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다. 휴먼의 2018 유럽여행
스위스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찾아왔다. 아침의 인터라켄을 뛰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은 그린델발트(Grindelwald)로 이동하여 피르스트(First) 정상까지 올라간 뒤 액티비티와 하이킹으로 다시 내려오는 여정으로 준비하였다.
과거 쉴튼호른(Schilthorn)을 무모하게 간 것 빼고는 경험해 보지 않은 스위스의 하이킹.
이래저래 기대가 되는 그런 하루였다.
먼저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이라고 불리우는 피르스트(First, 영어로는 퍼스트) 정상으로 출발했다.
정상으로 가는 방법은 도보 또는 곤돌라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
그 높은 정상을 도보로 갈 수는 없으니 피르스트 펀 패키지(First Fun Package)를 이용하기로 했다.
올라가는 곤돌라 편도 이용권에 내려오면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의 종류를 결정하는 거였는데, 동행과는 1개의 액티비티만 이용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스위스 패스 소지자는 할인해서 46프랑!!
이제 곤돌라를타고 출발하자~!
구름이 많이 보여 걱정이 되었던 것도 잠시, 그 구름을 뚫고 올라가니 햇살이 다시 비추고 있었다.
스위스의 산악지대는 구름의 이동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상시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탁 트인 정상에 올라와 사방에 깔려있는 구름을 보니 꽤 높은 고도에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하이킹이 시작될 피르스트의 정상이었다.
우선 정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First Cliff Walk 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하이킹부터 하기로 하였다.
First Cliff Walk는 피르스트의 정상에서 이곳의 높은 지대를 걸으며 짜릿함을 체험해 보는 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방문 스팟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투명 유리가 있는 지점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느끼고 담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1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차례가 왔다.
여느 관광객이 그러는 것처럼, 이곳에 있음을 남겨 보았다.
아래가 보이지 않는 덕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 이곳 정상에서, 왠지 모를 상쾌함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단지 산의 정상에 있을 뿐인데 말이다.
이곳에서 풍경에 놀라고 감동하는 이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외에는 없는 이곳에서, 관광객 모두가 절제하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정상 위를 즐기다 보니 허기가 졌다.
오늘은 하이킹을 하면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야 했다.
정상 위에는 동양인(특히 한국인)을 위한 신라면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먹기로 했다.
산의 정상에서 먹고 마시는 라면과 맥주의 맛이 나쁘지 않다.
주위를 보니 한국인들은 라면, 외국인들은 소시지가 포함된 음식을 먹는 그런 분위기이다.
이곳을 떠나면 꽤나 오랜 시간 걸으며 아래까지 내려가야 했기에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출발하기 전 사가지고 온 빵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냥 먹기 아까우니 풍경이 아주 좋은 곳을 골라서 먹었다.
구름을 보면서 빵을 먹으니 소화도 잘 되는 기분이랄까.
배도 든든하게 채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하이킹 코스는 바흐알프제(Bachalpsee)를 갔다 오는 왕복 코스, 넉넉하게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잡으면 될 것 같았다.
피르스트 정상에서 하이킹을 출발하는 이들의 복장은 각양각색이다.
산에서 며칠을 보낼 것만 같은 이들,
제대로 하이킹을 즐기려는 이들,
나처럼 펀 패키지를 포함한 당일 일정으로 피르스트에 올라온 이들.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걷고 있는 듯 했다.
‘자연을 벗 삼아 즐겁게만 걷자’라고...
하이킹 코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험하지 않았다. 완만한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며 천천히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놀라움의 연속인 하이킹 코스를 걸으며, 왜 진작 이런 코스를 과거에 걷지 못했는지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지난 일.
‘오늘의 이 좋은 날씨에 걸을 수 있는 것도 행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호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정도를 걸었을까 내 눈 앞에는 산 위에 있을 법하지 않은 호수가 펼쳐졌다.
많은 이들이 호수 주변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식사를 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호수에 비치는 산의 모습을 담고 있었으며,
어떤 이들은 호수에 비치는 산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함께 담고 있었다.
호수 하나를 보았는데 왜 아이처럼 들떴을까. 이러한 하이킹은 굉장히 오랜만에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뛰기나 했지, 자연을 걷고 보고 느끼는 생활은 굉장히 오래 전에 했던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하긴 할라나?’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내려가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피르스트 정상으로 돌아와 내려가는 곤돌라를 타고 다음 정거장인 슈렉펠트(Schreckfeld)로 향했다.
이곳은 마운틴 카트(First Mountain Cart)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마운틴 카트를 타기 위한 줄은 생각보다 길었는데, 액티비티 입구에서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고 머리 사이즈를 확인 한 뒤 그에 맞는 헬멧을 찾아다 주는 순서였다.
‘나에게 맞는 헬멧이 있을라나’라고 생각하며 걱정에 걱정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카트를 타면 곤돌라의 다음 정거장인 Bort(보어트)까지 내려가야 했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안전하게 내려가는 것이 필수였다.
마운틴 카트를 타고 내려가며 산 위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절경은 다 보면서 내려간 것 같다.
무동력의 카트에 의지하여, 브레이크와 핸들만의 조작으로 나만의 액티비티를 만끽했던 그 순간.
‘이 맛에 피르스트에 와서 액티비티를 즐기는구나’라고 생각을 하였다.
Bort(보어트)에서 그린델발트(Grindelwald)까지는 지도상으로 약 4.1km 그리고 고도는 약 500m의 차이가 있었다.
길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내려가며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코스였다.
9월 말 가을의 선선하고 깨끗한 공기, 주변을 둘러싼 알프스 그리고 조용한 하이킹 코스.
기분 좋은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
나에겐 하이킹 코스였지만, 이 동네에 거주하는 스위스 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소를 키우는 자연이 준 선물.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소를 키우는 곳이 쉽게 눈에 띄었다.
소 목에 걸린 방울에서 울려 퍼지는 ‘워낭소리’가 길가에 가득 찼다.
계속 걷다 보니, 하나 둘 띄엄띄엄 있던 건물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건물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소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조금은 큰 마을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하이킹의 메인 코스는 양쪽으로 산이 둘러싸인 쭉 뻗은 길이었다
그 길을 달리며 마지막까지 여정을 잘 마치겠노라고 다짐했다.
여정 후에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린델발트(Grindelwald) 마을로 다시 되돌아와 하이킹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이름은 ‘Memory Bistro Bar’
치즈 듬뿍 샐러드와 소시지 그리고 맥주가 맛있는 그런 가게였다.
요리와 맥주를 마시며 눈이 너무나 시원했던 이날 하루를 되새겨 보았다.
‘또 와서 걸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되새기고 또 되새겨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대로 하루를 마치기 아쉬워 근처의 맥주 바에 들렀다.
선물과 같았던 하루.
피르스트 정상에서는 구름과 뒤 섞인 산 아래의 비현실적인 광경을 만났으며,
바흐알프제에서는 낯선 호수와 만났다.
슈렉펠트에서 출발한 마운틴 카트에서는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자연을 만났으며,
그리고 보어트에서 출발했던 하이킹 코스로 알프스에서 사는 이들의 생활과 만났다.
전과 다른 스위스를 만난 이 날.
‘다음에 올 때는 준비를 제대로 해서 하이킹 코스로 다니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 남은 여정은 3일.
남은 스위스의 일정을 즐기도록 하자.
2018년 휴먼의 유럽 여행 N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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