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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aD Aug 29. 2024

재택하는 외노자의 하루 (feat. 우원재 - 시차)

예에예예~ 바뀌어버린 낮과 밤이아~ 예에~

반쯤 뉴욕의 시차를 사는 중. 새벽 두세 시쯤 퇴근해서 옆방 침대로 다이빙. 오전 7시쯤 애인이 출근하는 소리에 슬그머니 눈을 뜸. 다시 눈감고 마음속으로 배웅. 아침 9시가 되면 너무 눈이 부셔서 더 이상 잘 수가 없음. 침실이 동향이면 자명종이 필요 없음. 생체 시계의 권능을 몸소 알현. 커튼을 주문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음. 지금쯤 나머지 팀원들은 퇴근 중. 간밤에 긴히 날 찾는 연락은 없었나 빠르게 폰 엄지질하고 다시 침대로 다이빙. 부스스 일어나 방탄커피 때려마시고 12시 점심시간 맞춰 수영하러 고고. 자전거를 고치기가 너무 귀찮아서 매일 킥고잉을 탐. 편도 삼천 원. 인근 초등학교 수영장에 가서 부머 아줌마 아저씨들과 함께 약 40분 간 은퇴 이후의 삶을 누림. 즐거운 물장구 시간. 손발을 휘저어 아리수를 가르는 좁은 물길을 만들어 냄. 그 물길에 내 몸을 실어 보냄. 둥실둥실. 수영하고 나와서 찬물샤워 한 판 때리면 갓생 사는 스스로에 취함. 크. 집에 와서 대충 끼니를 때움. 삼김 환영. 드디어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으니 쾌적한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이 시대의의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위워크 멤버십을 지름. 이틀 가고 안감. 원래도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귀찮아하는데 재택 외노자가 되니 귀차니즘이 증폭됨. 옆방으로 출근. 집은 하릴없이 드러눕는 공간이지 지식노동자의 생산 기지가 아니라는 신념에도 불구하고 현시점 나의 발등이 불에 타고 있다 보니 소방 작업에 집중하기에는 텅 빈 집이 좋음. 지금은 한창 바쁜 때라 낮에도 일을 함. 하지만 다음 주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가롭고 늘어지는 오후 시간을 만끽할 예정. 이 세상 모든 오후를 주말 오후처럼 나른하게 보낼 수 있다니. 낮잠 때릴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음. 어느새 저녁 6시가 되면 설렁설렁 저녁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함. 애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ㅎㅇ 인사 박고 헤드셋을 낌. 메타버스로 입장. 화면 속 0과 1의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3차원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사라짐. 분명히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고 했는데 시차라는 물리적 장벽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음. 퍼렇기로 따지면 언어 장벽이 더 퍼렇기는 함. 그 서슬 퍼런 눈으로 내 현실 세계 인연을 다 끊어 낼 작정인 듯. 퍼렇기로 따지면 애인의 눈초리가 더 서슬 퍼렇긴 함. 인사도 제대로 박지 않는 옆방 동거인에게 슬슬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듯. 애써 모른 척. 슬슬 팀원들이 일어나서 출근하기 시작. 대부분 미국의 시차를 사는 미국인. 오피스가 뉴욕에 있는데 뉴욕 사는 사람도 그냥 재택을 때리는 신비로운 조직. 저녁 7시가 됐는데 아직 책상방으로 안가 있으면 불안해짐. 불안이라는 끝판왕의 감정을 일 안 하는 거에서 느끼는 아시아인은 역시 글로벌 도비족 끝판왕. 첫 미팅은 주로 밤 10시. 새벽 2시 이후 미팅은 보스몬께서 '안와도됨ㅇㅇ' 하고 실드 쳐주심. 뇌가 머뭇머뭇 느려지는 새벽 두세 시쯤 퇴근해서 옆방 침대로 다이빙. 어제는 새벽 다섯 시 반까지 야근. 반쯤 뉴욕의 시차를 사는 중.


글자로 쌓은 만리장성


+덧) R&R

Roles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 영어인 줄 알았는데 R&R 하니까 Rest & Recovery? 휴식과 회복이냐는데?

야 한국인만 일 중독이냐?


+덧) Hey

부서장? 급 보스몬에게 헤이 하고 불렀다가 혼자 움찔했다

헤이..맞지..? 유알 헤이 롸잇?


귀여운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던데. 치명적인 뒤태에서 드러나는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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