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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13. 2016

a lovely night

 " 매력 있어요. "
 " 어디가요, 얼굴이요? "
 " 아닌 건 아니지만, 딱히 얼굴을 중요시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


 댄디한 남자와 웃음 많은 여자의 첫 만남엔 어색함 대신 솔직함이 가득 흘렀다. 테이블 위, 각자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가 오늘의 저녁이였고 두 사람의 첫 식사였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둘은 서로가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곤 했다. 여자의 이야기에 남자가 귀엽다는 듯 웃어주었던 것, 이야기가 짙어지자 저도 모르게 테이블 가까이 가슴을 붙인 남자의 행동, 그런 남자의 담백한 농담에 여자는 부담없이 받아주며 웃었던 여러 상황들이 밤에 묻어나고 있었다.


 " 밥 먹는게 이렇게 재밌는일인지 오늘 알았네요. "
 " 덕분에요. 커피는 걸으면서 마시는 거 어때요? "
 " 좋죠. 무슨 커피 좋아해요? "
 " 때에 따라 다른데, 보통은 콘파냐 즐겨 마셔요. "
 " 아 - 콘파냐. 그거 너무 쓰지 않아요? "
 " 쓴만큼 달아서 괜찮아요. 무슨 커피 좋아해요? "
 " 라떼 좋아해요. 달고 짠거 좋아하는 어린이 입맛이라. "
 " 이 쪽 근처에 라떼 맛있는 카페 있는데 알아요? "
 " 혹시 언아덜데이 말하는거에요? "
 " 어? 아네요?! "


 반가워하는 여자의 반응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영화사 바로 옆에 있어서 자주가요. 담백한 남자의 말에 여자는 그의 말이 꾸며진 말이 아닌 단순함을 느끼며 웃었다.


 " 이유가 단지 영화사랑 가까워서에요 아니면, 맛있는 라떼집이 영화사 옆이라서에요? "
 " 오분전만해도 이유는 전자였는데, 지금은 후자요. "
 " 왜 오분 사이에 마음이 바뀐거에요? "
 " 유일하게 아는 카펜데 이렇게나 반가워해주니까 이유를 바꿀만하죠. "


 능청스러운 남자의 말을 들으며 여자는 작게 눈을 흘겼다. 여자 많죠? 피할 길 없는 여자의 직설적인 멘트를 들으며 웃던 남자는 바람에 벌어진 코트를 여미며 대화의 종착점인 카페를 고갯짓으로 가르켰다.


 " 여자는 어딜가나 많죠, 저기 바리스타도 여자잖아요. "
 " 그런 뜻 아닌 거 알면서 - "
 " 어떤 뜻으로 물어도 내 대답은 이거에요. 콘파냐 마실거에요? "


 여유있는 남자의 말이 기분 나쁠만도 했지만, 여자는 전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유연한 그의 행동에 한번 더 눈길이 가고야 말았다. 두 걸음 앞서 takeout 코너에 선 남자는 뒤돌아 여자를 보며 물었다. 콘파냐 마실거에요? 그리고 그 순간 카페 내에서 달콤한 재즈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뇨, 라떼요. 남자를 가르키듯 또박한 어투로 얘길하던 여자는 저를 따라 아뇨, 라떼요. 라고 장난스레 말하는 남자를 보며 웃었다.


 유연한 첫 만남이였다. 주변에서 들어 온, 스스로 생각했던 소개팅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였다. 분명 세시간 전, 처음 만난 남자인데. 당연히 흘러야 할 어색함 대신 이상하게도 편안함이 더 흐르고 있었다. 받은 커피를 건네며 한모금 마시던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재즈 좋아해요?


 남자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향한 시선에 눈을 맞추었다. 즐겨 듣는다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차를 가르켰다.


 " 데려다 줄게요, 즐겨 듣는 재즈 들으면서. "
 " 무슨 영화 좋아해요? "


 여자의 말에 차 문을 열어주던 남자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웃음 진 얼굴로.


 " 너무 일하는 느낌이에요? "
 " 이런 느낌이면 얼마든지 일하죠. "
 " 본인도 알죠? 능글 맞은 성격인 거? "
 " 알죠, 몇 없는 장점 중에 하난데. "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남자에게 끌리는 느낌을 여자는 지울 수 없었다. 얼른 타요- 남자의 말에 먼저 차에 올라 탄 여자는 다시 또 느껴지는 편안함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일 뭐해요? 벨트를 끌어매던 남자는 여자의 목소리에 시선을 맞췄다. 그리곤 그만의 담백함과 조금은 진중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할까요, 나랑 영화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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