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편지 #1
Dear Myself,
잘 지내고 있죠?
오늘 참 날씨가 좋았어요.
화창한 날씨다 보니 문득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게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교 신입 OT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고등학교 교정을 걷다 왔습니다.
졸업한 지 며칠 지났을 뿐인데 그 교정을 걷는 기분이 그때와는 달랐습니다.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했던 학창 시절인데 벌써부터 그리움이 돼버리니 제 마음을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금 그때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이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요?
하지만 제 마음은 아직은 어른이 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네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걸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것도 우습네요.
저는 이제 20살의 꿈을 꾸고 싶은 대학생이 되었을 뿐인데 말이죠.
누군가가 말하기를 꿈을 꾸는 사람은 영원한 어린아이와 같다고 했죠.
오해하진 마세요.
그렇다고 피터팬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도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합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어리석은 걱정부터 하고 있네요.
밤이 깊어지고 있군요.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2월의 어느 화창한 날의 일요일
From Myself
추신. 아직은 2월이라 그런지 교정에 예쁘게 활짝 폈던 꽃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꽃이 활짝 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건 제 욕심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