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키물 많이 마신 사대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한국인이었다
월 200도 힘듭니다. 프리랜서 힘드네요. 자유를 팔아 황금 수갑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바쁩니다. 제 인생에서 바쁜 날이 잘 없는데요. 한정판 숏츠 갑니다. 계약직 도비일 때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계약이 종료되는 그날까지. 하루 글 한 개비!
- 님 들어오심?
아침에 눈을 떴는데 상사로부터 '님 들어오심?' 하는 dm 이 와있었다.
윗사람으로부터 한 줄짜리 메시지가 띡 날아와 있다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그 메시지가 8시간 전에 와있었다는 건 정말 좋지 않은 신호다. '님 들어오심?' 이건 최악이다.
미팅을 두 개나 펑크 냈다. 자정이 넘어 잡힌 일정은 캘린더 '오늘의 일정' 란에 뜨지 않기 때문에. 어쩐지 일찍 자러 가니 기분이 좋더라니. 푹 자고 일어나니 상쾌하더라니. 오 하느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타임존 만세! 서울의 시간을 사는 신입 도비는 졸리다.
- 어메이징! 그레잇! 슈퍼! 아썸!
난무하는 긍정어들
동료를 아낌없이 인정하고 공을 치켜세우고 하는 문화는 배울게 많다. 힘이 난다.
그와 별개로 긍정은 피곤하다. 나는 오케이 라고 하면 진짜 괜찮은 건데. 오케이 하면 안 된다. 시원찮아 보인다. 굿 도 아니고. 마뜩잖아 보이니까.
구뤠잇!!!! 원더풀 어메이징!!!!
- 미팅 거절
출근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아시안 계약직 도비가 갑자기 휴가를 내더니 그날 잡힌 단체 미팅을 거절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조용히 그 전날로 미팅이 옮겨진다. 왜 쫓아와
그동안 일했던 회사 중에 '우리 회사는 너무 개인주의야'도 있고 '우리 회사는 다들 너무 친해서 탈이야'도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건 처음이다. 정말 놀랍다. 나의 휴가에 대해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나의 휴가에 대해 아무도 관심 안 가져주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나 2박 3일 마이산 캠핑 가는데 왜 아무도 안 물어봐주냐. 두유노 마이 마운틴? 노 잇츠 낫 마이 마운틴 노노 잇츠 네임 이즈 마이 마운틴
- 칭찬이 헤프다
어메이징!!!! 하면 나의 코리안 본능은 '아이구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죠-'라고 고개를 숙이고 싶지만
'아 그래? 너가 한 거 없다고?'
라는 양키 반응 나올 것 같아 말을 삼킨다.
유아웰컴
칭찬에 인색한 것보단 헤픈 게 낫다.
- 돌려서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청유형 사용금지.
'니가 지금 뭘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응 그거 질문 아냐^^
아니 나는 지금 최대한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거라고! 이게 나의 직설 최대치야 이 사람들아!! 이 양키들 같으니!!!
빠릿빠릿한 다른 팀원이 '그녀는 지금 ~~ 을 제안 중이야'라고 올바르게 번역해 줬다. 아니 지금 우리 다 같이 영어로 말하고 있는 거 맞지?
행간을 읽지 않기 때문에 행에다가 메시지를 잔뜩 때려 박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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