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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y 07. 2018

대기업 갈까, 스타트업 갈까?

고민 중인 취준생님을 위한 매우 주관적인 답변

안녕하세요 여름님 :) 스타트업을 검색해보다가 재미있어 글을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취준생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첫 직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으신 분으로서 첫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면 어떤지, 대기업을 목표로 시작하는 게 좋은지 궁금합니다. 취준 재수생으로서 여름님의 답변이 정말 간절합니다 ㅠ__ㅠ 답변 기다릴게요!


  안녕하세요 취준생님, 브런치 아이디가 본명이신 것 같아 죄송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취준생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저도 취직하기 전 오랫동안 방황한 경험이 있어서 취준 재수생이라는 말씀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데요, 오늘은 부족하나마 취준생님의 질문에 소신껏 답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회사를 판별하는 3가지 요소는 높은 연봉, 좋은 일, 나와 맞는 동료들입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곳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 중에서 두 가지라도 충족하는 곳에 입사하면 나름대로 즐겁고 보람찬 회사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 요소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회사일 수 있고요.


  그렇기에 우리는 회사를 선택하기 전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굉장히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중요하니 어쩔 수 없이 해야겠어요. 예컨대 취준생님이 높은 연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타트업 연봉은 아주 낮거든요. 경력직 혹은 개발자로 입사하는 게 아니면 초봉이 2000 정도인 곳도 흔합니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절반, 심하면 반의반밖에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스타트업에 다니는 건 대부분 '좋은 일'을 '나와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입니다.


  높은 연봉은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요소지만 좋은 일과 나와 맞는 동료들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기에 첫 직장을 스타트업 중에서 고르신다면 취준생님이 어떤 일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실지, 어떤 사람들을 나와 일하기 좋은 동료로 여길지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질문과 그에 대한 해석은 매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1. 나는 순응하는 사람이다 vs 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다

  윗선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들을 군말없이 처리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는 신입사원이라면 대기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내 몫을 제대로 챙기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안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쓸데없는 일까지 시킨다면 사수에게 대들어야 하고, 권위적인 사수가 나에게 수직적인 관계를 강요한다면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작게는 동료에 대한 호칭부터 크게는 회사의 로드맵까지, 나의 의견을 회사 곳곳에 반영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을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겁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작고 수평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더라도 주장에 정당한 이유와 예의를 갖추었다면 환영받을 거예요. 한편 취준생님이 목소리가 큰 사람들을 껄끄러워하는 분이라면 스타트업에서 만날 동료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2. 나는 평일 퇴근 후와 주말에 즐거움을 찾는다 vs 나는 회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생각 이상으로 많이 쓰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야근이며 상사들 꼰대짓에 지친 나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쇼핑이나 취미생활에 더욱 큰돈을 쓰기 시작한 경우입니다. 좋은 일, 나와 맞는 동료들이 없는 회사에서도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충분히 직장생활을 계속해나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자기가 맡은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있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 나부터 회사의 팬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너무 좋아 굳이 퇴근하고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가끔 있고요. 동료들끼리 너무 친하면 회사가 동아리화 될 수 있는 건 스타트업의 맹점입니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과 '내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얻을 수 없는 행운입니다.


3. 나는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vs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잘리면 치킨집 차려야지", "나는 퇴직금 받으면 예쁜 카페 차려서 바리스타가 될 거야".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말들입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안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까지야 거의 불가능일지도 모르겠지만, 대기업은 초봉도 높고 상여금에 보너스도 주니까 어느 정도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로 가게를 낼 수 있는 자금이 모인다고 합니다. 게다가 적어도 회사가 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요.

  취준생님이 자취를 하는데 스타트업에서 월급을 세금 떼고 160만 원 받는다고 가정해 볼게요. 월세 50만 원, 차비 5만 원, 통신비 5만 원, 밥값 30만 원. 정말 숨만 쉬고 살아도 90만 원이 나갑니다. 거기에 각종 경조사 챙기고 계절별로 옷이라도 한벌 살라치면 남는 게 없어요. 그나마도 회사 사정이 나빠지거나 회사가 망하면 받지 못하는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적은 돈을 받으며 오늘내일이 불안한 회사를 다니는 이유? 아마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일 겁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이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몇 년이나 일해도 사수들의 보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들었고요. 스타트업에서는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실무를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운과 실력이 따라준다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동종업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우물 안 개구리면서 취준생님께 조언을 드리다니 부끄럽습니다.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이 되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그리고 글을 마치기 전 한 가지만 당부드립니다. 절대 저 세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라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에는 가지 마세요. 특히 높은 연봉이나 좋은 일, 둘 중 하나는 갖춘 곳에 들어가야 '내가 이런 곳에 들어오려고 그렇게 힘든 취준생 시절을 보냈나' 같은 슬픈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취준생 시절 저는 외로웠고, 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성급하게 첫 직장으로 썩은 동아줄을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야 그 회사는 썩은 동아줄이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동아줄을 잡는 불안함은 굳이 취준생 님이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취준생님의 아프지 않은 청춘, 취업 성공을 기원합니다:)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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