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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쇼 Oct 10. 2018

내가 생각이 없다고? 폭언하는 상사(실화). 02

반전 주의

나는 모바일앱 기획자다. 내가 다니는 회사들을 보통 IT회사라고 한다. 내가 IT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바로 조직문화 때문이었다.  


약 8년 전 워 라벨이라는 말이 있지도 않던 그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연봉이나 그 회사의 전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의 기준은 크게 달랐다.  내가 그 회사를 다니면서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 군대식 조직문화가 없는 회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한 군데도 합격을 못할 줄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나는 3군데 회사에 동시에 합격했다.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바로 그 3곳의 회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조직문화가 좋을 것 같은 회사를 내 첫회사로 골랐다. 내가 포기한 회사보다 연봉이 천만 원이나 차이가 났지만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연봉이 1억 원 차이가 났다면 흔들렸겠지만 천만 원 정도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사실 한 3초 흔들렸다. 


사전 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내가 입사할 회사를 분석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가 아니라 내 기준에 좋은 회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사한 회사는 역시 내가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내 친구들과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그런 경직된 군대식 문화는 없었다.  회사의 대표가 앞에서 지나가도 가벼운 목례 정도만 했다. 회식에서 술을 강제로 권하지도 않았다. 회사 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렇게 권위적이고, 수직적이고, 군대식 문화에 쩌른 회사는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팀 선배인 그녀는 내게 기획안 작성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내가 보낸 기획안을 확인한 그녀는 나를 작은 회의실로 불렀다. 회의실에서 그녀가 말했다.


선미님 : 동휘 님.

나 : 네! 

선미님 : 동휘 님 이거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만든 거예요? 

나 : (동공 지진) 

선미님 : 아니 나는 이걸 보니까 생각을 하고 만든 것 같지가 않지? 왜 그렇게 느껴지지? 

나 :...

선미님 : 아니 동휘 님이랑 입사동기 그 진웅님은 진짜 잘 하는데 동휘 님은 좀 별로네. 

나 : (움찔) 

선미님 : 동휘 님. 동휘 님은 내가 보니까 이 업계랑 좀 안 맞는 것 같아~ 

나 :...

선미님 : 이거 내가 피드백 줄테니까 내가 알려주는 그! 대!로! 고쳐서 다음 주에 개발자들한테 공유해요. 

나 : 넵 


그 사람 앞에서 내 기획서는 쓰레기가 되었고, 난 그 쓰레기를 정성껏 만든 생각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는 진짜 재능이 없고 정말 이 업계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전문 가니까 그 사람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한 없이 작아지고 위축되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확 그냥! 아오...^^;


나는 다시 그가 시킨 대로 내 기획서를 고쳤나 갔다. 


며칠 뒤. 나는 우리 팀 1년 후배 지민과 기획안을 발표했다. 지민이 먼저 발표를 하고 뒤이어 내가 발표했다. 

피피티 장표 앞부분에는 맨 처음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그리고 왜 그 처음 생각을 버리고 이런 최종안이 나왔는지 논리적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당연히 그 논리는 내것은 아니었다. 9년 차 그녀가 시킨 대로였다. 


모든 발표가 끝나자 개발자분 한 명이 말했다. 


남자 개발자 1 : 근데 동휘 님... 나는 맨 처음 생각했다고 한 그 아이디어요. 난 그게 더 좋은데? 

나 : 네?  

남자 개발자 2 : 맞아. 나도. 나도 지금 최종안보다 처음 동휘 님이 발표한 게 더 좋아요,

남자 개발자 3: 그러게~ 왜 이렇게 바꾼 거예요? 처음 게 더 나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내 아이디어는 분명 쓰레기 취급받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날 쓰레기 취급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동휘 님! 나도 맨 처음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 같네. 그대로 진행해요~" 


그녀의 놀라운 연기력이 빛을 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민 님. 동휘 님처럼 발표 못해요? 얼마나 잘해 발표~ 동휘 님한테 좀 배워 발표 스킬을" 


왜 사람을 비교하고 줄세우기 하는 걸까. 왜 그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까. 내가 다 미안하고 민망했다.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어쩜 그녀는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또 저런 비수가 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걸까.  

도대체 왜 그럴까...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내용은 개인보호를 위해 변경하였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 실력도 없으면서 말이죠 ㅠ


글보다 실감나고 재미있는 웹드라마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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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 여러분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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