피곤해 죽을 것 같은 나에게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무드등을 켜고 이 노래를 1곡 무한반복으로 잔잔하게 틀어놓고, 분위기를 잔뜩 잡고 있었다. 뭐야, 왜 저래? 꼴도 보기 싫고 그냥 들어가 자고 싶었지만 일단은 소파에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그는 "차분하게"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나에게 이혼을 해야 하겠다고 말을 했다. ? 이게 잠적하고 2달동안 놀러다니며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요청한 적도 없는데 굳이 자기가 술을 사서 상간녀가 사는 집에 가겠다 드릉드릉하고, 상간녀랑 산책하고 적극적으로 밥 사주고 지 자취방에 상간녀랑 단 둘이 같이 있으면서 가정을 기만하고, 그러면서 애들이랑 영상통화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 놈이 뱉을 이야기야. 



싹싹 빌지는 못할 망정. 나는 너에게 수 없이 화가 많이 났지만 상처주기 싫은 마음에 8년의 결혼생활 동안 이때까지 이혼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지 않고 참은 거야. 나는 내가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낸 건, 정말 진심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난 이때까지 죽고 싶었는데 이혼하자고 말한 후 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거고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내가 뭐라건 그는 울면서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면 자기는 이 집을 떠난다고. ? 내 말 듣긴 했어? 대체 무슨 맥락인건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바람이 나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야. 그냥 바람이 났고, 자기는 새 사랑을 하러 떠날 테니 애들 잘 부탁한다. 아이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깔끔하게 책임지겠다. 그러지, 등신아.



난 그러면 화를 충분히 냈을 거고 어차피 돌이킬 수 없으니, 아 씨바 잘못 걸렸구나.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을 거다. 자꾸 입으로 똥을 싸길래 내가 얘기 끝났으면 들어가겠다고 하니, 자긴 좀 더 앉아있겠대. 그리고 세상 슬픈 남주인 양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쉬면서 한참 울었다. 근데 대체 저 노래를 왜 틀어 놨냐는 거다. 그 와중에도 잔머리 굴려서 아름다운 이별인 척 하고 싶었니? 개새끼 되긴 싫고?
















니 저기. 있잖아






심신 수양을 못 해가지구..


인간이 덜 됐고 


감정이랑 고추가 앞서서


바람을 핀 건 너야. 







어디서 어쩔 수 없는 척 울고 있어.


무슨 궁상이래 저게.














그런 거 아닌가. 이 시점에서는, 자기가 바람 피운 거 안 들킬 자신이 있었겠지. 그러니 나를 너무 사랑하지만 자신에게 먼저 이혼하자는 단어를 내뱉었으니까 우리는 헤어져야만 한대. 이렇게까지 과대 포장을 하면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연기로 덮고 퉁 치려고 했다고? 야, 니가 이혼하자는 말 너어어어무 들을 만 했어. 부부간 싸울 때 마다 이혼하자고 하는 사람 진짜 많아. 근데 난 억쑤로 참고 산, 보기 드문 상여자야. 근데 또 속여?



그리고 그 날부터 남편은 집에서 3주 정도 맨날 울었다. 걸어다니면서도 울고, 방 안에서도 울고 있고. 아 진짜 봐주기 힘드네. 왜 저러나 싶었다. 야. 애 보는 앞에서 말도 없이 배낭 싸서 나가는 니 무단 가출 때문에, 애가 "아빠는 어디 가요?"라고 말을 물을 때 마다 대답해줘야 하는 것도 나고, 상간녀랑 데이트하느라 돈 안 주니 생활고에 시달려야 하고, 응? 자나깨나 밟히는 상간녀 생각에 애들 보긴 하나, 울어야 하는 건 나거든? 



한국에 와서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니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한 건지 와 닿기는 하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인정하는 건 너무너무너무 무섭고. 자기가 저지른 잘못 때문인지 한 집 사는데 내 눈을 못 마주쳐. 상간녀와 정조를 지켜야 하니까 나랑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휴대폰도 새로 사고 막, 화들짝 놀라면서 숨겨. 나 니 엄마 아니야.. 너무 찌질해서 새로 산 휴대폰 잘 어울린다고 당당하게 들고 다니라고도 말 해줬다. 







그러고 3주 지났나. 죄지은 느낌도 잠시다. 


악마의 뻔뻔함이 시작되었다. 


미안함도 사라지고 당연해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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