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Mar 15. 2024

바다를 보다

From 편지 #8

Dear Myself,

바다를 언제 보러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가족 여행으로 해수욕장에 몇 번 가본 기억은 나는데 바다를 본 기억은 없거든요.
바다를 갔는데 바다를 본 기억이 없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때는 수영하는 게 더 좋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바다를 볼 생각을 전혀 못했던 게 아닌지...

문득 그 드넓은 바다를 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즉흥적으로 버스에 몸을 맡기고 동해로 갔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시즌 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네요.

그냥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외롭진 않았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렸거든요.

끝이 없는 것처럼 펼쳐진 길을 따라가는 동안 파도 소리만 들렸습니다.
마치 바다가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조르는 듯 말해 주고 싶은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늦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새벽이 오기 전에 편지를 씁니다.
이 순간에도 파도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1997년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From Myself



Jacob Karlzon - Open Waters (2019년 음반 Open Waters)



스웨덴 출신의 피아니스트 Jacob Karlzon은 90년대부터 활동해 온 베테랑 뮤지션이다.

한때 e.s.t. 의 뒤를 잇는 뮤지션이라고 소개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건 당시의 음악씬에 대해서 그러기를 희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자신만의 음악적 감성과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활동하는 것이 그래서 더 반갑다.

특히 <Open Waters>는 메이저 레이블인 Warner에서 발매했는데 그 이후 작품인 <Wanderlust> 역시 Warner에서 발매하면서 유러피안 재즈 팬들에게 각광을 받기도 했다.


공간 자체를 음악적인 미장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지금이야 흔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멋지게 표현하는 뮤지션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이 작품 역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를 활용하며 트리오가 유영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앙상블을 펼친다.

스트레이트한 맛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트리오가 가질 수 있는 매력으로 가득 채워진 음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Label: Warner Music

Title: Open Waters

Released: 2019


Jacob Karlzon - Piano, Synth

Morten Ramsbøl - Bass

Rasmus Kihlberg  - Drums

이전 08화 무제 I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