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편지 #5
Dear Myself,
거리에는 푸르름이 거리 곳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 보니 제 마음도 춤을 추는 듯한 날씨입니다.
엊그제 타워레코드에 들렀습니다.
매장에서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Jeff Buckley의 노래라고 하더군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음반을 구입했습니다.
사실 약속 시간이 한참 남아서 좋아하는 타워레코드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갈 예정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뮤지션을 좋아하는 매장 매니저가 하루종일 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날이 5월 29일이었는데 그날 사망했다고 하네요.
그 매장 매니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법이었겠죠?
친구들이랑 술 먹고 그러다 보니 이 음반을 구입한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전에 제가 말씀드린 친구 기억하시죠?
그다음 날 친구가 이 음반을 보고 놀래더군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요.
그제야 이 뮤지션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저녁에 술에 입도 대지 않는 그 친구랑 소주 한잔 먹고 방에 누워서 아무 말없이 이 음반을 듣고 있었네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그의 유작이라고 하니 무게감이 상당하네요.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예언하는 듯한 'Last Goodbye'나 레오나드 코헨의 'Hallelujah'등 그의 노래에서 분노, 절망 같은 것들이 느껴지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특히 'Lover, You Should've Come Over'에서는 가사 내용을 몰라도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절망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 들으시면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막 좋아지게 된 뮤지션인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갑자기 복잡한 심정이네요.
5월이 갖는 의미가 상당한데 말이에요.
저도 모르게 슬펐던 하루를 끌어안고 새벽을 맞이하고 있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5월 31일
From Myself
추신. 편지가 도착할 때쯤에는 5월이 지났겠군요.
문득 천상병 시인의 <오월의 신록>이 생각났습니다.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지만 이것도 청춘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