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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Feb 24. 2024

소원을 빌다

From 편지 #3

Dear Myself,

잘 지내시고 계시죠?
봄이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대학 생활이란 게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요.
'우리들의 천국'이나 '내일은 사랑'같은 드라마에서 봤던 것들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좀 놀라고 있습니다.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 대학생이면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일단 접었습니다.
너무 낭만적인 생각만 한건 아닌지 아니면 제 성격 때문인지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만나는 게 더 편하네요.

최근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혜성을 보기 위해 북한산 정상에 올라서 하룻밤을 꼬박 새우다 왔습니다.
뉴스에서 혜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헤일-밥 혜성을 보러 갔습니다.

살면서 이런 걸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친구들끼리 낑낑대면서 올라갔습니다.
이미 우리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일반인들부터 다른 대학교 천문학 동아리에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천문학 동아리분들께서는 가지고 오신 망원경으로 한번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는 혜성은 맨눈으로 확인하는 것과는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네요.
문득 별에 소원을 빌어보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소원은 아닙니다.
'여자친구 사귀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이었습니다.

근데 차라리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이 좋았을까요?

소원을 빌면서도 제가 생각해도 유치한 소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 대학생인 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여자친구 사귀는 거였나 봅니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제 모습에 친구들이 궁금해했나 봅니다.

별에 소원을 빌었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몇 살인데 별에 소원을 빌어?'였네요.
소원을 비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요?

모르긴 해도 그곳에 계신 모든 사람들은 소원을 빌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잠자리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별에게 빈 소원을 과연 들어줄까라는 생각에 뒤척이지 않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3월의 어느 날
From Myself

추신. 별에게 소원을 빌었던 피노키오가 생각이 났습니다.
        피노키오의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저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Kenny Drew Trio - When You Wish Upon A Star (1956년 음반 Kenny Drew Trio)



Kenny Drew의 50년대 연주는 비밥의 정점을 보여줬다.

특히 그는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솔직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Blue Note에서 발매된 <Undercurrent>를 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Riverside에서 발매된 그의 음반들을 더 좋아한다.


그중에 이 작품은 Paul Chambers, Philly Joe Jones가 참여하면서 피아노 트리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음반이다.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디즈니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1940년에 개봉한 <피노키오>에 수록된 곡이다.


Leigh Harline이 작곡하고 Ned Washington이 가사를 붙여 완성된 곡으로 이제는 대표적인 스탠더드 곡이 되면서 Keith Jarrett, Bill Evans 등 많은 뮤지션들이 연주하고 부른 곡이다.



Label: Riverside

Title: Kenny Drew Trio

Released: 1956


Kenny Drew - Piano

Paul Chambers - Bass

Philly Joe Jones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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