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어도 괜찮아

by 안나B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아침을 맞이하는 평범한 생활이 슬픔으로 가득 찬 시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내 일상이 되는 날이 오긴 하는건지. 미래를 상상하는 것조차 두렵던 날들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내가 기억하는 내가 맞나 할 정도로 엉망이던 얼굴. 마치 웃는 걸 잊어버린 사람처럼 표정이 없었다. 축 처진 입꼬리가 그 얼굴이 사실은 무표정이 아니라 우는 얼굴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어째서 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왜 하필 나인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런 시련이 왔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분명 작은 말다툼을 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같이 살다 보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었고 이견으로 큰 언쟁을 한 적도 없던 우리였다. 조금이라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행동한 부분이 있었는지 찾기 위해 기억의 테이프를 돌리고 다시 재생 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생각에 갇혀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행동은 자기 비하와 슬픔 속에 자신을 내버려 두는 것이었을 뿐 우울함을 없애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내가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흔적에서 벗어나 지금 나의 위치와 마주 서는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았고 우리의 인연은 끝이 났다.
내가 당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밴쿠버에서 하루아침에 그가 날 떠났을 때, 그를 사랑한 시간과 밴쿠버로 이민 온 무모함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주체는 그가 아닌 나였다. 내가 그를 사랑했고 그가 올 수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 내가 오겠다고 결정했으며 그는 나를 떠나겠다고 했지만 내가 그를 붙잡았다. 어느 누구도 강요한 사람이 없었다. 나에게 선택권과 고통을 주었다는 이유로 그에게 나의 우울한 인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 끝을 냈을 뿐이었다.


내 인생에서 사라진 건 그였지 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사랑의 대상을 바꾸기로 했다.


그가 아닌 나로.


혼자가 되어도 괜찮다. 나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내가 있으니.


그 후 나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아침을 맞이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존의 나의 하루를 지배하고 있던 슬픔을 이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물론 가끔씩 눈물을 흘리거나 과거를 돌아보긴 하지만 그건 회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 이 곳까지 왔다. 비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가슴에 남았지만 나는 나를 아프게 한 그와 계속 노력하며 나를 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간 나 자신, 그리고 내가 맞서야 했던 현실 중 아무것도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혼자가 되었지만,
나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