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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Mar 08. 2024

바람이 분다

From 편지 #6

Dear Myself,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나더군요.

아버지한테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아버지는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그러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너도 네가 원하는 대로 바람처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죠.

지금 생각해 보니 꿈을 크게 가져라는 의미로 하신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바람은 스쳐 지나간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은 것처럼.

그 흔적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얄밉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을 따라 사라진다.

때론 그 흔적은 향기로도 남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을 따라 사라진다.

차라리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러면서도 내 맘은 다시 바람이 불면 어떤 흔적을 남길지 설렌다.

그때는 그 흔적을 잡을 수 있을까?
차라리 잡히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바람이 스쳐지나 온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니.



어떤가요?
어릴 적 빼곤 시(詩)를 써 본 기억이 없는데 시(詩) 같지 않은 시(詩)를 한번 써봤습니다.
아직 제목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바람이라고 하니 너무 흔해 보이는 것 같고...
그냥 무제로 두는 게 좋을까요?

이렇게 보면 저도 꽤나 감성적인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비웃진 말아 주세요.

편지에 쓰자니 사실 저도 부끄럽거든요.

지금도 창가 너머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이네요.
왜 바람은 부지런히 나무를 흔들고 있을까요?

새벽의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바람이 부는 어느 날
From Myself

추신. 중요한 소식을 전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며칠 전 대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미팅을 해봤습니다.
        맘에 드는 여자애한테 삐삐를 남겼는데 설레네요.
        연락이 올지 안 올지 말이에요.       



Peter Bernstein & Joachim Schoenecker - Gone With The Wind (2009년 음반 Dialogues)



기타리스트 Peter Bernstein을 참 좋아라 한다.

특히 Criss Cross 레이블 시절의 그의 연주나 Brad Mehldau, Joshua Redman등과 함께 협연했던 그때의 연주는 지금 들어도 참 매력적이다.


물론 최근에 발매된 그의 음반 역시 완숙함이 느껴지는 그의 매력적인 기타 연주는 여전히 멋지다.


그중에 독일 출신의 기타리스트 Joachim Schoenecker의 듀엣 음반인 <Dialogues>는 정말 많이 들었다.

두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몽글몽글한 사운드와 아기자기함마저 느껴지는 이들의 듀엣은 꽉 찬 사운드는 아닐지언정 특유의 감성이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Label: Parashoot Records

Title: Dialogues

Released: 2009


Peter Bernstein - Guitars

Joachim Schoenecker - Gui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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