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긴 시간,
너무 많은 것이 남아있더라.
헤어진 연인들이 왜 서로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 쓰는지
이제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책상 서랍을 열어도 너
침대 머리맡에도 너
휴대폰을 열어도 네가 자꾸 나타나서
집에 틀어박혀있던 시간 내내 나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서서히 멀어졌고,
예상했던 이별이었기에
요 며칠 난,
괜찮아- 지지부진했던 시간들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시원해- 라고 생각했거든.
오만이었다.
너를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는 것도
네가 그립거나 보고싶은 것도
우리의 헤어짐을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너의 흔적과 마주칠 때마다
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눈물이 흐른다.
마치 기계의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 어떤 과정도 없이
그저 가슴이 저릿하다.
하나의 관계가 끝나버렸다는 것이
한 사람이 내 일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
그저 그런 것들이-
그냥 이별이란 것 자체가-
힘든 것이겠지.
술에 취해 너의 번호를 누른다거나
너를 떠올리며 잠들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이별이 슬플 것 같다.
2019. 10. 26
안녕-
한 때 내 인생의 일부였던
그러나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