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남편이 반차를 쓰게 되어, 남편과 둘이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리원 퇴소 후 처음이었다.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는데, 갑작스레 작은 로또가 당첨된 기분이었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점심시간의 도심은 너무나 익숙했고, 동시에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나도 이 무리들 중 하나였는데, 뚝 떨어져 유폐된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다들 그렇듯 회사를 안 다닐 날만 꿈꾸었지만, 정작 일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 쉬게 되자 알았다. 나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멋진 점심을 하는데 꿈같았다.
너무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좀 비현실적이라 꿈같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직 완전히 산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어설프고 모자라보여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또 집에 돌아가서 아기랑 씨름할 생각을 하니 그것도 꿈같았다.
격무에 시달리던 사람이 하루 쉰다고 그 피로가 풀리진 않는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은 것처럼...
며칠간은 점심의 기억이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 기억을 초콜릿처럼 꺼내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