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 다섯, 처음 외국땅을 밟다.
우물안 개구리에게도 첫 해외여행의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 Steven과 싱가폴행 왕복 티켓 이벤트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된 것이다. 사실 응모는 Steven 혼자 했는데, 되면 두 장 되면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해두었다.
('탁월한 선견지명'이라 쓰고, '개꿀'이라 읽는다) 마침 싱가폴엔 이종사촌 Robyn이 살고 있어서, 오랜만에 Robyn도 볼 겸 좋은 기회였다.
손짓 발짓 다 해가며 7박 8일 일정 동안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렸다. Robyn이 타국에서 멋지게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Robyn은 싱가폴의 랜드마크이자 옥상 수영장이 일품인 'S****'호텔에서 Expo Sales를 담당했다. Robyn은 3개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업계에서도 유명한 세일즈우먼이었다. 혈혈단신으로 싱가폴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녀가 멋있고 자랑스러웠다.
우연찮게 나가본 우물밖 세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평생 피쉬앤칩스만 먹던 영국인이 인도에 가서 커리를 맛 본 기분이 이런 느낌었으랴. 우물담을 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고, 우물벽만 바라볼게 아니라 계속 뛰어올라 우물담의 높이를 가늠하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나를 단련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귀국과 동시에 장기간의 배낭여행을 결정했다. 넓은 세상을 한 눈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3개월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고, 항공권도 구매했다. 그렇게 조금은(?) 무모한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