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친구를 만나다
From 편지 #4
Dear Myself,
잘 지내고 계신가요?
완연한 봄날이 왔네요.
파릇파릇함이 느껴질 정도로요.
며칠 전 과에서 선배님들이 후배들과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었습니다.
새내기라는 표현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 제 옆에 앉아 있는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길래 물어봤습니다.
자신은 술이 싫다고 하네요.
어쩌다가 음악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타를 치는 친구더라고요.
집이 강화도라 학교 근처에 방을 마련해서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날 그 친구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밤새도록 음악을 듣고 음악 이야기만 했습니다.
깁슨 기타를 멋지게 치는 그 친구의 모습이 잊히지 않네요.
언제 같이 밴드를 하자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며칠 후에 학교에 베이스를 들고 가서 점심시간에 그 친구집에서 작은 앰프를 두고 잘 알려진 곡을 선정해서 악보하나 두고 손이 가는 데로 합주를 했습니다.
물론 엉망진창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도 Jaco Pastorius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흥분이 되었습니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대낮부터 시끄럽다고 뭐라고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한동안 입학하고 적응하지 못해서 겉돌았던 제 대학 생활이 재밌어질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신이 나네요.
이번 주말 끝나고 월요일에 신촌에 가서 재즈 리얼북을 사서 한번 합주해 보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때마침 제가 속해있는 동아리에 드럼 치는 친구도 있었는데 이 친구도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신촌에 또 마스라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레슨비디오를 판다고 하는데 거기에 꼭 구하고 싶은 레슨비디오가 있다고 합니다.
이 친구가 기타리스트 Frank Gambale을 좋아해서 그 뮤지션의 레슨비디오를 꼭 구입하고 싶어 하거든요.
저도 한번 들러볼 생각입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음반들도 구해준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싶은 음반을 한번 부탁해 볼 생각입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꿈을 꾸고 싶은데 이제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걸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글이 길어졌네요.
여기서 그만 펜을 놓을까 합니다.
벌써 새벽이 오고 있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4월의 어느 날
From Myself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Paolo Di Sabatino는 John Pattitucci, Janek Gwizdala, Peter Erskine 같은 실력파 뮤지션들과 많은 협연을 해온 뮤지션이다.
특히 그의 연주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섬세한 터치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통해 매력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뮤지션으로 전통 재즈는 물론 신시사이저 펜더 로즈 같은 일렉트로닉 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퓨전 성향의 연주에서도 강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음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는 듯해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그가 지금까지 음반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적 역량은 지금 들어도 매력적이다.
그중에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이 음반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Javier Girotto나 프랑스 출신의 색소폰 주자 Stefano Di Battista, 자국 출신의 Daniele Scannapieco 같은 멋진 뮤지션들이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손에 꼽는 음반이다.
유려한 터치 라인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덧보이는 'Kenny'는 정말 많이 감상했던 곡이다.
Label: Il Manifesto Records
Title: Paolo Di Sabatino
Released: 2001
Paolo Di Sabatino - Piano, Fender Rhodes
Carlitos Puerto - Bass
Horacio "El Negro" Hernandez - Drums
guest:
Javier Girotto - Soprano Saxophone
Stefano Di Battista - Soprano Saxophone, Alto Saxophone
Daniele Scannapieco - Tenor Saxoph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