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의 저주'로 버려진 섬 나우루, 관광지 개발로 회생가능할까?
- 한-태평양 외교 증진 위한 제2회 '인도-태평양 해양전략 자문회의' 열려
- 가장 주목 받지 못한 태평양의 두 나라 '나우루와 니우에 지역연구 및 현안' 논의
- 국내 최고 섬·해양 전문가 모여 Thinktank '태평양 학회' 창설 계획 논의
지난 5월 21일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인도태평양 해양전략 자문회의'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소외받는 태평양의 두 섬나라 나우루와 니우에의 지역 연구와 현안발굴을 위해 국내 최고의 섬과 해양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발제와 토론의 장이 열렸다. 본 자문회의는 한국태평양학회의 회장인 권문상 박사가 좌장을, 고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이자 23년간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역임한 최영호 교수가 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자문회의의 주요 의제는 태평양 도서국(이하 태도국) 중 우리나라에도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한 두 나라인 '나우루와 니우에 지역연구 및 현안' 논의였다. 우리나라와 니우에는 작년에 수교관계를 맺었다. 우리나라와 가장 늦게 수교한 태도국이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나우루는 키리바시, 마셜제도와 인접한 나라이지만, 나우루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선원 아니면 연구원 정도다. 작년에 나우루를 방문한 한국인은 고작 1명이었다.
발제 및 토론은 (전)주 피지한국대사 및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를 지낸 제주대학교 김성인 석좌 교수와 조선대학교 대외협력 외래교수이자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 및 태평양관광기구(SPTO) 한국지사의 박재아 지사장, 미 로드아일랜드대 신승균 교수, KIOST 피지사무소의 방장완 소장 그리고 KIOST 해양법연구부 이미진 책임기술원이 맡았다.
섬 하나로 이뤄진 두 나라, 엇갈린 운명
태평양관광기구의 박재아 지사장은 '니우에, 나우루 관광산업 현황 및 잠재력'에 대해 "두 나라는 하나의 섬으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관광 자원과 개발 경로를 겪고 있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나우루는 새의 배설물이 축적되어 형성된 인산염을 해외로 수출하여 한 때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세계 2위 부국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인광석이 고갈되자, 경제난으로 폭동이 일어났고 결국 국가는 파산했다. 2003년 나우루 섬의 인광석은 공식적으로 고갈되었고, 최근까지 돈세탁, 위조여권발급, 조세 피난처 등 불법적인 관행과 비리에 대해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는 등 범죄 국가로 전락했다. 대체 산업이 전무한 나우루는 현재 '국가 지속 가능한 개발 전략 2019-2030' 중 자생력 있는 성장이 가능한 개발분야로 관광업을 꼽고 있다"며 나우루의 관광업 현황과 문제점, 잠재력과 기회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의했다.
'아시아-태평양-호주'를 잇는 꿈이 야무진 항공허브
나우루의 국영 항공사인 나우루 항공은 코로나19 기간에 중단했던 브리즈번 - 나우루 - 타라와 - 마주로 - 폰페이 구간 운영을 2022년 10월 16일부터 재개했다. 2021년 9월에는 팔라우와의 새로운 항공 서비스 협정을 체결하여 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관문으로서의 나우루의 입지 잠재력도 피력했다. 그러나 나우루를 오가는 거의 모든 항공은 일주일에 한 편 운항되는 상황이라 대중성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기상 상황에 따라 연착, 결항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품 판매자와 여행자의 위험부담은 더 커진다.
운항 편수를 늘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우루 항공은 100% 정부 소유로 현재 5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며 대부분의 노선은 수익성이 낮다. 특히 나우루 항공이 피지를 중간 기착지로 사용하는 것을 피지 정부가 허가하지 않고 있어 수익성이 더 높은 신규 노선을 확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숙소, 교통편 등 나우루의 열악한 관광 인프라, 낚시, 전쟁의 흔적 외에는 딱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관광자원이 없다는 점 그리고 전기,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도 관광 상품 개발에 치명적인 장애요소이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숙소 부족 문제
비싸고 열악한 숙소 환경은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나우루에는 호텔이 3개, 게스트하우스 1개뿐인데, 메넨(Menen)과 온아이워(Od'n Aiwo) 호텔은 1970년대 지역 관광개발을 위해 정부의 투자로 지어진 숙소로 메넨 호텔은 현재 정부 소유다. 에와 호텔(Ewa Lodge)은 시드니에 본사를 둔 1965년에 창립한 대형 유통 체인인 카펠레&파트너(Capelle & Partner)가 운영하며 숙박자들의 평가가 좋은 편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부다페스트(Hotel Budapest) 호텔은 시드니에 본사를 둔 래디언스(Radiance International) 그룹의 소유인데, 단출한 게스트 하우스 느낌이다. 평균 객실 가격은 1박당 200 호주달러(약 18만 원)를 상회하지만 객실 수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늘 만실이다. 이 마저도 온라인으로는 숙박예약이 불가능하고 현지에 직접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현지에 가격 문의'라는 메시지가 뜬다.
자원의 저주, 인류에 교훈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 지사장은 "세상의 모든 섬은 가 볼 가치가 있다"라며, "나우루에도 나름대로 틈새시장이 있다"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우선 현재 나우루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우루는 한정된 자원 의존형 경제 몰락, 즉 '자원의 저주'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국정운영 및 정책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무절제한 채굴로 국토의 80%가 유실되어 심각한 침수피해, 수질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는 와중에도 인산염 불법 채굴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관광진흥에 악영향을 미치며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지만, 오히려 정확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더 이상의 불법행위를 막고 대체산업을 모색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작이기에, 나우루를 '블랙 투어리즘'의 사례로 다뤄도 좋겠다고 박 지사장은 말한다.
오직 나우루에서만 가능한 여행
1. 인산염 광산 투어
태평양 한가운데 삐죽 솟은 한 이름 없는 산호초 섬 위에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철새들이 똥을 누고 가기 시작했다. 배설물이 쌓여 땅덩어리를 이뤘고, 그 땅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 나우루 공화국이 된 것. 산호초와 새똥과 바닷물, 오랜 세월의 화학적 결합으로, 나우루를 덮고 있는 땅은 화학 비료의 중요한 원료인 인산염으로 변했다. 1900년 나우루에 풍부한 인산염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어, 서구 열강들은 나우루를 관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인산염을 마구 캐가고는 그 채굴권에 대한 권리금으로 수익금의 겨우 2% 정보를 지불했다. 그 정도의 보상만으로도 전 국민이 외제차를 타고 전세기를 몰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을 만큼 채굴량은 엄청났다. 인산염을 해안으로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5km 길이의 철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1968년 독립 후 1970~80년대의 나우루는 단 몇 년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DP를 보유한 부국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인광석이 고갈되자 경제난으로 폭동이 일어났고 결국 국가는 파산했다. 인산염 광산 투어(Phosphate Mines Tour)는 인산염의 채굴 과정과 채굴로 파괴된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투어다. 특히 매장되어 있던 인산염이 고갈된 뒤엔 들쭉날쭉 바위들이 모여 있는 신비로운 풍경만 남아있는데 섬 중앙의 고원을 '탑사이드(Topside)'라고 부른다. 이 일대를 걷는 투어를 피나클 락 하이킹(Pinnacle Rock Hiking)이라 부른다.
2. 대어들이 득실득실한 태평양 최고의 황금어장
또한 나우루, 키리바시 등 북태평양 지역은 우리나라의 동원과 사조그룹도 진출한 원양어선 지역으로 특히 나우루는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어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2분만 나가면 짙고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데 최대 수심 2천 미터의 바다에서 황다랑어, 참치, 돛새치 등 커다란 어종을 일 년 내내 잡을 수 있다. 릴(reel) 낚시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1월 말부터 11월 말 까지다. 반일 또는 하루종일 보트를 빌려 낚시를 떠나는데 우수한 품질의 장비와 다과가 제공되며,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회 뜨거나 구워 먹을 수 있다.
3. 2차 대전의 생생한 흔적이 그대로
또한 나우루에는 마셜제도, 솔로몬 제도 등 태평양의 주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차 세계 대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탱크, 비행기 등 당시의 형체가 그대로 남아있는 전쟁 유물들이 언덕 위나 덤불 속에 숨겨져 있다. 봄버 트랙(Bomber Track)을 따라가면 일본군 점령 당시의 교도소, 커다란 대포, 전투기 잔해 등을 볼 수 있다. 울퉁불퉁한 봉우리를 30분 정도를 오르면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벙커 등 전쟁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스쿠버 다이빙, 군함조 잡기, 갈매기 사냥, 나우루 전통 춤과 음악 감상, 독특한 우표와 동전 수집 등 오직 나우루에서만 가능한 즐길거리들이 꽤 많다.
나우루는 잘 모르지만 참치는 좋아해요
나우루는 비록 관광이나 무역면에서는 존재감이 적은 나라이지만, 원양조업국들에 대한 최소 입어조건을 정하는 나우루 협정(Nauru Agreement Concerning Cooperation in the Management of Fisheries of Common Interest)이 이뤄진 역사적인 장소다.
세계 참치 어획량의 54%가 서태평양 및 중앙 태평양에서 잡힌다. 8개의 주요 참치자원 보유국인 나우루, 마샬제도, 마이크로네시아, 솔로몬, 투발루, 키리바시, 파푸아뉴기니, 팔라우는 나우루 협정을 통해 경제도 살리고 참치 남획도 막아내는 ‘참치 외교’를 벌여왔다. 이 협정을 통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원양조업국들에 대한 최소 입어조건을 정했다. 조업권이 필요한 우리나라에는 나우루는 중요한 협상대상국 중하나다.
우리나라와는 1979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는 1982년에 수교했다. 2013년 우리나라의 대 나우루 수출액은 20만 달러로 주 종목은 식량과 연료, 기계이며, 수입액은 2300만 달러로 인광석이 주 종목이었다. 나우루에는 우리나라 대사관이 없으며, 피지의 수도인 수바(Suva)에 위치한 주피지한국대사관이 겸임하고 있다. 2023년 나우루를 방문한 방문객은 326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1명이다.
자문의원들 자발적으로 '태평양 학회'열어 더욱 심도깊은 연구... 외교부의 관심 필요
'인도태평양 해양전략 자문회의'를 이끌어온 자문위원들은 한-태평양의 외교 및 교류 증진을 위해 태도국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오는 6월 13일 '태평양 학회'를 설립하고 태평양 지역연구, 현안 발굴, 우리나라와의 외교관계 증진, 인적교류와 교역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 정책 제안, 프로젝트 발굴 및 실행 등의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초대원장을 지낸 한국태평양학회의 권문상 회장은 "이러한 움직임은 2023년 5월 최초로 개최된 '한-태평양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태평양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의 일환이기에 우리나라 외교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2024년 제2회 인도태평양 해양전략 자문회의 개요
- 주제: 태평양도서국(니우에, 나우루) 지역 현안 검토
- 일시: 2024. 5. 21(화) 17:00- 19:00
- 장소: 케이원카페 회의실(과천 소재)
- 주최: KlOST(해양법•정책연구소)
- 후원: 한국태평양학회
- 회의진행방식: 대면 및 비대면
발제 및 토론
①김성인 교수(제주대 석좌교수, 전 주피지대사)
-니우에, 나우루의 외교 현안과 한국과의 관계-
②박재아 대표(남태평양관광청 한국지사)
-니우에, 나우루 관광산업 현황 및 잠재력-
③신승균 교수(미 로드아일랜드대)
-니우에, 나우루 산업인프라 현황 및 잠재력-
④방장완 소장(KIOST 피지사무소)
⑤이미진 책임기술원(KIOST 해양법연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