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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Sep 25. 2024

결혼기억일



그렇지, 결혼을 했었다.



형사고소 재판이 있었다. 그 날 아이들 등원을 시키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변호사 님을 기다리면서 올해 결혼 기념일에 혼자 마시려고 이마트에서 와인을 구경하면서 카트에 담았다. 내가 좋아하는 멜롯.


친정엄마가 주고 간 상품권 30만원. 무엇을 살까 돌아보다가, 그만 시간이 넘어 변호사님께서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셨다. 뜨악. 계산 줄이 길었다. 허겁지겁 카트에 있던 물건을 돌려두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기념하려던 기념일이 아니라 한참 지나서 돌아보니 아는 언니랑 애들 일상 이야기 하면서 넘어갔던 날이, 아무 날도 아니게 지나간 날, 이천십몇년의 어느 날, 결혼을 했던 날이었다.



결혼 기억일.

그리고 이제 기억에서 사라질 일.

기억에서 망각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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