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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통근자의 아파트

김필산 엽편 소설

그는 서울시간역으로 출퇴근을 했다.


사나흘에 한 번 아침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나타나는데, 그런 날엔 반드시 역 방향으로 사라지듯 퇴근했다. 회사가 역 근처라 접근성은 좋았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 열차표도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릴 텐데.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큰 배낭을 메고 퇴근하는 그를 미행하기로 했다.


멀리서 바라본 그는 너무 초췌하고 피곤해 보였다. 입사 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3년은 더 늙어 보였다. 딱하고 걱정되었다. 물론 나 또한 야근 때문에 머리와 화장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친하지도 않은데 동질감이 들었다. 나는 그와 같이 입사했지만 업무 관련 얘기밖에 나눈 적 없었다. 먼저라도 말 걸어보고 싶었지만 소심한 내 성격에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밤 11시에 집에도 안 가고 취객과 관광객을 뚫고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를 미행하는 직장인이라니. 내 처지가 처량해 눈물이 찔끔 났다.





김필산의 엽편 소설 「시간통근자의 아파트」 가 국가철도공단 웹진 『철길로 미래로』 2023년 7/8월호에  실렸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타임트론 옴니버스 『백 년의 세계』 시리즈

「두 서울 전쟁」

「시간통근자의 아파트」 (현재 글)

「시간의 발명가」 (예정)

「백 년의 세계」 (예정)

「카오스루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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