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 류시화 엮음의 <마음 챙김의 시> 중에서--- ..... 어제 남대문 시장 입구 긴 줄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호떡을 먹어보겠다고 배가 고파서도 다른 먹거리가 없어서도 아닌 유명 맛집이라는 그 명성 하나로
동행한 여인이 기다림 끝에 사들고 온 호떡 한 입 베어 먹으니 당면과 야채범벅이다 그냥 좀 더 큰 튀김 만두다
길에 서서 먹고 있자니 두 마리 비둘기가 주위를 맴돈다 부스러기라도 쪼아 먹겠다고 도시 속 인간들과 공생하느라 너희도 고생이구나 어떤 인간들은 야생습성이 사라진다고 함부로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이 맞나? 저 아프리카와 아마존을 침범해 울창한 자연을 훼손해 온 인간들의 욕심에 멸종된 동물과 식물에 대한 책임은?
호떡 조각을 조금씩 바닥에 떨어뜨려 주었다 투실한 놈보다는 작은 몸집의 비둘기가 더 먹을 수 있도록 큰 놈이 내 의도를 눈치채고 작은 애 머리를 쪼아대며 쫓아낸다 그렇게 자꾸 뒤처지며 큰 놈에게 차이고 당하니 윤기 없이 졸아든 몸집
나도 너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인간아 인간아 더는 배고프지 않은 인간아 아주 조금이라도 나눠주렴 작은 생명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