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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Apr 25. 2024

뒤처진 새

*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 류시화 엮음의
              <마음 챙김의 시> 중에서---
.....
어제 남대문 시장 입구  
긴 줄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호떡을 먹어보겠다고
배가 고파서도
다른 먹거리가 없어서도 아닌
유명 맛집이라는 그 명성 하나로

동행한 여인이 기다림 끝에
사들고 온 호떡
한 입 베어 먹으니 당면과 야채범벅이다
그냥 좀 더 큰 튀김 만두다

길에 서서 먹고 있자니 두 마리 비둘기가 주위를 맴돈다
부스러기라도 쪼아 먹겠다고
도시 속 인간들과 공생하느라
너희도 고생이구나
어떤 인간들은
야생습성이 사라진다고
함부로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이 맞나?
저 아프리카와 아마존을 침범해 울창한 자연을 훼손해 온  
인간들의 욕심에
멸종된 동물과 식물에 대한 책임은?

호떡 조각을 조금씩 바닥에
떨어뜨려 주었다
투실한 놈보다는 작은 몸집의
비둘기가 더 먹을 수 있도록
큰 놈이 내 의도를 눈치채고
작은 애 머리를 쪼아대며 쫓아낸다
그렇게 자꾸 뒤처지며 큰 놈에게
차이고 당하니 윤기 없이 졸아든 몸집

나도 너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인간아 인간아
더는 배고프지 않은 인간아
아주 조금이라도 나눠주렴
작은 생명들에게

멸종된 동물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제발
.
.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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