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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Feb 23. 2024

추억이 사라지다

From 편지 #2

Dear Myself,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여전히 밤이면 라디오를 듣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수능이 끝나고 한 해가 지나 한동안 라디오를 듣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여전히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대학교 입학 전까지 줄구장창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한강 고수부지에서 농구도 하고 그러고 지냈습니다.

어느 날 문득 10시가 되어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95.9 MHz로 맞췄습니다.
익숙한 Frank Pourcel의 Merci  Cheri가 시그널 음악으로 여전히 흐르고 있네요.

하지만 오랜 기간 제 곁에서 기쁨과 위로를 주셨던 별밤지기 이문세 님이 아닌 다른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처음 별밤을 듣던 중학생부터 이어져 온 추억이 한순간 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퍼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듯하네요.

솔직히...
사실은 위로가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겠지요.

언젠가는 그 기억이 흐릿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바보 같은가요?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추억을 고이 접고 추억의 책장 속에 그리움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오늘은 라디오를 듣지 않을 생각입니다.
침대에 누워 새벽이 오기 전에 잠에 들 생각인데 가능할진 모르겠습니다.

뒤척이지나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밤이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어느 봄날에
From Myself

 


Fred Hersch - Memories Of You (2011년 음반 Alone At The Vanguard)



Fred Hersch 하면 피아니스트들의 스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아하면서도 자신만의 릴리시즘을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지금도 여전히 그만의 아름다운 연주를 새기고 있다.


<Alone At The Vanguard>는 2010년 11월 30일에서 12월 5일까지 6일 동안 펼쳐진 그의 라이브 음원을 담아 발매한 작품이다.


그의 오리지널은 물론이고 스탠더드에 대한 그만의 음악적 철학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라이브 음반으로 단순하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의 솔로 연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의 솔로 연주하면 손에 꼽는 작품이 <Alone At The Vanguard>이다.


그중 'Memories Of You'는 Frank Sinatra, Rosemary Clooney, Ella Fitzgerald 등 수많은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불렀는데 1930년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Eubie Blake가 곡을 쓰고 Andy Razaf가 가사를 붙여 완성한 곡이다.


Fred Hersch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아름다움은 이 곡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Lable: Palmetto

Title: Alone At The Vanguard

Released: 2011


Fred Hersch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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