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가 된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커서 누군가가 들어올 공간조차 남지 않고 마음이 무너져있다면, 과연 새로운 만남으로 치유하는 게 가능한 걸까. 도와주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의도치 않게 아프게 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닐지.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열심히 움직이지만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제자리에 멈춰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서는 첫걸음을 내딛는 게 쉽지 않다는 핑계로 이대로 과거에 묶여있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을지 알고 있기에 내가 아픔을 주는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것 이외에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잊지 말아야 했다.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줄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나 스스로가 먼저 치료하는 것으로 그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가짐이 언젠가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믿고 있다.
뜨거운 불길 같던 사랑의 열정 속에서 내 마음이 전부 전소되고 나니 누군가를 믿고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만큼 그 감정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 때가 오면 나는 상처 받은 적 없는 것처럼 또 다시 뜨겁게 사랑하련다. 그리고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