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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Nov 25. 2021

체력이 꺾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때론 슬프게 다가온다. 20대 때는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하루 충분히 자면 체력이 멀쩡히 회복되었다. 30대를 넘은 지 꽤 지난 지금은 단 하루만 무리해도 당장 다음 날이 힘들다. 얼마 전, 선배의 권유로 함께 테니스를 처음 쳤다. 실내 테니스장이라길래 마냥 따뜻한 줄 알고 반팔과 반바지를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선 테니스장은 너무 추웠다. 평소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그대로 입고 운동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었으나 추위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군대에 있을 당시를 떠올렸다. 항상 아침마다 웃통을 벗고 구보를 했다. 강원도의 겨울 특성상 영하 10도 미만으로 내려가는 날씨였으나 아랑곳 않았다. 제 아무리 춥더라도 조금 뛰고 나면 땀이 났기 때문이다. 땀으로 온몸에 데워지면 겨울의 날씨도 이길 수 있었다.


테니스를 칠 때도 온몸에 데워지길 기대했으나, 1시간을 열심히 운동해도 추운 것은 여전했다. 땀은 났지만 그렇다고 냉기가 가시지는 않은 탓이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매우 재밌게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잠을 충분히 자도 그다음 날까지 피곤한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한 가지 사실이 명확히 떠올랐다. 이제는 20대가 아닐뿐더러 신체는 점점 꺾이고 있는 단계이구나. 평소 1시간 이상은 매일 운동하는 편인데도 나이에 따라 조금씩 떨어지는 체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매우 야속하게 다가왔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흘러간다.


나이에 따라 잃는 것에 집중하면 슬퍼진다. 반대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10년 전에는 카페 가는 것조차 망설여질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다. 지금은 매우 풍족하진 않지만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사 먹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테니스를 쳤는데 추위 때문에 참 힘들었다' 정도의 소소한 이야기를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작성할 수 있는 여유. 그것만으로도 내 삶을 긍정할 만한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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