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증상들
몸과 마음의 변화
자 이제 임신을 확인한 지 한 달쯤 되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이런저런 변화들. 가끔은 날 당황스럽게도 하고, 마음 졸이게도 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ing).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역시나 이 세상에 쉽게 오는 기쁜 일은 없다. TV에서처럼 식탁 앞에서 '웩-' 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만이 임신 신호의 전부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첫 아이 임신부인 하나하나 새로운 증상이 나올 때마다 검색 무한 반복하게 된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이러나저러나 다- 정상이라고 하니 너무 마음 졸이지 말아야지.
5주
- 가장 먼저 찾아온 몸의 변화는 생리 전의 증상과 같았다. 가슴이 아프고 배가 살짝 아렸다.
- 갈색혈이 이틀 정도 비쳤다. 생리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양.
착상혈인지 초반에 흔하다는 출혈인지 모르겠다. 병원 가지 않았고 문제없이 지나갔다.
- 아픈 정도는 아닌데 피곤함이 몰려온다.
6주
- 5주 말쯤부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 느끼한 음식, 중국 현지 음식, 고기 등은 먹고 싶지 않았다.
이때 계속 생각났던 음식은 물회, 냉면, 비빔국수 등 매콤하거나 시원한 거!
- 체온 변화가 심해진다. 갑자기 더웠다가 추워지는.
- 6주 초반 배 통증이 엄청 심했다. 외출했다가 서있지 못하겠어서 5분 만에 집으로 컴백.
살짝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하고 계속 누워있으니 점점 나아졌다.
- 화장실을 자주 가고, 새벽에 1~2번 깬다.
7주
-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물을 잘 못 마시겠어서 입에 한 모금 머금고 있다가 삼키는 수준으로 마셨다.
- 입이 짧아졌다. 맨 처음 한 입이 엄청 맛있다가도, 몇 번 먹으면 금방 질린다.
- 과일/찐 감자/계란 프라이 흰자/샐러드 등을 주로 먹었고, 밥보다는 면이 당겼다.
- 계속 매콤한 음식이 생각나서 가끔 라면(반개), 칼칼한 알리오 올리오 등을 먹었다.
- 양치할 때, 특정 냄새를 맡을 때(냉장고 냄새, 밥 냄새, 식당 냄새, 김치 냄새 등등) 구역질이 올라온다.
구토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멀미&숙취의 상태.
- 갈색 냉이 이틀 정도 있었는데, 큰 출혈이 아니면 병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병원은 가지 않았다.
8주
- 입덧이 토덧으로 넘어갔다. 잘 먹던 음식들도 토해내고, 빈속에 하는 구토는 정말 괴로웠다.
- 음식을 먹으면 바로 입이 텁텁해지고, 그래서 양치를 바로 했다.
대부분의 구토는 양치할 때였기에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심호흡하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 갑자기 비듬이 엄청 심해졌다. 피부병 걸린 것 마냥! 한두 번 그러더니 다시 괜찮아졌다.
- 잘 먹던 과일이 사과였는데 먹고 나면 자꾸 속이 쓰려서 먹지 않기로 했다.
- 여전히 매콤하고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
- 맨 밥은 먹지 못하고, 국에 말아서 먹거나 덮밥으로 먹어야 넘어간다.
- 식욕이 없어서 진짜 배고플 때까지 버티다 겨우 무언갈 먹는다. 저녁을 거르는 날이 많아진다.
9주
- 토 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지만, 구역질은 여전하다. 토를 하지 않아서인지 속이 많이 편해진 기분.
- 떡볶이(특히 한국의 엽기떡볶이!!!), 순대볶음, 감자탕 등의 음식이 생각났다.
- 하지만 아직 식욕이 없고 입이 짧은 상태라 거의 눈으로 많이 먹었다.
블로그의 맛집/레시피 포스팅, 심지어 유튜브 먹방을 찾아볼 정도.
- 아침에 토스트&잼&버터의 조합이 입맛에 딱 맞다.
임신 전에는 거의 먹지 않았던 음식인데 이 이후로 아침엔 거의 토스트를 먹는다.
- 배가 살-짝 나온 기분이다. 어차피 엄마 배라고 하지만, 지방이 배와 옆구리로 몰리는 것 같다.
10주
-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이건 7주쯤부터 계속된 증상)
- 여전히 매운 밀가루 음식이 당긴다. 칼칼한 국수, 비빔면, 떡볶이, 가끔은 불닭볶음면도 먹었다.
- 다른 임신부들이 많이 먹는다는 크래커는 내 입엔 아니었다.
- 먹는 양은 평소의 절반 정도이고, 여전히 속은 계속 불편하다.
- 먹기 전이나 후에 계속 울렁거리고, 잘 먹은 음식이라도 먹고 나면 토하고 싶어 진다.
- 이젠 울렁거림을 넘어서 속이 엄청 쓰린다. 빈속도, 먹고 난 다음도!
- 배만 고프지 않다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먹는 게 큰일이 되었고 즐겁지 않다.
요약하면!
계속 피곤하고, 속이 울렁거리고, 위가 아프고, 먹는 일이 즐겁지 않다. 먹는 즐거움을 잃으니 세상을 잃은 기분이다... 내 사랑 치킨이 먹고 싶지 않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한국 갈 때쯤에는 입맛이 엄청 엄청 돌아서 불편함 없이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먹는 게 가장 큰 변화이긴 하지만, 체력이 뚝- 떨어진 게 또 하나의 엄청난 변화이다. 1시간 정도의 외출에 방전되고, 걷는 일이 많이 줄어드니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초반에 배가 아팠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12주 안정기까지는 나 스스로도 최대한 쉬면서 지내려 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몸무게는 3kg가 줄었고, 배가 살짝 나왔다.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몸무게가 줄었는데 배가 나오다니! 살이 빠지면서 다른 곳의 지방이 배와 옆구리로 몰리고 있는 걸까. 내 몸의 근육이 빠져나가고 있는 걸까. 그나마 붙어있던 근육이 다 사라지고 있는 거겠지. 벌써부터 빨리 아기 낳고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1/4이 지났다.
아가야.
이 곳은 한국도 아니고, 다른 가족들도 없고. 아직 적응 중인 이 곳에서 오직 엄마와 아빠 둘이 의지하고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아직 엄마라는 타이틀이 낯설어서 매번 검색창에 이것저것 검색하는 이 엄마를 어쩌면 좋니.
아직은 너의 신호인 작은 변화에도 깜짝 놀라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그 신호가 뜸해지면 혹시나 너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소심하게 걱정도 하고. 이렇게 지난 시간을 보냈단다.
이제 앞으로 남은 30주. 과연 어떤 일들이 생겨날지 참 궁금하고 기대되는 지금. 무럭무럭 잘 자라면서 중간중간 잘 커가고 있는 모습 보여주렴. 그동안 엄마도 조금 더 단단하지며 우리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열심히 커가고 있을 너를, 엄마라는 또 다른 삶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응원하며. 안녕.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