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MBA 도전기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MBA 일지라도...

by 커리어 아티스트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사회생활을 해외에서 시작한 나로서는 항상 외국인으로서 낯선 문화에도 적응해야 하고 실력이 없으면 여지없이 정리 해고되는 정글 같은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베이스로 깔고 있었던 것 같다.


자기 계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란 주제로 들어가 보면 보통 흔하게 생각하는 운동, 어학공부, 자격증 등등이 있지만 그때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해외에서 석사, 그중에서도 특히 경영학 석사 MBA였다.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싱가포르에도 유명한 몇몇 명문학교들이 있었고, 같은 회사에서도 2년 정도 경력을 쌓은 후 미국이나 유럽, 또는 싱가포르의 이러한 학교들의 풀타임 MBA 과정으로 진학하는 동료들도 꽤 있었다.


다국적 직원들로 구성되어있던 나의 첫 직장에서도 능력 있고 똑똑하고 커리어에도 욕심 있는 동료들과 선배들이 많았다. 어느 날 태국인이었던 선배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두꺼운 책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업무 관련인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MBA 진학을 위해 GMAT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3달 안에 목표 점수를 달성할 각오로 공부하고 있다고... 어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열정적인 에너지도 전염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MBA가 도대체 뭔지 너무 궁금해지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했고 학부과정이 경영/경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순수 인문학 전공 학생이 이 분야로 오게 됐느냐는 질문은 회사 인터뷰에서 단골 질문이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내 안에는 항상 경영/경제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그 부분을 제일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경영학 석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MBA 과정들을 검색해보면서 내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Fee와 Financial Aid 부분이었다. 미국 대학의 풀타임 MBA로 진학하려면 생활비까지 억대의 비용이 드는데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내가 감히 도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학교들 또한 역시 학비가 만만치 않았다. 풀타임으로 하기엔 역시 현재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리스크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졌고,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까지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길은 나만의 욕심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 직장생활을 했던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매년 대학원 관련 박람회가 열리면 그곳에 빠짐없이 가보았다. 학구열과 자기 계발에 대한 관심이 넘치는 사람들의 열기와 저마다 학교 홍보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담당자들로 가득했다. 학교 설명이 담긴 브로셔를 잔뜩 가져오고 나서 언젠가는 학비를 마련해서 MBA를 가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가게 될 그날을 위해 GMAT과 토플 공부도 시작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이 쌓여갔고 회사일에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MBA라는 꿈은 박람회나 설명회 때마다 나를 자극했지만 점점 ROI라는 주제가 등장했다. 과연 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지금은 아닌가 보다, 내 형편에 무슨, 그런 고민들 속에서 애써서 MBA라는 글자를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주변에서 말하는 ROI의 불확실성, Top스쿨에 가지 않을 바에는 소용없다는 말, 그리고 꼭 필요한가란 질문에 대해 스스로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기에, 현실적인 한계점, 핑곗거리들을 계속 찾아내가며 나의 꿈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이 이제부턴 으로 바뀐 건 바로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난 해였다.


아이를 출산하고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육아를 하면서 아가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지만 동시에 점점 아줌마가 되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문득 내가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초라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육아를 하느라 시간이 더더욱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나를 서두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MBA를 해본 사람들 중에 이것을 비추천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


나의 10년간의 욕심에 대해 이제는 솔직해지기로 하고 핑곗거리를 저편으로 치워두고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이 언젠가는 이라는 기약 없는 타깃은 내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신기루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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