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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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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윤 Dec 08. 2019

서툰 표현



거실 바닥이 덥다. 등이 뜨거워 엎어져 있던 내 자세는 몸을 일으키기가 쉽다. 잠깐의 기지개를 켜고 두 팔부터 느리게 기상한다. 깊지 않은 잠 덕분에 눈은 금세 어두운 방에 적응한다. 제대로 눈을 감는 법을 공부해야할까. 땀에 젖은 이불이 무겁다.


안방엔 외풍이 든다. 방문을 열면 식은 공기가 잠이 덜 깬 얼굴에 닿는다. 침대 옆 얇은 커튼 뒤, 부정교합인 낡은 창문 사이로 밤공기가 스민다. 환절기는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체감이 됐다. 늘 이렇게 서늘했지. 커다란 침대 위 몸을 말고 있는 몇 개의 이불이 보인다. 저마다의 크기지만 비슷한 형태. 같은 가죽을 지닌 동물 같다고 생각했다. 어둡고도 냉기 가득한 겨울밤에 자신의 잠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현장. 고로롱거리는 소리가 채우는 방 안에서 가엾이 삐져나온 발들을 본다. 밤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발바닥들을 보며, 그들의 하루를 멋대로 상상한다. 


고단함은 발 끝에서부터 퇴적된다. 갈라진 바닥이 문득 처연하다. 손을 비벼 체온을 맞추고 무거워진 발을, 고단함을 들어 올린다. 삐져나온 발들에 이불을 덮는다. 부드러운 겉면을 손으로 훑는다. 대신 이 추운 밤으로부터 지켜주길 바라. 벌어진 커튼을 붙인다. 빛 하나 들지 않는 밤이, 방이 아늑하다. 감긴 두 눈 너머로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어서 다행이다. 보는 눈 없는 새벽이라 자유롭다. 표현 방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밤마다 삐져나온 발을 다시 넣어주는 일. 

참 미안하지만, 고작 이것이 서투른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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