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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r 18. 2017

10w_어느새 한 달

그동안의 증상들



몸과 마음의 변화


자 이제 임신을 확인한 지 한 달쯤 되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이런저런 변화들. 가끔은 날 당황스럽게도 하고, 마음 졸이게도 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ing).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역시나 이 세상에 쉽게 오는 기쁜 일은 없다. TV에서처럼 식탁 앞에서 '웩-' 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만이 임신 신호의 전부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첫 아이 임신부인 하나하나 새로운 증상이 나올 때마다 검색 무한 반복하게 된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이러나저러나 다- 정상이라고 하니 너무 마음 졸이지 말아야지.




5주

- 가장 먼저 찾아온 몸의 변화는 생리 전의 증상과 같았다. 가슴이 아프고 배가 살짝 아렸다.

- 갈색혈이 이틀 정도 비쳤다. 생리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양.

  착상혈인지 초반에 흔하다는 출혈인지 모르겠다. 병원 가지 않았고 문제없이 지나갔다.

- 아픈 정도는 아닌데 피곤함이 몰려온다.




6주

- 5주 말쯤부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 느끼한 음식, 중국 현지 음식, 고기 등은 먹고 싶지 않았다. 

  이때 계속 생각났던 음식은 물회, 냉면, 비빔국수 등 매콤하거나 시원한 거!

- 체온 변화가 심해진다. 갑자기 더웠다가 추워지는.

- 6주 초반 배 통증이 엄청 심했다. 외출했다가 서있지 못하겠어서 5분 만에 집으로 컴백. 

  살짝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하고 계속 누워있으니 점점 나아졌다.

- 화장실을 자주 가고, 새벽에 1~2번 깬다.




7주

-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물을 잘 못 마시겠어서 입에 한 모금 머금고 있다가 삼키는 수준으로 마셨다.

- 입이 짧아졌다. 맨 처음 한 입이 엄청 맛있다가도, 몇 번 먹으면 금방 질린다.

- 과일/찐 감자/계란 프라이 흰자/샐러드 등을 주로 먹었고, 밥보다는 면이 당겼다.

- 계속 매콤한 음식이 생각나서 가끔 라면(반개), 칼칼한 알리오 올리오 등을 먹었다.

- 양치할 때, 특정 냄새를 맡을 때(냉장고 냄새, 밥 냄새, 식당 냄새, 김치 냄새 등등) 구역질이 올라온다. 

  구토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멀미&숙취의 상태.

- 갈색 냉이 이틀 정도 있었는데, 큰 출혈이 아니면 병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병원은 가지 않았다.

아침식사. 호박오븐구이는 좋아했던 음식인데 오일/후추 때문에 한입 먹고 땡! ㅠㅠ




8주

- 입덧이 토덧으로 넘어갔다. 잘 먹던 음식들도 토해내고, 빈속에 하는 구토는 정말 괴로웠다.

- 음식을 먹으면 바로 입이 텁텁해지고, 그래서 양치를 바로 했다. 

  대부분의 구토는 양치할 때였기에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심호흡하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 갑자기 비듬이 엄청 심해졌다. 피부병 걸린 것 마냥! 한두 번 그러더니 다시 괜찮아졌다.

- 잘 먹던 과일이 사과였는데 먹고 나면 자꾸 속이 쓰려서 먹지 않기로 했다.

- 여전히 매콤하고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

- 맨 밥은 먹지 못하고, 국에 말아서 먹거나 덮밥으로 먹어야 넘어간다.

- 식욕이 없어서 진짜 배고플 때까지 버티다 겨우 무언갈 먹는다. 저녁을 거르는 날이 많아진다.

한국식 파스타 집. '여기 홍대 같아!'라고 이야기 하며 신나게 먹고는 배아파서 죽는 줄. 힝ㅜ 먹을 때만 좋았지.....




9주

- 토 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지만, 구역질은 여전하다. 토를 하지 않아서인지 속이 많이 편해진 기분.

- 떡볶이(특히 한국의 엽기떡볶이!!!), 순대볶음, 감자탕 등의 음식이 생각났다.

- 하지만 아직 식욕이 없고 입이 짧은 상태라 거의 눈으로 많이 먹었다. 

  블로그의 맛집/레시피 포스팅, 심지어 유튜브 먹방을 찾아볼 정도. 

- 아침에 토스트&잼&버터의 조합이 입맛에 딱 맞다. 

  임신 전에는 거의 먹지 않았던 음식인데 이 이후로 아침엔 거의 토스트를 먹는다.

- 배가 살-짝 나온 기분이다. 어차피 엄마 배라고 하지만, 지방이 배와 옆구리로 몰리는 것 같다.

진화한 아침 식사! 식빵과 잼, 버터가 추가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질리지 않는 음식. 오예!!! 호박은 시도했으나 먹지 않았던 듯.




10주

-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이건 7주쯤부터 계속된 증상)

- 여전히 매운 밀가루 음식이 당긴다. 칼칼한 국수, 비빔면, 떡볶이, 가끔은 불닭볶음면도 먹었다.

- 다른 임신부들이 많이 먹는다는 크래커는 내 입엔 아니었다.

- 먹는 양은 평소의 절반 정도이고, 여전히 속은 계속 불편하다.

- 먹기 전이나 후에 계속 울렁거리고, 잘 먹은 음식이라도 먹고 나면 토하고 싶어 진다.

- 이젠 울렁거림을 넘어서 속이 엄청 쓰린다. 빈속도, 먹고 난 다음도!

배만 고프지 않다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먹는 게 큰일이 되었고 즐겁지 않다.

임신 이후 역대급으로 맛있었던 음식. 그치만 세개 먹고 땡! 먹다가 질리고... 배부르면 배 아프니까 안먹게 된다.



요약하면!

계속 피곤하고, 속이 울렁거리고, 위가 아프고, 먹는 일이 즐겁지 않다. 먹는 즐거움을 잃으니 세상을 잃은 기분이다... 내 사랑 치킨이 먹고 싶지 않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한국 갈 때쯤에는 입맛이 엄청 엄청 돌아서 불편함 없이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먹는 게 가장 큰 변화이긴 하지만, 체력이 뚝- 떨어진 게 또 하나의 엄청난 변화이다. 1시간 정도의 외출에 방전되고, 걷는 일이 많이 줄어드니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초반에 배가 아팠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12주 안정기까지는 나 스스로도 최대한 쉬면서 지내려 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몸무게는 3kg가 줄었고, 배가 살짝 나왔다.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몸무게가 줄었는데 배가 나오다니! 살이 빠지면서 다른 곳의 지방이 배와 옆구리로 몰리고 있는 걸까. 내 몸의 근육이 빠져나가고 있는 걸까. 그나마 붙어있던 근육이 다 사라지고 있는 거겠지. 벌써부터 빨리 아기 낳고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1/4이 지났다. 











아가야.


이 곳은 한국도 아니고, 다른 가족들도 없고. 아직 적응 중인 이 곳에서 오직 엄마와 아빠 둘이 의지하고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아직 엄마라는 타이틀이 낯설어서 매번 검색창에 이것저것 검색하는 이 엄마를 어쩌면 좋니. 


아직은 너의 신호인 작은 변화에도 깜짝 놀라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그 신호가 뜸해지면 혹시나 너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소심하게 걱정도 하고. 이렇게 지난 시간을 보냈단다. 


이제 앞으로 남은 30주. 과연 어떤 일들이 생겨날지 참 궁금하고 기대되는 지금. 무럭무럭 잘 자라면서 중간중간 잘 커가고 있는 모습 보여주렴. 그동안 엄마도 조금 더 단단하지며 우리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열심히 커가고 있을 너를, 엄마라는 또 다른 삶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응원하며. 안녕.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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