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석천 Aug 04. 2022

왜 나는 안 되나요


종교도 없는 나는

빌었다.


수십 년 전 어머니들처럼 맑은 물 한잔 받아 놓고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빌었다.


그 사람도 나를 바라보게 해 달라고.

나와 손잡고 마주 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정말 착하게 살아가리라,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매일 하나씩 더 하리라-고.

...

이렇게 간절히 빌고 빌었던 적 또 있었던가.

이번만큼은 내 바람을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신, 혹은 어떤 영성이 정말 존재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리고 존재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한 개인의 소원을 들어줄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며칠밤을 빌었다.


그런데

수취인이 불명확한 이 탄원서는

아마 그 어디로도 배달되지 못한 것 같다.




2022.08.03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왜 이렇게나 고통스러운가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그리운 게 아니라, 이별이 그냥 힘든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