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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박국 Sep 06. 2016

애플 뮤직- 외산 사과는 국산 멜론을 위협할 수 있을까

<파운드> 2016.9 기고

인류 최초의 축음기는 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포노 그래프다. 그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육체로 연주하고 노래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던 음악은 스스로 이동하고 소리 낼 수 있는 몸을 얻었다. 이후 음악은 LP 레코드, 카세트테이프, CD, MP3처럼 소장과 휴대의 목적을 가진 미디어에 몸을 가두기도 하고 라디오, TV, 인터넷과 같은 전파의 목적을 가진 미디어에 몸을 싣기도 했다.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음악의 몸도 바뀌었다. 


음악의 역사를 짧게 소개한 Apple Music 최초 광고 영상


21세기는 음악이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디지털 세계에 몸을 얻고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은 시기다. 이 시기에서 지금까지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미디어를 뽑자면 아이팟(에서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까지 연결된 음원 다운로드 생태계), 유튜브,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시대를 알린 제품이 아이폰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21세기 음악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회사는 음반사도 미디어도 아닌 테크 회사 애플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2016년 8월 5일 별다른 예고 없이 한국에 출시된 애플 뮤직을 바라보는 국내 업체의 시선은 매서워 보인다. 


언론은 아이폰 출시마다 그랬던 것처럼 애플 뮤직에도 부정적인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애플 뮤직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한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은 어떤 곳일까. 한국은 온디맨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이하 스트리밍 서비스) 종주국이다. 빠른 인터넷 속도와 그를 따라가지 못한 저작권법을 바탕으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벅스가 오픈한 게 1999년. 뒤늦게 2005년 디지털 저작권 강화를 위해 저작권법이 개정되고 저작자에게 전송권이 부여되며 대부분 서비스가 유료화 된 후 지금까지 한국의 디지털 음악 서비스는 스트리밍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주자 스포티파이가 2008년 론칭했다는 걸 생각하면 10년이나 빠른 행보다.


덕분에 한국은 아이팟은 제법 팔렸지만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는 들어오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빠르게 음반 시장이 궤멸하고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생기기도 전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10년 넘게 지속해온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자는 인구수의 약 1/10인 600만 명에 그친다. 나머지 9/10의 시장을 노리고 판도라 라디오와 같은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밀크와 비트 같은 무료 음악 서비스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두 서비스 모두 현재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 글을 쓴 후 밀크는 사업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는 기사가 떴다.)


멜론은 항상 40-60% 사이 점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50% 이상은 멜론을 이용한다. 멜론을 운영하는 회사는 로엔이다. 음반 제작, 유통, 매니지먼트를 모두 하며 국내 1위 메신저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로엔은 초기에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자회사였다. 통신사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빠르게 회원을 모으고 그 자리를 관성으로 지켰다. 국내 2위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는 2위 이동통신사 KT의 자회사 KT뮤직이 운영한다. 엠넷은 국내 1위의 케이블 미디어 회사 CJ E&M의 소유다. 네이버 뮤직은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의 서비스며 벅스 뮤직은 네이버에서 분사된 게임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모두 유통을 겸하고 있다. 이들이 유통하는 곡은 애플 뮤직 코리아서 서비스되지 않는다. (이중 국내 3대 기획사 SM, YG, JYP를 유통하는 KT뮤직은 기획사의 요청으로 해당 기획사의 음원은 공급하는 거로 알려졌다) 즉, 애플 뮤직에서는 로엔에서 제작하고 유통하는 아이유의 음원도 CJ E&M에서 '쇼미 더 머니'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해 유통하는 음원도 찾을 수 없다. 정작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애플 뮤직에서는 위 유통사의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애플 뮤직에서 찾을 수 없는 그녀


애플 뮤직이 저작권자와 맺는 수익 배분율은 통상 70:30이다. 국내는 60:40이다. 유통사가 서비스와 분리되어 있었다면 애플 뮤직과 계약을 맺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엄연한 견제다. 국내 업체의 견제는 애플 뮤직 진출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서비스는 할인하더라도 정상가 기준으로 정산하는데 애플 뮤직은 할인 시 판매가 기준으로 정산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애플 뮤직의 할인은 국내 서비스보다 지극히 제한적이고 서비스 이용료 단가도 비싼 편이며 창작자에게 더 큰 수익 배분율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플 뮤직에서는 19세 이상 청취 가능 곡도 들을 수 없다.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성인 콘텐츠는 휴대폰 또는 아이핀으로 성인 인증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인 애플 뮤직엔 한국 법으로 정한 성인 인증 절차가 없다.

 

약 4년 전부터 스포티파이를 결제해 쓰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 1위 스트리밍 서비스지만 한국엔 진출하지 않았다. 덕분에 해외 계정을 쓴다. 스포티파이를 쓰는 건 개인화된 추천 기능 때문이다. 애플 뮤직의 주요 기능 역시 개인화 추천이다. 에디터가 선별한 플레이리스트를 내 취향에 맞게 추천한다. 둘의 서비스는 비슷한 듯 다르다. 애플 뮤직의 '추천 음악'이 영입한 음악 매거진 에디터가 만든 맥락을 고려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면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음악을 추천한다. 내게는 애플 뮤직보다 '새로운 발견'에 충실한 스포티파이가 잘 맞는다. 애플 뮤직의 등장으로 기분 좋게 두 서비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서비스의 차이가 할인 프로모션이 대부분인 국내 서비스에서는 겪지 못한 경험이다. 


Discover Weekly에서 추천 받았던 Rina Sawayama의 "Where U Are"


아이폰 한국 출시는 옴니아만 존재했던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쉽게도 애플 뮤직의 출시가 그때처럼 한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을 바꿀 것 같진 않다. 한국의 시장은 이해관계에 있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는 나쁜 의미에서 견고하다. 그렇다면 더욱 제대로 경쟁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음악이 미디어에 몸을 맡긴 후 지금처럼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적은 비용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그만큼 하나의 음악이 탄생해 사람들에게 들려지기까지 미디어로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추천해주는 음악이 좋아 정보를 찾아보면 음악 웹진에도 실리지 않은 싱글만 몇 개 낸 인디 음악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유저로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기쁨과 우리 레이블에서 만드는 음악도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동시에 얻는 순간이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견제가 아닌 경쟁이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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