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Aug 12. 2024

프리랜서 못해먹겠네!

프리 선언 3개월만에 다시 고용된 이야기

'역시 나는 나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에 프리 선언을 했다. 그게 3개월 전이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다시 남을 위해 일한다. 6개월 계약직에 지원하며 '이건 고용은 아니니까!'라고 타협했지만, 막상 입사 제안을 받자마자 '와 열심히 해서 1년 2년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인 고정 수입의 유혹. 초연하려면 도대체 뭐가 필요한 걸까?

단식 3일 차에 글을 쓰려니 머리가 띵해서 오늘은 1) 프리랜서 gg 친 썰 2) 한국인 없는 팀의 채용 절차 이야기만 간단히 적어보려고 한다.



1. 프리랜서.. 너마저!! 

고용되어봤자 때려치우는 데 1년이 채 안 걸렸다. 10번이면 10번 다 그랬다. 내 안의 원숭이를 다스릴 길이 없어 '그래 그럼 프리랜서 해라' 싶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마저 3개월 만에 퇴사하다니! 월급 받으면 정밀 심리검사부터 받아야겠다.


3개월 동안 힘들었던 점은

준비하고 시작한 프리랜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객이랄 것이 없었다. 영업을 뛰어야 하는데 한창 I 주가가 오른 가마니는 가마니처럼 가마니 있었다

풀고 싶은 문제를 찾아 함께할 팀을 꾸려 사업을 시작하기. 이게 나를 가장 신나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도 사람도 찾지 못했다. 온종일 혼자 단기 알바를 오가는 건 우울했다

프리 선언 하기 전에 이미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기간을 포함해) 1년 가까이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애인에게 얹혀살았는데 어느 날 애인이 '피터팬아 웬디는 힘들어'라고 했다

월 200을 최소생계선으로 잡았었는데, 이마저도 확신이 없었고 확신이 없다 보니 내내 생존 모드였다. 카페나 코워킹 스튜디오 가는 돈이 아까워 동네 스터디 카페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버텼던 동력은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은 다시는 없다'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는데 다시 수험생이 된 것 같았다. 등록만 하고 가지는 않으니 차라리 스타벅스에서 프랍후치노 크림 추가로 먹는 게 더 저렴했을 것이다.


3개월간 찾은 실마리도 있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기여'를 인정하고 보수를 주는 데 아낌없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옵티미즘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그 외에도 장려금(grant)을 주는 프로젝트들이 여럿이다. 옵티미즘의 경우 RPGF(Retroactive Public Goods Funding)을 모토로 하는 프로젝트인데, 예를 들어 내가 옵티미즘을 위해 이런저런 교육 자료를 만들고 스터디 그룹도 운영해 왔고, 지난 3개월 동안 이런 노력을 해왔단다. 하고 펀딩 신청을 하면 토큰을 쥐어준다. Grant의 경우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예를 들어 '내가 재정 관리 전문가인데, 너네 재정 건전성이 이렇듯 처참하구나. 내가 이런이런 일들을 해줄 테니 얼마얼마 줄래?' 하고 자기 포트폴리오를 자랑하며 마치 계약직처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자체 생태계를 위한 토큰을 찍어낼 수 있는 블록체인 업계의 특수성일 수 있겠다. 아무튼 내가 3개월 동안 지원했던 프로젝트들 모두 '고용 바깥에서의 기여'를 인정하는 곳이었고, 이 쪽을 파고들면 좋겠다 싶었다.

6개월 후 계약이 종료되면 다시 찾아가 볼 예정이다.



2. 미쿡팀의 고용 프로세스

이번 '취업' 목표는 1) 100% 원격 근무 2) 계약직/파트타임 선호 두 가지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 팀에 지원했다. 한국 회사에만 입사 지원해 본 나로서는 지원 프로세스가 신기해서 적어본다

1.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 - 자유 양식의 이력서 (나는 노션으로 만들었다)와 자기소개서도 문항 따로 없이 그냥 'cover letter' 제출하기

2. 30분 미만의 짧은 인터뷰(screening call) - 실무진과의 수다

3. (옵션) 사전 과제 - 입사 후 하게 될 일 맛보기로 주기. 시간제한은 없었다

4. 세 번의 인터뷰 - 한 번에 세 개의 인터뷰 일정이 잡힌다. 각각 관련 부서장급인 듯했다. 30-40분으로 대부분 약속된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

5. 오퍼 - 근무 조건 이건데 받아들일래? 하고 메일이 온다. 밀당하지 못한 나 자신 반성한다.


요약하자면, 좀 더 지원자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직장인 전상서>라고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나 또한 반쯤 직장인이 되어 앞으로 무슨 얘기를 전해야 할지 난감하다. 좋은 주제 있으면 추천받아요. 당분간은 1) 해외팀에 하나뿐인 한국인/한국에 머무는 직원 2)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고용 안되고 기여 수당 받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아 그리고 단식에 대해서도!


레이크 루이스. 글과는 아무 상관 없음


이전 03화 안놀면 뭐하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