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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Sep 10. 2020

임용고시까지 두 달 남은 시점의 여유로움

20년 9월 10일(목)

벌써 임용공부를 시작한 지도 2년이 흘러 3년째에 다가가고 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시험을 봤던 첫 번째 시험에선 하마터면 1차 합격을 할 수도 있는 점수를 받았으며, 무언가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고 생각한 두 번째 시험에선 2차 시험까지 보는 최초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희망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이제 시험까진 두 달 보름 정도의 시간만이 남아 있다.     



▲ 20년 9월 8일의 학교 모습. 저번 주 3일부터 마이삭 영향으로 시원해지더니 지금은 완연한 가을 날씨다. 선선하고 좋다.



           

재작년과 작년의 이맘때를 되돌아보다     


이 시간이 되고 보니 불연듯 재작년과 작년의 이 시기엔 무얼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기분은 어땠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시험이 어느 정도 임박한 같은 떨림의 시간을 보낸 셈이니, 그 당시엔 어떤 공부를 하고 있었고 어떻게 정리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10일(월)

● 어제 중용 편집을 마치고 교육학 쏙쏙 문제까지 한 파일에 올리고 나니 11시 30분이더라. 되게 뿌듯한 하루의 마침이었다. 오늘은 5시 50분쯤 일어나 짐을 부랴부랴 싸고 학교에 올라왔다. 지금은 6시 23분.

● 올라와서 쓸까 말까했던 중용 편집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막 쓰다 보니 양이 늘어나더라. 그래서 오전엔 이것만 하고서 내려왔다.   

● 점심은 라면으로 먹고 한숨 자고 2시쯤 올라가 있으니, 왜 이러 덥던지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날씨기도 하다. 여전히 후기만을 쓰다가 너무 더운 나머지 내려왔다.  

● 저녁으론 통닭을 시켜서 먹었다. 어쩔 수 없이 매일 매일 거의 때우다시피 하고 있다. 9시쯤 잠에 들었나 보다.           



재작년엔 이맘 때쯤엔 맹렬하게 『중용(中庸)』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 시험의 추세로 봤을 때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이 시험에 출제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험을 보기 전에 한 번 정도는 정리하고 싶었기에 맹렬히 한 것이고, 딱 재작년 오늘에서야 정리와 공부를 마치고 ‘정리를 마친 후 소감’까지 적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 한문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합격한다’는 기고만장(氣高萬丈)한 마음 따위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임고반을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공부하고 임용시험을 봐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 2018년 9월 11일 현관에서 본 학교의 모습. 선명해보인다.



2019년 9월 10일(화)

● 오늘부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교육학을 하고 기출문제를 풀 것이다. 오늘은 정말 화창한 날이다. 날씨도 좋고 정말 모든 게 부족함 없이 완벽한 날이다. 

● 오랜만에 교육학 강의를 들었다. 어제까지 우리 한시가 끝났으니 한시름 덜고 내가 하고 싶던 걸 할 수 있으니 좋다. 

● 오후엔 08년 기출문제를 풀었다. 한 번도 보지 않았던 고문진보 글까지 나오니 정말 어렵고 답을 구성조차 못하겠더라. 

● 3시 넘어가니 졸음이 밀려와서 4시쯤 내려와 한숨 잤다. 가는 길에 롯데마트서 초밥을 사갈까 했는데 귀찮아 그냥 오다. 저녁엔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가 라면에 만두를 구워 먹었는데 만두가 어찌나 물리던지 먹기 싫어지더라.         


  

작년 이맘 때엔 『어우야담(於于野談)』 원문 모으기 작업과 『우리 한시를 읽다』 편집 작업을 하며 여름을 보냈고 딱 이때부터 임용시험을 위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날이었다. 그래도 2018년과 달라진 점은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정도 합격점에 가까운 점수도 받았던 터라 나름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걸음씩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 2019년 9월 7일에 내 자리에서 찍은 학교 모습.




2020년의 9     


재작년이나 작년을 돌아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공부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 없는 게 눈에 띈다. 그 말은 곧 공부의 형태는 2018년에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최초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여전히 블로그를 공부장으로 활용하며 공부한 내용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결과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똑같이 무언가를 정리하고 기록을 남기며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방식은 똑같다 해도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정리하며 꾸준히 쌓아온 것들은 분명히 기본이 되고 새로운 것들을 공부할 때 충실한 자료가 된다. 한 번 정리를 끝낸 것에 대해선 ‘그 내용을 모두 다 알지’라고 확언할 수 없다 할지라도, ‘아예 아무 것도 몰라서 막막해’라는 궁지에 몰린 심정은 들지 않으니 말이다. 그만큼 공부에 대해 불안감이나 두려움보다 ‘잘은 모르겠지만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고 바로 이 발전을 기반 삼아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올핸 그간 미루어뒀던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고문진보(古文眞寶)』다. 예전에 공부하던 시간까지 합하면 무려 8년째 한문공부를 하는 셈인데, 그 긴 시간동안 『고문진보(古文眞寶)』를 한 번은 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방대하고도 어려운 내용들이 엄두조차 못 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핸 상반기에 정리하고 싶던 책들을 모두 다 정리해뒀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계속 미루어둬선 안 될 거란 생각이 들어 마침내 손을 댔으며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이 순간의 감격은 마치 임용 최종시험에서 합격한 듯한 감흥에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8년 묵은 체증이었고 그만큼 계속 하기 싫어 미루어뒀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공부할 내용들을 하나 둘씩 정리해나가며 9월을 맞이했으니 앞으로의 두 달 반이란 시간은 임용시험 준비 기간으로 얼마나 기대가 되는지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20년 8월 6일에 찍은 진리관모습. 바로 여기서 3년 동안 자료를 쌓고 한문 공부의 맛을 알아갔다.



          

공부할 수 있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나름 ‘기고만장(氣高萬丈)’해지려던 이때, 이번 주 화요일(8일)에 있었던 스터디는 ‘나의 실력없음’을 그대로 폭로해주기에 충분했다. 지금 스터디는 서사한시를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예년 기출문제 두 편을 동시에 보게 되었다. 윤현의 「견걸아(見乞兒)」는 2017년도 기출문제로 내가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해에 출제된 문제이니 그다지 상관없었지만, 권필(權韠)의 「구거아(驅車兒)」는 작년에 시험장에서 풀어던 문제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시험 볼 당시엔 너무도 해석이 잘 되어 확신에 차서 아주 일필휘지하듯 풀었던 문제인데, 이번에 스터디를 하며 같이 보니 해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했던 부분이 있더라. 그에 따라 당연히 이 문제는 틀렸을 것이다. 이 말은 곧 아직도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며 기고만장하기보다 여전히 잘 모른다는 생각으로 공부해나가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좋다! 아직도 남은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두 달 보름 동안 충실하게 공부하며 올해의 시험을 준비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고, 공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고, 공부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장소ㆍ사람ㆍ마음ㆍ도구까지 모두 다 갖춰진 이때. 지치지 말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또 한 걸음 떼어보련다.           



▲ 20년 9월 8일 스터디 모습. 같이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 그리고 교실이 있다는 게 좋다. 달라진 성독실에 눈에 띈다.



인용

지도

20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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