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없는 나는
빌었다.
수십 년 전 어머니들처럼 맑은 물 한잔 받아 놓고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빌었다.
그 사람도 나를 바라보게 해 달라고.
나와 손잡고 마주 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정말 착하게 살아가리라,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매일 하나씩 더 하리라-고.
...
이렇게 간절히 빌고 빌었던 적 또 있었던가.
이번만큼은 내 바람을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신, 혹은 어떤 영성이 정말 존재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리고 존재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한 개인의 소원을 들어줄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며칠밤을 빌었다.
그런데
수취인이 불명확한 이 탄원서는
아마 그 어디로도 배달되지 못한 것 같다.
2022.08.03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왜 이렇게나 고통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