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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ug 02. 2024

당신은 소중합니다

낯선 상상 #17

"요즘 들어 자주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생각인가요? 궁금하네요."


잠시 생각을 하던 내담자가 대답을 했다.


"유치하긴 하지만 다시 어릴 적의 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요."


"그게 유치한 생각은 아닙니다. 세상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은 세상을 모르던 그 어린아이가 되고 싶어 하니까요"


내담자는 놀라며 선생님한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나요?"


"물론이죠. 저도 때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내담자가 궁금한 듯 물어봤다.


"선생님 같은 분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다니 신기하네요. 솔직히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궁금하시군요.
의사라는 직업이 남들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는 직업이죠.

솔직히 남들에게 자랑하기도 좋고 돈도 많이 벌고 있습니다.
지금같이 스트레스라든가 젠더문제, 정치등 이분법적인 사고가 넘쳐나고 PC를 강요하는 등 많은 부분들이 현대인들을 자극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죠.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자신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기 뭐 하지만 그런 세상이다 보니 저 같은 의사들은 환자가 많아서 돈을 벌 기회가 많아지죠.
이런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하지만...
원래 저의 꿈은 의사가 아닙니다.

저의 어릴 적 꿈은 새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비행사가 되는 거였습니다.

사고도 많이 쳤습니다.
새처럼 날아본답시고 어설픈 날개를 만들어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죠.

그래서 가끔 어릴 적 그때로 돌아가 비행사라는 저의 꿈을 완성해 나가고 싶은 생각을 하곤 하죠.


"그렇군요!!"


"자! 그럼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Niels Lan Doky - I Believe I Can Fly (1998년 음반 Niels Lan Doky)


어릴 적에 저는 시장에서 파는 통닭을 좋아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저를 위해 퇴근길에 가끔 시장에 들러 통닭을 사 오시곤 하셨죠.

우리 집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통닭도 아버지에게는 부담이셨을 거예요.
남들 보기엔 별거 없는 시장 통닭이지만 우리 세 식구는 그 주위에 앉아 통닭을 먹으며 행복해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날따라 일찍 퇴근하셨습니다.
그날도 통닭이 먹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통닭을 사달라고 졸랐죠.

아버지는 웃으시며 "그래 알았다 우리 아들"하시면서 통닭을 사러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날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늦은 저녁에 집에 전화가 울렸는데 어머니는 그 전화를 받으시곤 통곡을 하셨습니다.
통닭을 사러 가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셨거든요.

어머니는 그날부터 저를 매우 싫어하셨습니다.
그깟 통닭하나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요.

제가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그겁니다.
그 통닭을 먹지 못해도 좋으니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잘못된 과거를 다시 돌리고 싶어요.


"음... 지금 유니콘 기업을 키워가시고 기업인으로서 유명하신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위치에 다시 있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그렇죠. 미래라는 것은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힘든 시기를 경험하며 느낀 건 소중한 가족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금 제가 불안해하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감정을 갖게 된 이유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가족을 꾸릴 생각을 못한다는 겁니다."









상담이 끝나고 의사는 진료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의사 가운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홀로 남아있는 진료실에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지막 내담자와 상담을 끝내고 잊고 있던 어릴 적 꿈꾸던 비행사라는 꿈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마치 저 높은 푸른 하늘을 나는 새처럼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지금은 비행사가 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를 주는 가족이 있음에 그는 감사했다.


그리고는 오늘 만난 내담자와 브런치의 모든 이를 위해 기도를 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존재니까요.
저는 지금도 어린아이처럼 여전히 희망의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힘들었던 과거와 역경을 이겨내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소중한 내 의사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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