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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Nov 05. 2018

완전히 개인적인 배우자 고르는 방법

나와 같이 갈 사람을 고르는 법

결혼할 상대를 고르는 법

저야 이미 다 늙어서 포기한신경쓰지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어쩌다 보니 친구들, 형님들, 누님들 결혼문제 해결사 비슷한 사람이 되어있어서 (왜?) 배우자 선택, 결혼에 관한 화제를 자주 접하고 상담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최근 제 주변에서 핫 한 주제는 결혼할 상대를 고르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오늘 쓸 주제도 남자, 여자 상관없이 배우자를 고를 때 고려하면 좋을 점에 관한 방법론입니다.


물론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과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본인의 상황과 사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글은 참고자료로만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자 그럼 배우자는 어떻게 고르느냐? 어떤 사람을 찾느냐? 저는 아래 네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 사람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인가

합의점을 찾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인가


이 세 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이며, 경영을 위해선 공동 CEO인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CEO를 고쳐 쓰지는 않죠? CEO에 맞는 경영을 하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몰라서 배우자를 못 찾거나 결혼에서 삐그덕 거립니다.



한쪽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 사람


좋은 배우자는 한쪽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얼핏 보면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생각 외로 많은 커플, 부부가 상대방에게 책임을 던지는데 능수능란(?)합니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 설명할게요. 요즘 시대는 40대에 직장에서 모가지 당한다고 하죠. 정확히 말하면 40대부터 기업이 요구한 성과를 맞추지 못하면 바로 해고되고, 늦어도 50대가 되면 회사에서 나와야 합니다. 이미 명퇴연령은 51세로 내려간 상황이라고 하지만 모 중공업에서는 사업 부진으로 인한 일괄 구조조정으로 38세 영업사원을 백수로 만들었고 모 IT기업은 입사 3개월 된 사람을 보직발령(=사실상 퇴사) 냈으니 51세만 믿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미 한 직장에서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세컨드 라이프, 투 잡, 평생직업(직장 아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어요. 


자 그런데 어떤 한 남자가,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쳐요. 그런데 부인 왈 "이제 우리 집 어떡해!"라고 한다면? 


이건 특정 성별을 비하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가정에서 여성이 직장이 없는 건 흠이 안되는데 남자가 직장이 없는 건 굉장한 흠이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그 비난은 남자에게만 몰리게 돼요.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이나 주부 커뮤니티에 남편 실직했는데 이제 어떡하냐고 묻는 것은 거의 단골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구조 조정당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같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아닙니다. 이는 부담을 한쪽에게만 지우는 폭력이에요.

부부는 공동 운명체거든요


부부에게 닥쳐온 위기는 부부가 같이 짊어져야 합니다. 설령 남편이 승진해도 본인이 직장을 그만두면 가계사정은 각박해지게 돼요. 하물며 남편이 구조조정을 당했으면 남편을 비난할게 아니라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거나 가계 수입이 0이 되는 상황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우선 내가 아르바이트를 찾을 테니 그동안 재취업처를 찾아라라는 말이 정답이에요. 만약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이후엔 정말 부부관계 회복이 힘들어집니다. 


좋은 배우자는 한쪽에 책임을 지우지 않고
가정을 같이 짊어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는 가정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는 말과 같죠. 남자든 여자든 가계에 관련된 책임은 같이 지고, 퇴사, 전직, 이직, 유학 등은 부부 다른 쪽과 반드시 상담해야 합니다. 한쪽에게 이제 어쩌냐고 묻는 것은 나는 이 위기를 책임지기 싫으니 당신이 알아서 해결해라, 난 힘든 것 싫다는 소리죠.


부부는 한쪽의 행동이 다른 쪽의 삶의 영향을 주는 공동책임자입니다.
위기는 같이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그럼 어떻게 찾을까요? 뭐 보통 여행을 가거나, 데이트할 때 힘든 상황이 터지면 드러납니다. 서로 간의 추억을 같이 극복하려 하지 않고 무리한 고집을 부리거나 한쪽에게 짜증을 내거나, 한쪽에게 책임지라고 던지거든요. 은근히 여행지에서 여자에게 소리 지르는 남자나, 힘들다고 남자에게 짜증 내는 여자가 많이 보입니다. 뭐 미리 알 기회가 있었으니 다행인 건가요?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인가


보통 결혼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가정환경이 비슷하고, 가정의 경제력과 학력, 직장이 비슷해도 둘의 삶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상대를 고를 때 무의식적으로 표준화된 사람을 찾습니다


의외로 결혼은 어떤 사람하고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씨/**양 같은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떠어떠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클리어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해요. 예를 들어 외모 기준, 수입 기준, 직장 기준, 취미 기준 등이 그 예죠.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기준을 너무 고집하다 보면 괜찮은 인연이 나타나도
기준에 맞지 않다며 거를 확률이 높습니다.


제 주변에도 많거든요. 연상녀라고 거부한다던가, 남자 수입이 일정 연봉 이하라고 거부하는 등. 하지만 정작 표준화된 사람을 찾으면 다른 문제가 터집니다. 바로 그 표준이 감정싸움에 옮겨 붙습니다. 그 나이에 그것밖에 안 모았냐던가, 친구들은 다 집 샀는데 왜 너만 못 샀냐라던가? 하다못해 왜 남자가 힘이 없냐, 여자가 왜 그렇게 허리가 굵냐 등등?? 그리고 감정에 옮겨 붙는다면 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상대방 그 자체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가 그린 표준에 맞는지만 체크하는 사람? 제게는 그다지 바람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은 상대방의 개성, 삶을 자기 잣대로 평가하려는 사람입니다. 


한 예가 있습니다. 제가 MBA 졸업파티 때 다른 사람들은 배우자나 연인을 데리고 오는데 저는 당시 사귀는 사람이 없어서 전 어머니를 모셔왔어요. 새벽에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는 아들을 챙기셨으니 당연히 좋은 호텔요리 대접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한 여자 동문이 대뜸 그러더군요. '그렇게 살지마, 이런 데는 여자 친구를 데려와야지.' 이 멘트는 제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과 감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수십 년간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은 정말 제 각각의 개성과 생활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무시하면 여자가 말술 마시거나 담배 피운다고 비난하고, 남자가 힘이 없다던가 술을 못 마신다고 비난하게 돼요. 완전히 자신의 표준에 상대를 맞추려는 거죠.


이게 결혼으로 이어지면, 서로 물러서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어 부부 한쪽은 밖에 나가서 사진 찍는 게 취미이자 낙이고, 인스타 그램 등으로 판매까지 해서 쏠쏠하게 용돈을 버는 사람인데 한쪽은 전형적인 집돌이고 돈을 아껴 쓰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 카메라 부품/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난리가 날 겁니다. 왜냐하면 한쪽의 입장에선 카메라 부품은 돈 낭비거든요.


저번에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남편의 게임기에 물을 부어버렸죠. 이 경우는 남편 역의 지성 씨가 부인의 개성을 무시한 채, 표준화된 것만 요구하다 가정에 소홀해서 괴물이 된 케이스입니다. 지성 씨에게 귀책사유가 있죠. 하지만 딱히 귀책사유가 없어도 자기가 쓸모없다고 남편 물건 팔아치우는 경우 꽤 많아요. 팔면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남편 출장중에 자전거를 헐값에 팔아치운 아내 [출처: 아빠본색]

결혼할 상대를 고르려면 표준화된 기준을 설정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개성과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결혼의 신뢰 유지에 중요한 귀책사유를 제외하고는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죠. 그렇지 않고 표준화된 스테레오 타입의 배우자를 요구하거나 남과 자꾸 비교하는 건 자기 기준을 따라오라는 폭력에 지나지 않아요. 이는 상대방의 개성과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혼하면 안 돼요. 본인이 힘들 겁니다.


남자는 터프하고 주도적이어야 하고 여자는 순종적이고 사근사근해야 한다? 이런 표준을 만들고 사람 찾으면 안 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격과 환경을 갖고 사는 것이니 본인은 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되고, 정 못 참겠으면 자신을 위해 고쳐줄 수 있을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남편이 게임, 프라모델 좋아하는 것도 생활이고 아내가 교회 독실한 신자인 것도 생활입니다. 게임에 쌀이 나와 밥이 나와, 교회 가서 바람났냐면서 들이받으면 그건 그 사람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합의점을 찾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인가


예전에 모 지역의 소비 특성 컨설팅 프로젝트에 관해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지역에서 발표한 조사자료를 발표했죠. 근데 모 지역의 보증금 수준이 최저 500/ 월세 23만 원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그런데 한 팀원이 대뜸 '미쳤어? 그게 사람 사는 거야?라고 던지더군요. 물론 팀장님이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하니까 바로 네~ 하고 물러서는 바람에 분쟁으로 번지진 않았지만요. 나중에 그렇게 들이받은 팀원에게 사는 곳을 물어보니 월 100 임대료의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더군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상황을 자기 기준에 맞춰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스마트폰을 추천받는다고 써보죠. 저는 게임을 안 하지만 사진을 많이 찍으므로 카메라 성능만 좋으면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제게 사람들은 고성능이라 게임은 잘 되는데 사진 기능은 형편없는 제품을 추천합니다. 혹은 자기 주머니 사정 따라 추천하기도 하죠. 저는 잘 부숴먹는 바람에 스마트폰에 돈 별로 안 들이는 사람인데 대뜸 아이폰 MAX 256G (대략 200만 원선)을 추천한다던가요. 이렇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기준으로 사람을 재편합니다.


이는 배우자를 고를 때 큰 장애로 자리 잡고, 때로는 분쟁요인이 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죠. 결혼할 사람이 나이 차이는 3살, 연봉은 똑같고 모은 돈도 같아요. 이 둘이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결혼비용, 주거비용을 1/2씩 낸다고 치죠. 그런데 싸움이 났습니다. 한쪽의 부모님이 보태주는 돈이 적어서 1/2의 원칙이 깨진 거죠.


이건 3자인 제 관점에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쪽의 부모는 건물 몇 채를 가진 임대업자, 다른 한쪽은 IMF 이후 작은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이거든요. 게다가 전자는 자식이 하나인데 후자는 자식이 셋입니다. 즉 후자는 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운용이 힘들고, 자식 셋에게 1/3씩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많이 보태주지 못하는 거죠. 또한 노후 부담도 커집니다. 전자는 이를 무시하고 본인 집에서 보태주는 돈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덜 낸다고 생각하니 싸움이 난 거죠. 결국 이 커플은 파혼까지 갔습니다.


결혼은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아니에요. 합의해가면서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상대를 찾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걸 잘 모릅니다. 


상대에게서 완성형을 찾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받쳐주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미모를 갖춰주길 바랍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가 생활하게 될 결혼가정의 환경을 완벽히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여자는 대뜸 소개팅, 맞선에서 자기 소개전에 재산부터 묻기도 하고 (제가 당한 실화) 남자는 대뜸 몇 살이냐 이쁘냐부터 물어보죠. 물론 재산이라던가 미모가 관심을 갖는 방아쇠가 된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 기준을 잡고 상대방이 맞춰나가길 바란다면? 상대방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밀어붙인다면? 아마 자기에게 맞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 겁니다.


결혼생활은 두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한쪽이 완벽히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를 깨닫지 못하니 결혼 준비하다 깨지는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마치며

사람마다 자기 개성이 있고, 삶이 있습니다. 그 스테레오 타입에 어느 정도는 맞춰줄 수 있을지 몰라도 거기 완전히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설령 맞춰준다고 해도 본인에게 스트레스가 갈 뿐입니다. 결혼은 상호 간에 가정을 꾸린다는 공동목표를 갖고 이를 존중해가면서 끌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제 주변에서 결혼 10~20년이 넘었는데도 잘 사는 부부들은 보통 이렇습니다.


- 해외대학에 붙었는데, 한국에 잠시 귀국한 사이 덜컥 애가 생겨버린 부부, 결국 남편이 자퇴하고 한국에 와서 휴직한 아내 대신 생활전선에 투입

- 남편이 프라모델 좋아하니까, 자기도 케로로부터 시작해서 같이 배워나간 아내

- 남편이 게임회사 그만두고 1인 개발한다니까 가지고 있던 명품 싹 팔아서 돈으로 주고 절약한 아내.

- 아내가 박사학위에 도전하자, 퇴근하면서 연구소 퇴근하는 아내를 매일같이 데려오면서 불평하나 없는 남편. 


꼭 이게 좋은 거라는 건 아닙니다. 결혼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도 선택, 남편이 가사를 하는 것도 선택, 서로 창업을 해서 한 기업을 이끄는 것도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개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하는 것이며
상대방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기고, 강연 의뢰는 inswrite@gmail.com 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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