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1 라디오와 국가별 둘러보기
애플뮤직을 이용하며 요즘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라디오다. 디지털 뮤직 서비스에서 가장 과소평가 된 존재는 인간이 진행하는 라디오 아닐까? (디지털 뮤직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영역이 라디오이기도 하다.)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위클리 같은 내 취향에 맞춘 알고리즘의 추천은 말도 안 되게 훌륭하다. 근데 너무 알아서 척척이랄까. 걸리적거리는 부분 하나 없는 보드라운 천을 입는 느낌. 자연스럽지 않다. 좋은 디제이는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익숙한 곡들 사이 맥락을 고려해 낯선 곡을 놓 둔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발견의 순간! 말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좋다. 아무리 알고리즘이 좋아져도 오랫동안 곡을 선곡해 온 디제이의 노련함은 따라갈 수 없다. 유튜브에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놓인 다양한(가끔은 무분별하게 느껴지는) 취향의 플레이리스트도 사람이 선곡한 결과물이지만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듣는 감각과는 다르다. 지금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듣기 싫어도 스킵할 수 없다. 이 꼼짝할 수 없음이 오히려 발견의 즐거움을 크게 한다. 맛있는 음식만 온종일 먹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감흥이 떨어지기 마련인 것처럼.
아쉬운 점도 있다. 미국 기준이라 방송의 성격과 시간대가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 개 밖에 안되는 채널 중 하나는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클릭할 일 없는 컨츄리 라디오다. 비트레이트도 낮다. 일반 스트리밍보다 음질이 나쁘단 얘기. 뭐, 그래도 괜찮다. 미국이라면 자기 전 편성되었을 Chill Vibe 채널을 오후 2시-4시 사이에 듣는 것도 내 라이프스타일과 크게 어긋나지 않고. 나쁜 음질이야 뭐 요즘 생산된 컬러 바이닐도 듣는데.
그다음으로 애플 뮤직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둘러보기-카테고리 둘러보기-국가별 장르다. 여기서 국가별 장르를 선택하면 그 카테고리에 맞는 둘러보기 화면이 나타난다. 최신 앨범, 최신곡, 인기 신곡, 아티스트 플레이리스트, 비디오, 큐레이터 등. 아마 그 나라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둘러보기 화면일 듯하다. 즉, 외국 사람이 멜론 메인 화면을 보듯 우리도 원하는 국가의 스트리밍 서비스 둘러보기 화면을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다른 나라가 소비하는 음악을 중간 매개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건 디지털 뮤직 서비스가 태어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러니 디플로가 월드 뮤직 장르 팔이를 더 안 하지. 요즘 즐겨 듣고 있는 음악은 아프리카 음악이다. 10년 전 클럽에서 디제잉 할 때도 아프리칸 하우스를 즐겨 틀었는데 그때는 디플로가 문익점 역할을 했다. 이제는 디플로 없이 '아프로 하우스 네이션'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바로 재생한다. 10년 만에 찾은 아프리카 음악은 디지털 뮤직 서비스 덕분인지 전보다 메인스트림 팝에 가깝게 들린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음악이 미국에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 후 다시 아프리카에 영향을 주고 있달까? 다만 비슷한 느낌이라도 트라이벌한 폴리리듬의 활용이나 콜&리스폰스 같은 형식은 아프리카라는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 느낌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아프리카 음악을 찾아 들을 것 같다. 들어가기 조금만 더 편하면 좋을 텐데. 애플 뮤직의 최대 단점은이 좋은 음악적 경험을 꽁꽁 숨겨 놓은 U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