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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Aug 13. 2024

2010년의 작업노트 4

보물창고 오픈 마지막














- 6월 6일     


  요즘 들어 계속 그렇지만 전날 기분이 좋지 않아 조금 늦게 나왔다. 왼쪽 은은하게 들어가는 부분을 거의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왼쪽을 그리기 시작했다. 왼쪽의 나무 기둥과 언덕을 그렸다. 사람을 다듬고 다 그려냈다. 조춘도 상단을 그리고, 전체를 봤을 때 집의 지붕표현이 잘 된 것 같지 않아 손을 보고 전체적으로 물과 연한 먹으로 우려내는 일, 윗부분의 진한 먹과 주변부가 잘 조화되도록 그렸다.     


  날씨에도 영향을 받고, 그늘 진 자리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기분을 좋게 하려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그늘 진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화판의 위치를 바꿨다.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에게 최대한 맑은 정신과 맑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그림만을 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6월 7일     


  그림 검사가 있는 날이다. 윗부분을 정리하고, 마지막 완성을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 자꾸 부족한 곳, 해야 할 곳이 보였다. 완성의 전제조건은 "스스로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것과 전체적으로 완성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전체에서 부분을 보았을 때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고 생각했다.      


  밑부분의 돌은 꼼꼼히 시작했으나 마무리가 꼼꼼하지 못해, 보다 더 꼼꼼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상단을 제 1 중심 맥처럼 진한 먹으로 그리지 않았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공간감이 나왔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또 다시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다음 그림부턴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깊은 교훈을 얻었다고 느꼈다.     


  상단의 새로 생기는 봉우리와 집 밑의 돌 부분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왼쪽 중간부분의 은은한 원경의 언덕처리가 되지 않았다. 제 2맥을 받쳐주는 돌 부분의 마무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가장 열심히 하던 때보다 조금 나태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항상 조춘도 앞에 설 때 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림은 감정적이면 그릴 수 없다. 그림을 그릴 때는 나는 내가 아니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우 냉철하게, 이성적이게, 붓 한번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춘도를 임모하며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한계점을 속 시원히 긁어냈고 궁금했던 점도 많이 알게 되었다. 부족함이 많고, 시한 내에 완성하지 못했기에 부끄럽지만 꼭 완성할 것이고 이 다음 그림부터는 조춘도를 통해 느낀 여러 부분을 통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09년의 셀프 총평 :  가장 중요한 조춘도의 한계점을, 아직 눈이 정확히 트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눈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교수님의 과제였음. 위대한 그림을 어떻게 나서서 한계점을 이야기한다고 까불겠.. 덜덜) 먼저 조춘도는 목적을 가지고 주문에 의해 제작되었고, 당시의 특정 계급의 취향을 반영한 그림이라고 느껴집니다. 또한 곽희 스스로가 지닌 계급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계급과 현실을 반영한 는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체적 그림의 은은한 분위기와 공간감. 배치 등이 매우 훌륭하고, 그 옛날 옛적의 그림임에도 현대의 감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그림, 유물 등에 비해 너무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과거의 나 소환좀) 또 꼼꼼하게 그려냈지만, 과합니다. 너무 치밀하게 짜여진 그림이며, 그림 속에서 여러한 기법이 구사되는 것 없이 그렸기 때문에 은은하고 통일성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지를 가지고 애써 그림을 읽으려 하는 사람에게만 다가간다고도 느껴집니다. 


  처음 이 그림을 대면했을 때, 산의 형상이 마치 용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맨 윗부분의 봉우리를 좀 더 연하게 그리고, 가장 중심의 봉우리가 좀 더 진해지며 오른쪽의 봉우리들은 한 톤, 한톤 단계적으로 옅어졌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 조춘도는 굉장히 비슷비슷해 보이는 먹색에 공간을 비워둠으로서 공간과 공간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데, 먹색의 미묘한 차이로서 좀 더 확실한 공간감이 나타나게 만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천한 제가 읽어내지 못한 조춘도의 한계점이 많겠고, 차마 속에 담아두고 꺼내어 써놓지 못한 부분들도 굉장히 많지만 앞으로 스스로 인정하는 완성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스스로 조춘도를에 대한 생각을 더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조춘도를 그리면서 그림에 대한 태도,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의 그림에 좀 더 발전이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좋은 배움을 얻을 기회를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그림속에서 즐거운 2010년의 나 







아쉬웠던 거.

다 해 봐야겠다.


야작했던 나. 기록했던 나.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 


작업실도 구했단다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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