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송이 장미 맺음말

분명 가사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지.

by 류인환

하나의 곡, 세개의 가사


2년 전 겨울 퇴근길. 셔틀버스 창가에 기대어 앉아 지나치는 붉은 야경을 바라보았어. 검은 길바닥에 붉은 장미처럼 흩뿌려진 자동차 헤드램프. 문득 생각난 백만송이 장미. 가사가 유난히 귓가에 맴돌았어. 먼 옛날 어느 별에서 태어난 존재. 백만 번의 사랑을 꽃 피울 운명을 지고 세상 곳곳을 떠돌아. 그동안 시련, 고통을 참으며 살아왔을 거야. 사랑을 기다리며. 그렇게 수 많은 세월 흘러서야 홀연히 나타난 진정한 사랑. 둘은 이제 별로 돌아갈 수 있어.


분명 가사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지. 알게되었어. 이 노래는 하나가 아니란 걸. 세 개의 가사가 숨어 있었단 걸. 1980년대 소련의 지배를 받던 라트비아의 운명을 넋두리하는 딸의 목소리, 19세기 조지아의 가난한 천재화가와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었을거야. 노래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언어들. 그 발음과 음절들이 오랜 세월 어떤 단어와 이야기를 내뱉고 있었는지 말야.


그 노래는 분명 하나의 소설이 되어야 했어.





백만송이 장미, 심수봉, 1997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헤어져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었기에. 수 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비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를 안았네.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 될거야. 저 별에서 나를 찾아온 그토록 기다린 이 인데.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 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마리냐가 준 선물 Dāvāja Māriņa meitiņai mūžiņu, 1981


어렸을 적 내가 시달릴 때면 어머니가 가까이 와서 나를 위로해 주었지. 그럴 때 어머니는 미소를 띄워 속삭여주었다네. 마리냐는 딸에게 인생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는 것을 잊었어. 시간은 흘러 더 이상 어머니는 없네. 지금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지. 그래서 외로움에 물리면 어머니를 떠올려. 어머니와 똑같이 중얼거리는 한 사람 바로 내가 있다네. 마리냐는 딸에게 인생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는 것을 잊었어. 이제 그러한 일 모두 잊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놀란다네. 이제는 나의 딸이 미소를 띠며 그렇게 흥얼거리고 있음을. 마리냐는 딸에게 인생을 주었지만 행복을 주는 것을 잊었어.


1981년 라트비아(당시 소련 치하 라트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방송국 미크로폰스가 주최한 가요 콘테스트에 아이야 쿠쿨레, 리가 크레이츠베르가가 불러 우승했다. 작곡은 라이몬즈 파울스, 작사는 레온스 브리에디스. 소련 치하에 있던 라트비아의 역사적 아픔을 노래했다. 라트비아 신화 속 여신 마라냐가 라트비아라는 딸을 낳고 보살폈지만 행복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떠나버렸기에 성장한 딸이 마주한 건 독일과 러시아의 침략이란 고통 뿐이었다. <위키백과, 백만송이 장미>






백만송이 장미 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1982


한 화가가 살고 있었네. 그에겐 집과 캔버스가 전부였다네. 화가는 꽃을 사랑하는 어느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집과 그림들을 팔았고, 그 돈으로 바다만큼의 꽃을 샀다네. 백만송이 붉은 장미를 창 가에서, 창 가에서, 창 가에서 그대가 보고있는지.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그대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꽃과 바꾸어 버렸다네.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 서면, 그대는 아마도 정신이 혼미해지겠지. 꿈의 연속인 듯 광장은 꽃으로 가득 찼다네. 어떤 부자가 이토록 놀라게 하는지. 그러나 창문 아래엔 가난한 화가가 숨죽이며 서 있다네.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고, 그녀를 태운 기차는 밤을 향해 떠나버렸네. 하지만 그녀의 삶엔 열정적인 장미의 노래가 있었다네. 화가는 외로운 삶을 살았고,수 많은 어려움을 견뎌냈네. 하지만 그의 삶엔 꽃으로 가득찬 광장이 있었다네.


1982년 러시아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곡으로 조지아 출신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출신 배우와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작사했다.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배우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 몇 장 남아있고, 196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 그림 속 배우로 비쳐진 여성이 목격되기도 했다. <위키백과, 백만송이장미>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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