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Jan 22. 2017

8w_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인생, 너의 인생, 그리고 우리



마음의 준비

임신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마음의 준비 혹은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
'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야. 행복하게 잘 살아봐야지'
그렇지만 내 생각만 하다가 하루아침에 '엄마'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갑자기 몸에 생겨나는 변화도 너무 많고, 심리적인 변화도 너무 많다. (숙취+멀미의 몸 상태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내 뱃속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 8개월쯤은 불편한 몸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 난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아기를 낳고 난 후의 내 삶은 어떤 모습일지, 내가 계획한 일들을 언제쯤 집중해서 할 수 있을까.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내 인생도 못지않게 잘 꾸려가고 싶은 나는 아직은 엄마이기보다는 그냥 '여자'인 듯하다.

임신 사실이 참 반갑고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저- 마음 깊은 한쪽 구석에는 혼자 땅굴 파며 고민하고 있는 그냥 여자 한 명이 있다.






단호하게 거절했던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이쪽에서의 정착을 도와주는 매니저가 있었다. 그녀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은행도 가고 핸드폰도 개통하고 함께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이 곳과 익숙해졌다. 그러다 식사시간, 사담을 나누던 중 신랑이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소개했고 이것저것 사진을 많이 보여줬다. 그쪽 반응은 'WOW, Amazing~~~~!!!'
같이 사업을 하자는 둥, 나중에 작업 사진 더 보여주면 자기가 주문받아 주겠단다. 그때는 임신 사실을 몰랐던 때이니.. 사업까진 아니더라도 이곳에 있는 동안 쏠쏠한 재미는 되겠구나 싶었다.

일단 그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  이후 임신 확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일할 수 있을 만한 케이크 샵을 찾았다며 일할 생각 없냐고 묻는다. 신랑의 답은 '고맙지만 우리에게 아가가 생겼어. 지금은 휴식이 필요해'.

시간이 조금 지나니 여러 생각이 든다. 기회를 하나 놓쳤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에서 출산하려면 연말이나 연초에 나 혼자 한국에 먼저 들어가야 하니 내가 생각했던 수준의 중국어를 공부하기엔 한계가 있는 시간이고(그래도 내가 열심히 하면 되겠지), 지금부터 출산 후 아기가 스스로의 스케줄을 갖기까지 내 계획은 잠시 속도를 늦춰야 할 테고.
 

아쉬운 마음에 올리는 그동안의 사진 몇 장. 중국 오기 직전까지 케이터링/꽃/베이킹에 한동안 빠졌었고, 제주도 웨딩촬영 스타일링도 하고, 홍대의 한 스튜디오에서 포트폴리오 촬영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석에서 땅굴 파고 있는 한 여자가 있더라도 난 예비 엄마다. 힘들지만 모든 게 신기해 어쩔 줄 모르는.
한국이 아니라 먹는 것 때문에 힘들지만 한국이나 중국이나 입덧은 똑같았을 거고, 여기선 한국에서만큼 살림도 안 해도 되고 에어컨 빵빵 틀면서 태교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합리화해본다..)
순식간에 짜잔! 하고 모성애 폴폴 넘치는 엄마는 아직 아니지만 아가가 크는 만큼 나도 같이 올바른 엄마로 크려고 애쓰는 예비 엄마다. 엄마가 될 준비 시간을 주려고, 아기가 뱃속에 있는 동안 같이 크라고 10개월의 시간이 있나 보다. 함께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Day by day ♬

마트를 가기 위해 숨을 참고(가는 길에 식당이 너무 많아 냄새를 참기 힘들다) 힘겹게 걸을 때 들었던 노래.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가사이지만, 난 또 뱃속 아가 생각이.
'나의 마음 모두 내어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날 기다려 주겠니'
순간 주책 맞게도 눈물이 핑 돌았고,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울기 싫어 이를 악물고 걸었다. 오글거리는 이런 순간조차 다 소중하다.


조심스레 다가오는 널 처음으로 알게 됐던 날
기쁨 대신 한숨에 며칠 밤을 새웠었지
아주 오래 걸릴지 몰라 누군가 받아들이긴
아직 부족한 날 알아주겠니
...
조금씩 보여줄게 내일 조금 더 친해질 거야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너를 사랑하긴 모자라
나의 마음 모두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날 기다려 주겠니
...
너의 커다란 사랑만큼 아니 그보다 잘해줄 거야
지금 네 모습 그대로만 그냥 편안히 날 지켜봐
고이 아껴둔 내 사랑이 네게 전해지는 날
그때 말할게 널 사랑한다고 준비하는 날 기다려주겠니
♪ Day by day - 에즈원(as one)

드디어 다음 9주 차엔 병원에!! 테스트기만 믿고 버텨야 하는 시간이 힘들었지만.. 건강히 잘 있으리라 믿기.










아가야.


나중에 아가가 이 글을 보면서 서운해하진 않겠지, 너를 품고 온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진 않겠지?
 
지금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데 :) 당분간은 너를 위한 삶을 살 거야. 그만큼 너는 참 중요한 존재란다.
그렇다고 이 시간이 무언가의 대가를 바라는 시간도 아니야. 이런 마음이 엄마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만약 나-중에 혹시나 엄마 아빠의 사랑이 의심되는 때가 있거나 어른이 될 무렵 부모의 마음이 궁금해졌을 때,
이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느껴주길.

나의 인생도 너의 인생도 둘 다 참 중요한 삶이지만, 지금은 당분간은 너의 인생에 엄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테니 엄마 삶은 잠시 속도를 줄일게. 그렇지만 엄마도 곧 나의 인생을 살 거야. 그때 가서 서운해하기 없기.
그리고 너도 그렇게 너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길.

/20160720









매거진의 이전글 7w_하루아침에 임신부 모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