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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Jun 11. 2023

세상이 바라보는 이혼은? 내가 바라보는 이혼은?

이혼의 관점, 주홍글씨

왜 이혼은 떳떳하지 못할까?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돌싱글즈와 같은 프로그램이 나와 이혼남녀도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설렘마저 준다. 자녀가 있어도, 그것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까지 보여주면 나도 모르게 대리만족까지 한다.


신랑과 사이가 틀어지고 난 뒤부터 돌싱글즈, 나는 솔로 애청자가 될 정도로 보았다.

그 감정적인 교류가 끊어지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허했고 그 허함을 연애프로로 달랜 것 같다.



티브이프로그램에서는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구나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아직 이혼한 사람에 대한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냥 스스로 나름 "주홍글씨"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서류적으로 정리되고, 상담을 받고자 찾아간 행정복지센터.


"저, 한부모가정 상담받으러 왔어요"


앞에 있던 직원은 다른 직원을 황급히 부른다.

근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 달라진 것 같지?

자격지심이다.


생각보다 한부모가정에서 돈을 받으려면 어려웠다.

내 상황조차 모르면서 돈 한 푼 받기 어려운 조건이 짜증이 났다.


3인가족기준(아이 둘 양육) 256만 원 이하의 월급만 벌어야 하고, 

(256만 원 정도면 5일 출근 알바 8시간 일하고.. 자동차랑 뭐.. 하면 딱 턱걸이)

그렇게 해서 한 달에 얼마더라...? 100만 원 이하였나?

암튼 차도 10년 이상 된 대략 경차정도만 허락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사업자가 2개이며 매출은 1억이 넘으며 집을 자가로 소유하고 있다.

전남편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어 현재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몇 달째 양육비는 없다. 

난 현재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첫째 6살 아이도 키우고 있다.


거의 말하자면 둘째 태어나고 바로 내가 돈 벌고 번돈으로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 받은 돈이 얼마나 되려나...?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병원비 아끼려고 제왕절개 출산 1일 차부터

다인실 6인실 썼고, 퇴원할 때는 병원비 0원 냈다. 


병원비 아껴서 내 마사지, 산후관리에 더 투자하고자 그렇게 비용을 아꼈는데,

쌍 도둑을 만나서 다 털렸다. 


진짜 사각지대 한부모인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아이를 안고 일을 하지 못하니 시간제로 어린이집을 맡기고(4~5시간)

또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들이 나에게 자유시간이자 나에게 유일하게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에 3~4시간 일해서 돈 벌어야 하는 나에게

정부는.. 이 사실을 알려나요?


때아닌 호소를 브런치로 해본다.


모든 상황은 다 핑계라고 생각하려 해도 

내가 처한 상황은 참 나를 쉽게 무너지게 한다. 


"나 이혼녀예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알고 있는 것 같고,

어린이집 선생님 상담을 통해 이혼을 최근에 했다고 밝혔다.


첫째가 혹시나 정서적인 영향이 바로 오진 않을까? 그런 게 티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도움을 받고자 이야기를 했었다.


최근에 행사가 있는데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였다.

토요일 하루 아빠들과 피자 만들러 가는 체험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바로 내 눈치를 보셨다.

"어머니, 토요일 이날 되세요?"라고 묻는데 그 눈빛은 (아빠... 안 오는 거 아니여요?)

이런 느낌이랄까? 


혼자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다니는 기분이다.

사회적인 인식이 그런가? 아니면 내가 이혼을 생각하는 인식이 그런가?


네이버에 이혼 관련 검색어를 마구 쳐봤다.

그런데... 정말 실제로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은 돌싱카페, 맘카페 정도이고

자신의 이혼글을 표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답답했다. 이혼했다는 게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내 아픔을 공유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힘이 되고 싶었다.


그냥 아직 여전히 이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중이고, 

그런 과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내가 치유받고 싶었다.


이혼이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혼을 내가 적극 조장하거나 이 가정을 파하려고 한 행위는 1도 없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이번 이혼은 정말 힘들었다. 이 가정을 너무나 유지하고 싶고, 내가 바라던 그 가족의 분위기를 나 또한 너무 느끼고 싶은 사람 중 하나라서.


평생 조현병엄마, 아빠 밑에서 외동으로 자라서

기껏해야 엄마가 괜찮을 때 조금 놀러 간 게 다고 

커서는 엄마가 조현병증상이 심해지셔서 집에 오면

엄마 괜찮은지 눈치 보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 엄마라는 사람의 역할을 더욱 잘 해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였고,

가족의 울타리를 정말 행복한 모습으로 잘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정말 바랬던 그 행복... 그걸 내려놓았고, 내게 행복은 이제 새로운 형태가 되었다.

내 앞날은 이제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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