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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27. 2022

아침부터 떡을 먹었다.

꿈에서 떡이 나왔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떡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근처 떡집을 바로 검색해봤다. 도저히 운전을 할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피곤해서 걸어갈 수 있을 곳을 추려보니 두 곳정도였다. 졸음이 가득한 상태로 떡을 사러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입다가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잤다. 그랬는데 다시 꿈에서 떡이 나왔다. 하얗고 뽀얀 백설기와 쑥떡, 오동통한 꿀떡. 어찌나 먹고 싶던지 다시 잠에서 깼을 때 아침 운동 겸 떡을 사야겠다 하고 걸어 나왔다.


버스 두 정거장 조금 못 가서 있는 떡집이 목적지였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다보니 다양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김밥을 싸고 있는 아주머니, 떡밥을 만들고 있는 낚시 가게 사장님, 한가한 문구점,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아이의 어머니들, 마지막으로 떡집에서는 굳은 가래떡으로 떡국떡을 만들고 있었다. 


떡집에서 나는 크게 실망했다. 내가 먹고 싶었던 떡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백설기에는 완두콩이 콕콕 박혀있었다. 떡집에 내가 먹고 싶은 떡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발길을 돌릴까 한참을 고민했다. 우선 옆집에 들려서 로또를 샀다. 떡이라도 못 사니 나온 이유라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만원으로 5천원어치 자동을 샀다. 로또를 사고나니, 완두콩 백설기라도 먹을까 생각이 들었다. 백설기 가격을 물으니 6천원이었다. 천원이 부족해 계좌이체를 했다.


집에 오는 길은 떡집을 가는 길보다 햇살이 덜 따가웠다. 바람은 가을 바람인지 시원했다. 가는 길에 열심히 김밥을 싸던 아주머니 김밥집에 들려 김밥도 샀다. 제주도에 왔을 때부터 있었던 '고수 김밥'이라는 곳인데, 그 전까지는 '수련중'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어서 궁금증을 유발하던 곳이었다. 이제는 수련이 끝나셨는지 '수련중' 표시가 없다. 집에 와서 김밥을 먹어보니 특출나게 맛있진 않지만 입에 쏙쏙 잘 들어갔다. 수련을 무사히 끝내셨구나.


나도 언젠가는 '수련중' 팻말을 떼어내고 당당하게 일하는 날이 올까. 왜 내 마음 속엔 늘 '수련중' 팻말이 붙어있는 것 같을까. 집에서 완두콩이 들어간 백설기를 먹으며 생각했다. 완두콩은 내 생각과 달리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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