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다. 휴먼의 2018 유럽여행
네 번째 이야기 - 노르웨이 서쪽의 작은도시 스타방에르
새벽 4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기에 피곤한 몸을 일으키고, 이 매력적인 도시를 떠날 준비를 마무리했다.
전날 준비한 짐을 다시 살펴보고 로비로 향하였다.
24시간 열고 있는 데스크에서는 체크아웃과 동시에 어제 부탁했던 샌드위치를 전달해 주었다.
북유럽 분위기를 전해주는 연어나 참치가 가득 들어 있는 조식은 아니었지만, 준비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는 식사 한끼.
이제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스타방에르역으로 향하였다.
노르웨이의 공항버스는 https://www.flybussen.no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버스에서 직접 낼 경우는 온라인 예약 비용보다 조금 더 비싸다.
(버스에서도 신용카드를 받는다.)
온라인 예약 비용은 136NOK(크로네)로 우리나라 돈으로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못 했기 때문에 버스에서 직접 지불하여 2만 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탑승하였다.
5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는데도 공항으로 가기 위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버스가 도착하자 한명 한명씩 탑승하기 시작했다.
스타방에르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약 15분 정도의 거리.
공항버스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거리지만, 버스&택시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이 나라의 물가를 고려하면 꽤 쾌적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새벽에 공항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기에 괜찮은 가격이라고 느껴졌다.
손에 든 짐이 없으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독일 베를린으로 떠나는 쪽의 게이트는 아직 열기 전이었다.
그 막간을 이용하여 샌드위치를 먹기로 하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들고 공항에 와서 짐을 부치고 게이트가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몸은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게이트가 오픈되었다.
Norwegian air shuttle, 노르웨이 에어 셔틀은 북반구의 어느 저비용 항공사보다도 역사가 오래된 항공사로 노르웨이의 공항을 허브로 유럽의 여러 도시 뿐 아니라 Norwegian Long Haul, 노르웨이 롱홀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및 북미까지도 운항하는 항공사이다.
다양한 항공사의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에는 스타방에르-베를린 노선을 가지고 있는 Norgwegian air shuttle 의 DY1116을 타고 베를린의 쉐네펠트 공항 ( Berlin-Schönefeld #SXF ) 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예약은 3개월 전 정도에 하였고, 좌석 예맥과 수하물(20kg) 하나를 붙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좌석 카테고리인 ‘LowFare’ 예약을 하였다. 가격은 82.20 USD.
노르웨이의 스타방에르에서 독일의 베를린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1시간 반,
이른 아침에 일어났지만 졸릴 틈이 없는 것은 북해 위를 지나는 항공기의 창밖의 다양한 모습들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솟아오르기 시작한 해는 비행 중간에 지평선을 뚫고 올라왔고, 구름과 함께 하는 파란 하늘은
‘이제 또 다른 도시로 날아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내 곧 베를린에 착륙하였다.
베를린 공항에 착륙하니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가득하였다.
‘오늘은 비가 안 내릴 것 같냐?’라고 놀리는 것 같았다.
내가 타고 온 DY1116 비행기 옆에 주기되어있는 또 다른 Norwegian air의 꼬리 날개에는 이번 유럽 여정의 마지막 도시에서 만날 Queen의 Freddie Mercury(프레디 머큐리)가 도장되어있었다.
의외의 만남(?)에 기분 좋아지는 도착이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비행기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온 나의 캐리어를 기다렸다.
안전하게 캐리어가 온 것을 확인하고, 베를린에서 일하고 있는 옛 그루폰 동료인 영원이를 기다렸다.
타지에서 가는 곳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그가 가지고온 차가 독일의 카세어 서비스여서 놀랐다.
뭔가 최첨단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분이다.
스마트카는 처음 타 보았는데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큰 나의 수하물이 트렁크에 한 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내로 이동하며,
베를린이 독일에서 키우는 새로운 벤처도시라는 점, 그래서 베를린의 이곳저곳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
하지만 그런데도 수많은 IT 벤처 기업이 이 도시로 몰리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가 타고 온 카세어라는 아이템 하나로 시작된 대화는 대화의 주제를 확장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먼저 내가 묵을 호스텔로 이동하여 체크아웃 전 짐을 맡기고 가볍게 베를린을 둘러보며 그간 쌓인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베를린이 동과 서로 갈릴 때 만든 경계선의 기점이었으며, 베를린 장벽이 생긴 이후도 이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어 동과 서를 가르는 냉전과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고, 그만큼 소매치기와 도둑도 많은 곳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경계하며 그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다.
주변을 거닐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을 발견하였다.
그곳의 한국어 명칭은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가 수 많은 유대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던 사건 즉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기념물로, 독일의 과거 부끄러운 역시에 대한 인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만 9073m2의 부지에 콘크리트 비석 2,711개가 격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두께 0.95m, 너비 2.38m의 블록을 다양한 높이로 세워져 있다. 설계한 것은 미국의 건축가 피터 아이젠먼이다. ‘ ( 내용 출처, 위키피디아 )
독일이 만든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장소가 베를린의 관광 중심지에 있는 셈이니,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이들도,
과거를 돌아보는 독일인도,
이를 몰랐던 관광객들도,
과거 독일이 했던 진상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일본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 되어 구글 지도로 적당한 식당을 찾고 가는 길,
신호등의 빨간색, 파란색에 보이는 캐릭터가 내 시선을 빼앗았다.이 캐릭터의 이름은 암펠만, 독일어로 신호등(Ampel)과 사람(Mann)을 합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독일 동독에서만 쓰던 신호등 캐릭터였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통일 이후에도 베를린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내 너무 눈에 들어와서였을까?
이번 여정 중에 쓸 우산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때마침 보이는 암펠만 기념품 샵에서 우산을 사고 말았다.
구글 지도를 통해 찾은 식당 Augustiner am Gendarmenmarkt은 독일의 맥주와 음식을 마시고 먹기 위해 찾은 곳이다.
평도 나쁘지 않고, 우리가 걸었던 곳에 가까이 있었던 식당으로 다양한 맥주와 음식을 구비하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독일 맥주를 즐길 시간!
아침부터 만나 계속 걸으며 이야기하였기에 둘 다 허기가 진 상태였고, 독일에서 만나는 첫 맥주와 음식은 이 공허함을 채우기에 충분하였다.
여전히 대화 주제는 옛 그루폰 적 시절의 이야기와 베를린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점 현재를 살며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을까? 라는 것도 틈틈이 채우고 있었다.
자신이 일하는 것에 대한 비전과 관심, 남들보다 빠르게 타지 생활을 하며 쌓아온 개척정신까지, 배울 점이 참 많은 동생이다.
우리는 이 주변에 있는 ‘독일 돔’(Deutscher om)을 둘러보고, 포츠담을 잠깐 다녀오기로 하였다.
원래는 독일 교회로 불렸던 이곳은 ‘독일 민주주의 대한 박물관’으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이날 학생들이 이를 보여주는 행사(?)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독일어가 대부분이었기에 사진 중심으로 독일돔을 둘러보았다.
독일돔을 둘러보고 우리는 바로 포츠담으로 향하였다.
나의 원래 생각으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포츠담을 천천히 걸으며, 과거의 ‘포츠담 선언’을 곱씹고 싶었지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로 포츠담 궁전 정도만 간단하게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참고로 ‘포츠담 선언’은 1945년 7월 26일 포츠담에서 발표한 선언으로 주된 요지는
‘일본이 항복하지 않는다면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 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 한 것이었으며,
이를 무시한 일본은 두 차례의 원자폭탄을 맞고 결국 1945년 8월 10일 선언을 수락하였고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수락하며 세계 제2차 대전은 종전되었다.
포츠담을 둘러보고 다시 베를린 중앙역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오늘 하루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영원이와는 베를린 중앙역에서 헤어지기로 하였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하니 비는 더 거세게 내렸다.
우선 유스호스텔에 체크인하고 저녁 일정으로 예약해 둔 베를린 필 하모니(Berliner Philharmoniker)을 갈 준비를 하였다.
세계에서도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러 가기에 한국에서 챙겨온 구두와 셔츠를 챙겨입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는데.
오케스트라를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있었다.
베를린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미국 친구 다니엘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는데.
2009년 호주의 케언스에서 만난 뒤로 약 9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9년 만에 만났지만, 그간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주고받았기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가 친구들과 있는 Stone Brewing Tap Room을 방문하였고, 반가운 인사와 동시에 다른 친구들도 함께 만나게 되었다.
모두 맥주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으니 분위기는 서먹할 새가 없었다.
우연히 브래드의 뮌헨 여행 일정이 나의 여정과 비슷하여 일정이 맞으면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같이 즐기기로 하였다.
‘이것의 여행의 즐거움이랄까’
건네받은 맥주 모두 맛이 훌륭하였고, 계속 마시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대로는 오케스트라를 보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다니엘과는 짧은 만남에 아쉬운 인사를 하였고, 브래드와 수레스는 이틀 뒤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서 일정이 맞으면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음악을 감상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베를린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그런 시간, 하늘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비를 퍼붓고 있었고 아침에 보았던 흐린 구름의 경고가 갑자기 떠오르는 그런 순간이었다.
멀리 감치 은은한 빛이 건물을 감싸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삼삼오오 모여 가고 있었고, 그곳이 베를린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가 공연되는 장소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일주일 전에 예약한 티켓을 찾고, 겉옷을 맡긴 뒤에 배정된 내 자리로 가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오케스트라 공연과 곡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 배웠던 바이올린 덕에 클래식이 가지는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다양한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좋아하는 나는 이날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배정되어있던 음악들을 하나씩 감상하며 지난 며칠 간의 여정과 앞으로 있을 여정을 생각해 보았다.
2018년 초에 베를린 필 하모니의 새해 공연을 메가박스의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현지의 해당 장소에서 보는 느낌은 아무리 좋은 사운드를 가진 영화관이라도 줄 수 없는 울림을 가슴 속 깊이 주는 것 같았다.
모두가 그렇듯이 공연 중간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눈에 뜨이는 악기를 주목하며 공연을 감상하는 것과 동시에,
공연을 즐기는 이들의 뒷모습과 때로는 앞모습까지 같이 바라볼 수 있었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열정적인 공연을 복기하면서 떨어지는 비를 맞고 역으로 향하다 보니 문득 배가 고파졌다.
이것은 마치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가 문득 배가 고파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주변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는 역 근처에서 적당히 먹기로 하였다.
굉장히 기나긴 하루를 보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새벽 4시에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시작했던 오늘 하루는 독일의 베를린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귀에 남아있는 저녁 늦은 시간에 끝나가고 있었다.
‘변하지 않았던 건 내리는 비뿐?’
단 하루의 일정이었지만, 옛 직장 동료, 오래전에 만난 여행 친구, 그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친구, 역사와 함께하는 장소, 맛있는 맥주와 도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움직이는 만큼 보는 것.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
내가 준비한 만큼 즐기는 것.
여러 명이 같이 자는 6인 도미토리방이지만 푹 잠자리에 들것만 같은 밤이다.
‘자 내일은 맥주의 도시 뮌헨으로 간다!’
2018년 휴먼의 유럽 여행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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