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움직이는 선선 Nov 25. 2019

고양이 손이라도 도와주세요

사지가 덜 불편할수록 아기의 예쁜 점이 조금씩 더 보인다.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수록 우는 아기를 좀 더 오래 달랠 수 있다.


몸의 고생은 무조건 한 명의 성인이라도 더 달라붙어 아기띠를 나눠 매야 덜어지는 것이고,

마음의 괴로움은 나의 최애 남편이 알아줄 때 조금씩 사그라진다.


지난주에는 나를 불쌍히 여긴 친정 부모님이 하룻밤 오셔서 아기를 데리고 주무시고, 오후까지 한나절 봐주셨다. 정말이지 잠시나마 살 것 같았고, 부모님이 가실 때 눈물이 절로 주르륵 흘렀다. 내가 삼십 년 이상 살면서 부모님 가신다고 운 적이 있는가, 세상에... 육아란. 아기란!!!


아무튼 내가 조금의 여유를 찾고 나니 아기가 좀 더 예뻐 보이고, 아기띠 하고서 이십 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아기띠 하고 계속 둥기둥기 하는 것이 정말 죽도록 싫고 힘들어서, 내 멘탈이 박살났을 때는 대부분 아기띠를 세 시간 이상 하고 있었을 때다... 아기띠는 훌륭한 고문기구다.)


그렇게 아기가 예쁘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내가 괴물은 아니구나, 아주 몹쓸 엄마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너무 중요한 나란 사람.


작가의 이전글 자식을 갖고 싶으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