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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an 21. 2016

스톡홀름 중앙역, 길을 잠시 잃다

공항에서 스톡홀름 중앙역까지


도착한 날 바로 점보 스테이에 체크인했기 때문에, 눈을 뜨자마자 빨리 스톡홀름 시내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스톡홀름 여행 일정을 이틀 정도로 계획해서 왔는데 실제로 스톡홀름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도 넉넉잡아 35시간 정도였다. 게다가 스톡홀름에 있는 뮤지엄들의 겨울 운영 시간이 대체로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였기에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여행 전부터 동선을 시뮬레이션했는지 내가 무엇을 타고 어떻게 가서 어디부터 가야 하는지도 다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다만 내가 이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시도해봐야 한다는 것이 달랐을 뿐.


게다가 스톡홀름은 북유럽 여행의 첫 도시였다.




아무리 내가 노련한 여행자이더라도, 처음 가본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조금씩 느려질 수밖에 없다. 헤맴도 여행의 미학이라지만은 스톡홀름은 볼거리가 참 많았다. 그 헤매는 시간 동안 내가 지독한 멍청이 같아서 괴로울 정도로, 흐르는 시간과 야속하게 져버리는 해가 아까웠다. 그래서 이번 북유럽 여행에서 가장 크게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시간과 체력이었다.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면(돈도 물론이지만) 조금의 비용 지출은 감수하자고 여행 일정을 한 달 동안 고심하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이동 경로와 시간을 모두 염두해서 짜여진 스톡홀름 1일차 일정


그래서 점보 스테이를 나서기 전, 짐을 숙박 필수용과 그 외의 짐으로 분리했다. 어차피 돌아올  공항인 데다가, 일정을 보면 그 날 숙소인 STF Vandrarhem af Chapman & Skeppsholmen의 체크인을 늦게 할 생각이고 이동 루트를 생각해보면 공항에 맡기고 가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의 코인라커는 24시간 기준으로 제일 작은 칸이 40 크로나(한화 5500원)이라서 이틀 동안 만천 원 정도의 비용으로 시내에서 이동이 좀 더 가벼워진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 락커 정보 : http://www.bagport.se/cms_en/index.php?page=Lockers


터미널 5의 코인 락커는 지하 1층에 있다. 짐이 많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적으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앞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지하 1층에서 택배 서비스와 캐리어 랩핑 서비스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칸마다 해당하는 가격이 적혀있고 락커 칸 옆의 색상으로 사용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계산은 현금이나 카드로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가지고 있는 스웨덴 동전이 없어서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짐을 넣으면서 모니터 옆의 커다란 동전을 넣는 부분이 궁금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쓰는 동전 중에 저렇게 큰 동전도 있나 보구나 라고 생각했다.



기내용 캐리어와 그 외의 잡다한 짐을 넣은 봉투, 그리고 스키복 외투를 40 크로나 짜리 칸에 넣고 락커 문을 닫으니 영수증이 나오는 줄 알았던 공간에서 달칵하고 굴러나온 커다랗고 까만 칩을 찾을 수 있었다.



커다란 동전 구멍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짐 찾기를 선택하고 이 태그를 기계에 넣으면 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았다. 태그 뒷면에는 터미널 5에 있는 PAYPOINT 2의 태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짐을 찾기 위해서는 잘 챙겨두어야 한다는 설명이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영수증으로 찾는 것보다 더 환경적이고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방 안쪽 주머니에 잊지 않도록 잘 넣어두었다.



이제 몸이 가벼워졌으니 시내로 갈 차례였다. 시내로 가는 방법은 총 3가지가 있는데, 알란다 익스프레스는 20분밖에 안 걸리는 대신에 가격이 편도에 270 크로나 정도로 비쌌다. 2명부터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한 프로모션이 있었지만 나는 혼자라서 그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Flygbussarna를 이용해서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기존에 찾아놓았던 버스 회사였는데 공항 바로 앞에서 탈 수 있고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하는데다가 시내까지 45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그런데 앱이나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20 크로나 가 할인된 99 크로나 ( 한화 14000원가량)에 편도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앱을 미리 스마트폰에 설치를 해서 배차 시간까지 확인했었는데 짐을 맡기고 1층으로 올라오니, 앱을 켜서 결제를 하는 게 어쩐지 귀찮았다.



스톡홀름 공항 터미널 5의 1층에는 알란다 익스프레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교통수단들을 그 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는 키오스크들이 많았다. 키오스크가 설마 정가를  받겠어하고 Flygbussarna의 키오스크에 가서 티켓을 결제하려는데 키오스크로 결제해도 Full Price인 119  크로나를 내야만 했다. 놀라서 앱으로 가격을 확인해보니 앱에서는 여전히 99 크로나였다. 그 자리에서 버스를 타러 이동하면서 앱에 카드 정보를 기입하고 결제를 기다리니 3분 만에 공항에서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편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결제를 마치자마자 바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버스 티켓은 앱에서 QR 코드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버스에 탑승하면서 바코드 리더기에 읽히기만 하면 되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사님에게 바로 결제해서 티켓을 살 수도 있는 것 같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앱으로 티켓을 구매해서 생수 한 병이라도 살 돈을 아끼도록 하자. 북유럽의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니까.


터미널5의 1번 정류장에서 스톡홀름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위의 전광판에서 버스의 출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공항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동안 효정이가 카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스웨덴은 어떠냐며, 북유럽이 좋다던데 정말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직 스톡홀름도 보진 못했지만, 달리는 풍경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너무 아름답다고 대답해주었다. 버스 밖 풍경만으로도 나는 들떠있어서, 카톡을 하다가, 틈틈이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다 보니 곧 버스가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중앙역  맞은편, 만약 나처럼 공항에 짐을 맡길 생각이 없고 중앙역에 맡기고 싶다면 버스에 내려서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면 락커가 정말 많다. 대신 60 크로나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공항 락커보다는 20 크로나( 2800원 ) 정도 비싸다. 일찍 시내에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을 하지 않고 바로 관광부터 한다면 이 곳에서 짐을 맡기고 이동하는 것도 편한 방법이 될 것 같았다.




도착하는 순간 이 곳이 스톡홀름이로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빌딩들과 묵묵히 조용히 길을 가는 사람들. 서울역 근처의 부산스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너무 조용해서 여기가 정말 중앙역일까 의문이 들었다. 우선 스톡홀름 패스를 사려고 했으니, 우선 중앙역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중앙역에 들어서자 1층 내부는 코인 락커와 미용실, 카페, 레스토랑, 편의점, 휴대폰 유심 판매하는 통신사들로 어지러웠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기차역 직원에게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가 어디냐고 물으니 쭉 가다가 왼쪽에 보이는 회전문을 통과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직진을 하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내려가 보니 열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 지하 1층 스톡홀름 중앙역이고, 버스가 도착하고 출발하는 곳이 지상 1층의 스톡홀름 중앙역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스톡홀름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는 지하 1층 중앙의 둥근 부스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스톡홀름 맵부터 액티비티 안내, 관광 엽서 판매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기차역 안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트리 장식들이었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도 장식 덕분인지 크리스마스가 곧 며칠 뒤라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스톡홀름 카드는 2016년 1월 1일부터 카드 디자인도 바뀌고 가격이 약간 인상되었지만, 내 생각에는 샌프란시스코 패스와 더불어 잘 구성된 관광객용 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와 보트, 지하철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페리 투어도 가능하다. 대부분 뮤지엄의 입장료가 100 크로나가 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틀 동안 뮤지엄을 7곳만 입장해도 충분히 값어치는 하는 셈이었다. 스톡홀름 카드 2일권을 구매하겠다고 말하니 직원이 카드 결제를 할 것인지, 현금으로 결제할 것인지 묻는다. 북유럽은 거의 IC칩으로 신용 카드 결제가 이뤄지기에 신용 카드 결제를 하겠다고 하면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주어서 마그네틱을 읽히는 것이 아니라 앞쪽에 있는 신용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집어넣고 자신이 미리 한국에서 설정해둔 신용카드 핀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스톡홀름 카드 정보 : https://www.stockholmpass.com/



스톡홀름 역 안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다양한 물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음식들보다는 따뜻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덧신이나, 양털로 만든 양말, 그릇이나 프라이팬 등을 팔고 있어서 마켓보다는 중소상인 장터의 느낌이 강했다. 나중에 제이드에게 들어보니, 크리스마스에 가족들끼리 선물 교환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서 이렇게 크리스마스 전에는 많이들 선물을 구매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 파는 물품들은 가족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이나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구매하기에 좋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물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스톡홀름 카드를 빨리 사용해보고 싶어 무작정 역 밖으로 나왔다. 스톡홀름 역은 지하의 입구와 지상의 입구가 연결되어 있는 도로가 달라서, 내가 가려던 스톡홀름 시청으로 가려면 지하의 출구로 나왔어야 했는데 나는 바보처럼 1층으로 다시 올라와 나온 상태였다. 구글맵을 켜도 어떻게 아래로 내려가야 할지 헤매다가 아래쪽에 내려다보이는 출구가 낯익다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스톡홀름 중앙역 건물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건물 입구로 들어가 지하 1층의 출구로 나올 수 있었다.



광장으로 나와 도로를 보자 지나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올라타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했다. 여긴 서울이 아니라 스톡홀름이니까. 스톡홀름 중앙역 뒤편으로 보이는 스톡홀름 시청에 해가 지기 전에 얼른 가고 싶은데,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다. 하늘은 오후 3시의 하늘처럼 일렁이고 설상가상 목이 바짝바짝 말라오는데, 기차역에서 본 작은 페트병 물 가격이 3500원이나 해서 사지를 못했다. 갈증이 스멀스멀 짜증처럼 목에서 올라오지만 도저히 한국에서 비싸도 1000원이었던 물을 3500원에 사려니 결심이 서질 않았다. 북유럽 여행  첫날이라 스웨덴 물가에 적응을 못했던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버스도 모르겠지, 시청은 저 멀리 보이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던 어리숙한 여행자였다. 버스 정류장에 적힌 노선표를 봐도 통 이해할 수가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에 굳은 손가락으로 구글맵을 이용해 스톡홀름 시청을 가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3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안내해주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3번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 확인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3번 버스가 도착하고, 스톡홀름 카드를 리더기에 가져다 댔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이제는 자유롭게 스톡홀름을 돌아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신이 났다.







미리 알고 갔더라면 좋았을 스톡홀름 중앙역 Tip


스톡홀름 중앙역은 지하 1층과 1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층 : 버스 터미널, 카페, 유심 판매점, 미용실, 락커, 공항행 버스, 버스 정류장, 택시

지하 1층 : 푸드코트, 기차역, 메트로, 알란다 익스프레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 감라스탄 방향 버스 정류장, 스톡홀름 시청 방향 버스 정류장, 택시


지하 1층에서는 시청과 감라스탄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바로 나갈 수 있습니다. 지하 1층의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스톡홀름 관광 지도와 스톡홀름 카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푸드코트에 버거킹과 맥도널드가 있는데, 패스트푸드를 드실 생각이시라면 스톡홀름에 왔으니 중앙역에서 나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Max 버거를 추천합니다. 스웨덴 로컬 브랜드이기도 하고, 저렴한 데다가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셀프 주문 서비스로 주문해서 결제하면 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가 불편하신 분들도 부담 없이 주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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